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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철학…'예수천국 불신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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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철학…'예수천국 불신지옥'"

[홍성태의 '세상 읽기'] 김성이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은 여러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예컨대 부패지수 43위라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했고, 토건국가를 개혁하라는 외침에 귀를 막고 오히려 해양수산부를 건설교통부에 통합시켜 공룡 국토해양부를 만들었고, 분리와 감시의 원칙을 무시하고 재정경제부에 기획예산처를 통합시켜서 공룡 재정기획부를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불안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뒤이어 단행된 인사에서 나타났다. 이명박 정권은 여러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자질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계획대로 인사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 훌륭하다는 자질과 그 뛰어나다는 능력은 참으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표절, 투기, 냉전주의, 시장주의, 개발주의, 성장주의 등 여러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1억 달러 정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부', '강부자(강남·부자) 정부'라는 듣기에도 민망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 결국 세 사람의 내정자가 낙마했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이명박 정권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세 사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고소영'과 '강부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표절, 투기, 냉전주의, 시장주의, 개발주의, 성장주의 등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이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아니,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권리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거나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를 가질 뿐이다.
▲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 ⓒ프레시안

드러난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계속 억지를 부리니 문제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내정된 김성이 후보가 아마도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그는 논문 중복게재, 임대소득 누락, 딸 건강보험 무임승차, 5공 정화사업 유공 대통령 표창 등 이미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밝혀졌다. 이 문제는 그가 복지부 장관이 되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을 굳혀 주었다. 그는 2007년 5월 30일자 <국민일보>에 '사회복지정책과 믿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김대중 정권의 '생산적 복지'와 노무현 정권의 사회양극화 정책을 싸잡아 비판하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래 정부가 많은 사회복지정책과 사업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 모두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이 우리를 돌봐줄 것이라는 신앙심이 부족했다.

최근 들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에 관한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부분의 논의는 문제 제기나 원인 분석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를 이념의 수준에서만 보고 있을 뿐 신이 우리를 돌볼 것이라는 확고한 신앙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 실천력을 찾아볼 수 없다.

애국가 가사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매번 애국가를 제창하면서 하느님이 보우한다는 믿음을 얼마나 가졌던가 생각해 볼 일이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요즘 시대는 특정한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확고한 믿음과 이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신앙심이 사회복지정책과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앞으로 우리 정책에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앙심이 들어 있어야 한다.

김성이 후보는 이화여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쓴 사람은 사회복지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교수가 아니라 맹목적 신앙에 사로잡힌 기독 만능주의자인 것으로 보인다. 신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면, 정부는 도대체 왜 필요한가? 교회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은 왜 필요하고, 장관은 왜 필요한가? 목사와 장로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신앙심이 사회복지정책과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니, 그는 사회복지학이 아니라 기독교를 가르쳤어야 하지 않았나? 김성이 후보는 전혀 자기의 주장대로 살지 않았으면서 남들에게는 자기의 주장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너무나 문제가 많은 기독 만능주의의 입장에서.

또한 <한겨레>에서 잘 보도했듯이, 김성이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장관 후보자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복지병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 장경수 의원은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무슨 복지병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OECD 평균의 3분의 1도 안 되는 사회복지 지출을 더 줄이기 위해 복지부 장관이 되겠다는 것인가? 김성이 후보의 주장대로 우리나라가 '복지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면, 그는 복지부 장관이 되려 할 것이 아니라 복지부를 없애자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렇듯 신앙심을 맹렬히 강조하는 김성이 후보의 글에 관한 기사에 대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서울의 도심에서는 검은 색으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글이 쓰여 있는 붉은 색 조끼를 입고 같은 글이 쓰여 있는 팻말을 들고 거리를 오가며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쾌하다는 생각과 불쌍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복지부 장관 후보의 글에서 이렇듯 불쾌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성이 후보의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지기는 했지만 당연히 그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토건국가 문제에 깊이 우려하고 있는 나로서는 특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문제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그에 대해서는 청문 과정에서 투기에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더 큰 문제는 취임 직후 '이명박 운하'를 '창조 프로젝트'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소상히 밝혔듯이, '이명박 운하'는 멀쩡한 강을 파괴하고 전혀 쓸모가 없는 초거대 콘크리트 옹벽 인공수로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재정탕진의 창조, 국토파괴의 창조, 그리고 토건망국의 창조일 수밖에 없다.

태안의 석유 오염이 여전히 심각하기만 한 상황에서 낙동강에서 또 다시 발암 물질인 페놀이 유입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태우 정권 시기인 1991년 3월과 4월에 이어 17년만이다. 정말로 불길하고 불안하다. 환경을 돌보고 복지를 강화하는 생태적 복지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에 오히려 환경과 복지를 더욱 더 무시하려 하고 있으니 이런 무서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극심한 위험사회에서 살고 있다.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지 않고 '이중질서 사회'의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키는 곳에서 위험사회는 '사고공화국'으로 폭발하고 만다. 지옥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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