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이 한국 시장을 점령할 것 같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2월 15~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8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마지막 날 미국 통상 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근거하여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면 개방을 위한) 협의를 요청한다면, 한국 정부는 일단 한미 FTA가 발효된 다음에 미국산 쇠고기 수출의 시장 접근을 증대시키기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종훈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을 통하여 미국 쪽에서 여러 차례 흘러나왔던 한미 FTA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쇠고기 재협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미 정부의 쇠고기 물밑 협상에 부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미국 육류수출협회 한국 지사는 "이달 15일부터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새 광고 '월드 클래스 비프(World Class Beef)' 편을 내년 2월까지 방송한다"고 밝혔다. 미국육류수출협회의 캠페인 이름은 '신뢰를 위해(To Trust)'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2011년 5월 4일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측에 공식적으로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의를 요청한 후 7일 이내에 한국 측이 협상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25조에 근거한 것이다.
2011년 5월 12일 미국 하원 농업위원회 청문회에서 톰 발색 미국 농무부 장관은 "한미 FTA 발효 후 공격적 쇠고기 마케팅"을 약속했다. 그리고 보커스 의원은 2011년 10월 "한미 FTA가 발효되고 6개월 안에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위한 재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천기를 누설했다.
보커스 의원은 더욱 구체적으로 "한국과의 협상은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가 주도할 것이며, 매우 영향력이 세고, 한국은 사실상 동의했다"고 밝혔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면 안 됩니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와 의원이 수차례에 걸쳐 한미 FTA가 먼저 발효된 이후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고 홍보했다. 심지어 정부의 홍보 동영상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면 안 됩니다"라는 뻔뻔스러운 문구까지 적혀 있다. (☞바로 보기 :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입니다)
그러나 김종훈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을 통하여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는 정부의 홍보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던 2008년 1월 17일 당시 버시바우 미국 대사와의 면담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쇠고기 이슈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개방될 것"이라고 보증했다.
버시바우 대사가 2008년 3월 25일자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비밀문서에도 "한국의 무역 팀은 이 대통령 방미까지 미국 측 요구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열심히 협상을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무역 팀 대표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자명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행태와 위키리크스 폭로 문서를 통하여 이 문구의 진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여야 됩니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후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
'사료 금지 조치에 대한 과학적 평가'는 김종훈의 꼼수
김종훈 본부장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미국 쇠고기 수출의 (한국 내) 시장 접근을 증대시키기 전에, 소 사료에 대부분 동물의 부산물 사용을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규제 조치가 광우병의 전염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과학적 평가는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사료 규제 조치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연계시키는 김종훈 본부장의 꼼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과학적 평가는 미국 정부의 요구 사항이다. 머랜티스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2011년 4월 7일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한미 FTA의 조속한 의회 비준을 촉구하면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과학 기준에 부합하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쇠고기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는 광우병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없으며, EU 일본 캐나다 등과 비교하더라도 불충분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2006년 미국 정부에게 동물 사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지만, 2008년 4월 공포된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는 광우병 위험 물질중에서 30개월 이상의 뇌와 척수만을 규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뇌와 척수를 제외한 광우병 위험 물질을 돼지, 닭, 칠면조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 비교. ⓒ프레시안 |
미국 소비자 연맹은 현행 미국 정부의 사료 조치가 3개의 커다란 허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 소의 피를 여전히 소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 허점이 있다. 둘째, 닭장 쓰레기를 소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 허점이 있다. 닭장 쓰레기 중 30퍼센트는 사료인데, 닭 사료에는 광우병 위험 물질이 포함된 쇠고기가 섞여 있다. 셋째, 광우병 위험 물질 10퍼센트가 사료 원료로 사용되는 허점이 있다. 왜냐하면 소의 뇌와 척수는 전체 광우병 위험 물질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렌더링 업계도 2008년 1월 11일자로 관리예산국(OMB)에 보낸 의견서에서 "30개월 이상 소에서 뇌, 척수 제거는 비현실적이며, 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소를 구분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령 구분이 곤란하다. 미국은 현재 동물 개체별 식별 시스템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치아 식별법은 소의 대략적인 나이를 판단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나, 규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좋은 지표가 아니다. 또한 제품(육골분 등)에 뇌와 척수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도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30개월 이상 소의 것인지를 아는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현행 사료 규제 조치는 결코 과학적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이를 한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 근거 지표로 삼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 의회조사국이 2011년 3월에 제시한 쇠고기 전면 개방 5가지 꼼수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관련 기사 : '구제역 재앙' 눈 감았나? 韓·美 '쇠고기 전면 개방' 추진 '꼼수')
김종훈 본부장, WTO 사무총장 꿈꾸나?
WTO 각료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의지를 천명한 김종훈 본부장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백악관과 무역대표부 고위 관료들은 지난 2010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당시 김종훈 본부장에게 2013년 임기가 만료되는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후임자로 출마해보라고 권유한 바 있다고 한다.
국익을 두고 협상하는 상대국 대표에게 이러한 권유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권유를 자랑스럽게 언론에 흘리는 정부 고위 관료가 과연 애국자와 매국노 중 어느 편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김종훈 본부장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내년 2월 1일자로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국의 업계에서는 "김종훈 본부장이 한미 FTA 발효를 급하게 서두르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12월 9일자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 관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3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한미 FTA의 비준 작업을 완료할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한국 정부와 여당(한나라당)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한미 FTA를 발효시키려고 한다는 업계의 분석을 전했다. 이러한 분석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버시바우 대사가 2008년 3월 25일자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2급 비밀문서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4월 16일 한미 정상 회담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쇠고기 시장 전면 재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참모진은 4월 9일 총선 전까지 협상 타결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통상 팀은 이 대통령 방미까지 미국 측 요구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협상을 물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2008년 5월 29일자 3급 비밀문서를 보면, 이상득 의원은 주미 대사를 만나 "만약 쇠고기 협상이 6월 4일 재보선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이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어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역사는 2012년에도 반복될 것 같다. 위키리크스 문서의 표현을 차용하여 "한미 FTA 비준을 최대한 서둘러 2012년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하지 않을 수 있다. 2012년 총선 전까지 쇠고기 협상의 타결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통상 팀은 미국 측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쇠고기 협상을 물밑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괴담이 될까.
이처럼 2012년 반복되는 역사는 결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희극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종훈 본부장의 기대와 희망대로 2012년 2월 1일 한미 FTA가 발효되고, 한미 FTA가 2012년 총선 이슈가 되지 않고, 총선 이후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적으로 개방되는 희극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와 같은 상황은 난파선에서 쥐들이 빠져나가듯 이명박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신호탄이 되리라 본다.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의 흥행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대처럼 결코 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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