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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00일도 넘겼는데…좀 도와주세요"

뉴코아노조 조합원 15명, 서울지방노동청 점거

"시작할 때는 설마 100일까지 기념하게 될 줄 알았나요. 그동안 열심히 써먹어 온 우리를 하루아침에 다 잘라버리고 모른척하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도 정말 너무하지만 우리가 원한 적도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문제 해결도 못하는 정부한테 섭섭한 게 참 많습니다. 법은 박성수 회장이 만든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것이니 노무현 대통령이 해결해야지요."

전면 총파업 101일째인 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지방노동청(청장 조정호) 청장실을 점거한 뉴코아노조(위원장 박양수)의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뉴코아노조 조합원 15명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경 "3개월이 넘어가고 있는 뉴코아-이랜드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무현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서울지방노동청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서울 홈에버 월드컵점, 뉴코아 강남점, 홈에버 면목점 등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는 세 번의 매장 점거를 벌였었다. 세 번의 매장 점거로도 좀처럼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로 전면 총파업 100일을 맞은 이들이 이제 노동부를 점거한 것.

"정부가 정말 자기 일처럼, 나서줬으면 해서…"
▲ 뉴코아노조 조합원 15명은 1일 "3개 월이 넘어가고 있는 뉴코아-이랜드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무현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서울지방노동청장실을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프레시안

이날 점거농성에 참여한 뉴코아노조 정형기 문화부장은 "노동부가 조금만 더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태 해결에 앞장서 달라고, 우리가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좀 도와달라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원 김미숙 씨(42, 가명)도 "여기까지 오면서 긴장도 됐지만 정말 몸부림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100일 넘기면서 이미 회사와의 교섭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홈에버 노사와 달리 뉴코아 노사는 '외주화 철회'에서는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이뤘지만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문제에 있어서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해 교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서울지방노동청은 이랜드 노사갈등을 담당하는 곳은 아니다. 관할지청이 아닌 것이다. 이날 이들이 청장실을 점거하자 서울노동청 관계자들은 "우리 관할도 아닌데 여기 와서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했다.

따라서 이들이 서울지방노동청장실을 점거 장소로 선택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노무현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점거 직후 낸 성명에서도 "우리는 비정규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들은 "오는 4일 조정호 서울지방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줄 테니 점거는 풀어 달라"는 노동청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상수 장관과의 면담 등 정부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농성을 풀 수 없다"며 '점거농성 지속'을 선택했다.

'총파업 100일', 돌아보면 눈물만…"곧 신용불량자 될지도"
▲ 이들은 지난달 30일 전면총파업 100일을 맞았다. ⓒ프레시안

이날 점거농성을 벌인 조합원 가운데 정형기 문화부장을 제외한 농성자 14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이들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던" 총파업 100일을 돌아보며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정애란 씨(45, 가명)는 "말만 시키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뉴코아 강남점에서 일했던 신순희 씨(가명)도 "우리 집은 내가 가장인데 3개 월이 넘도록 월급 한 푼 못 받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질문에 신 씨는 "대출도 받고 현금서비스도 받고 있다"며 "곧 있으면 신용불량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미숙 씨도 "나는 다행이 남편이 수입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우리가 비정규직으로라도 일을 했던 건 수입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은 너무 많았다. 세 번의 점거와 세 번의 공권력 투입에 의한 강제해산도 "참 서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100일이 넘도록 진행된 파업 기간, 곳곳에서 벌인 매장봉쇄 투쟁에서 이랜드 직원들로 구성된 소위 '구사대'와 부딪혀야 했던 것은 여성 노동자에게는 '물리적인 어려움'이었다.

신순희 씨는 "썩은 계란이나 소화기 분말,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면서 집회를 하겠다고 서 있다 보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매일 매일 오늘이 끝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00일을 살았다"며 "노동부가 우리에게 '노조도 양보해라'는 말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해법을 좀 찾아줬으며 좋겠다"는 이들은 언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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