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CBM 시험발사…미국이 허락해줬나?

사거리 4000km의 '아그니-Ⅲ'…"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 국가 확인"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9일(현지시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

인도의 이같은 시험발사에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인도의 한 방송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서도 인도 정부가 ICBM의 시험 발사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미국의 '재가'를 받았음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북 미사일 발사 논란 가운데 인도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인도의 <NDTV>는 인도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아그니-Ⅲ'라는 ICBM이 오전 11시 5분(현지시간) 벵갈만에 있는 휠러 섬의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에는 프라납 무케르지 국방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8일 인도 국방개발연구기구(DRDO)의 나트라잔 소장은 8일 현지 케이블 뉴스 채널인 <CNN-IBN>에 출연해 "아그니-Ⅲ의 발사에 관한 한 우리로서는 모든 기술적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며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사할지는 '윗선'에서 최종 결정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시험 발사된 '아그니-Ⅲ'는 최대 사거리가 4000km에 달하는 미사일로 인도가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장착가능 미사일 가운데 가장 사거리가 긴 것이다. 아그니-Ⅲ는 고체 연료를 사용하며 200~300kg의 핵탄두를 장착했을 때 가장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대 사거리가 6000km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도는 지난 2004년 이미 발사 준비를 완료했지만 파키스탄과의 무기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압력으로 시기를 미뤄 왔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이같은 ICBM의 시험발사를 강행한 의도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 인도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아그니-Ⅲ를 시험발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은 2004년 8월 시험발사된 사정거리 2천500km의 아그니-Ⅱ의 모습. ⓒ연합뉴스

"현 상황에서 시험발사 추진은 미국의 '재가' 받았기 때문"

<CNN-IBN>은 미사일 발사에 앞서 '발사 임박' 소식을 전하며 최근 미사일 7기를 잇따라 발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이같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인도가 국제사회의 여론 주도국인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재가'를 받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트라잔 소장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그니-Ⅲ의 시험발사가 성공하면 최소한 3000km 이상의 지점까지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게 되는 것으로 인도가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 국가로 공인받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은 또 아그니-Ⅲ의 시험발사는 인도와 미국 간의 핵거래가 깨지더라도 인도가 '전략적 자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기 경쟁을 벌이며 정기적으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통상 사전 통보를 하고 있는데 아그니-Ⅲ 발사에 앞서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에 사전 정보를 제공했는지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아그니계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시험발사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500km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