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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 강원도가 쪽박 차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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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 강원도가 쪽박 차는 지름길!

[평창 동계 올림픽에 반대한다 ①] F1 대회에 비춰본 평창 동계 올림픽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몬스터가 이렇게 크게 자랐어!!!
-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중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자존심?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 후보지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는 5000만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강원도에서 동계 올림픽 유치 문제에 대해 '해야 하니깐 해야 한다'라는 자기 암시적인 합리화가 횡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제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정서적인 접근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이야기들을 억압하고, 더 큰 문제들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린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한 예로 실사단 방문에 맞춰 한 언론사에서는 다른 후보지가 70%를 밑도는 유치 여론를 보이는 반면, 평창의 경우에는 90%가 넘는 압도적인 유치 찬성 여론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사는 경쟁지인 뮌헨과 안시에서의 유치 반대 캠페인을 "볼썽사나운 모습"이라고 폄훼하면서 평창은 "시위 청정 구역"으로 승부한다는 기사를 띄웠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국제 올림픽 유치 앞에서 잠시 멈춰서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 경기 대회는 그 자체로 경제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상식이다. 실제로 하계, 동계 올림픽 역사상 경기 자체로 수익은 본 사례는 다섯 손가락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경기 대회의 유치는 얻는 만큼 잃는 것이 큰 행사이고 무엇보다 이익을 보는 측과 손해를 보는 측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큰 과제로 남는다.

전남의 F1 대회를 보라

무리하게 추진된 국제 경기 대회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 10월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렸던 제1회 F1대회만 봐도 된다. F1 대회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재선을 노리던 도지사의 공약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2010년 3일간의 행사를 가졌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6차례나 더 진행되어야 할 테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당장 2011년 대회를 보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 내 F1 사업 유치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가 2011년 대회가 개최되기 어렵다는 의사를 F1 경기 대회를 운영하는 FOM 측에 밝혔고, 현재 경기장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있는 한국농촌공사와의 부지 매각 협상이 난황을 겪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표피의 문제에 불과하다. F1 대회는 시작 전부터 이런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다.

2006년부터니까 적어도 4년 동안 F1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전라남도와 전라남도도의회는 작년 11월이 되어서야 갑자기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애초에 경기장 설계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어서 공사비가 1000억 원 넘게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과 147억 원을 주고 산 중계권료가 단 15억 원에 팔렸다는 사실, 그리고 2011년 개최권료에 대한 신용장이 2008년에 이미 개설되었음은 물론이고 2010년 개최권료가 당초의 360억 원이 아니라 477억 원이었다는 점 등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F1조직위원회나 전라남도가 F1 대회 유치 및 계약 관계 등에 대해서 백지와 가까울 정도로 세부 사항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작년 11월 19일과 22일 진행된 전라남도도의회의 행정 사무 감사는 'F1 대회 지원 본부' 단 한 곳을 감사하는데 장장 23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도의회의 결의로 F1 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기에 이른다. 감사원은 작년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6주에 가까운 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2011년 예산 중 F1 관련 사업비 635억 원 중 불과 100억 원 남짓 삭감했을 뿐이며, 12월 23일 2차 추경으로 요청된 1267억 원을 통과시켜주었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F1 대회 중간 결산

전라남도는 작년 11월, 민간 연구 기관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를 인용해서 F1 사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1조44억 원이고 7년간 2조4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1회 경기를 통해서 경기 운영 업체인 KAVO가 얻은 총 수입은 165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면 누가 그 많은 경제적 효과를 누린 것일까.

우선 FOM을 들 수 있다. 국제적으로 F1 경기 대회 운영권과 그에 수반한 중계권, 스폰서십 등을 독점하는 기업인데, 1회 대회 개최권료 477억 원, 중계권료 147억 원에 경기장 내 식음료 판매권 수익까지 드러난 것만 6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앉아서 챙겼다. 다음으로는 SK건설이다. 당초 78%의 도급률로 토목 공사가 추진되었던 경기장 건설 사업은 SK건설이 KAVO의 지분 참여자로 나서면서 경기장 전체를 87%의 도급률로 수의 계약했다.

현재까지 4000억 원 이상이 소요되었으니 SK건설이 얻어간 이익 역시 막대하다. 다음으로 KAVO에 명함을 올린 인사들이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가 만든 MBH는 지분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KAVO의 회장 자리를 차지했고, 어떤 이사는 공사 계약 등을 전담하면서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챙겼다. 게다가 억대의 연봉이 지역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전라남도는 지금까지 868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2011년 개최권료 역시 2008년에 이미 개설된 상태로 5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상황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철야 공사에 따른 미지급금이 남아있고, 4만 장에 가까운 공짜표 남발과 '러브호텔 투숙' 논란, 그리고 경기 시설에 대한 F1 관람객들의 불만은 공교롭게도 전라남도의 몫으로 남겨졌다.

▲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IOC 실사가 시작된 16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 점프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뉴시스

동계 올림픽과 F1은 다르다고?

혹시 F1과 동계 올림픽은 국제 대회 기구의 성격에서부터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평면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분명 F1과 동계 올림픽은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차이점보다는 놀랄 정도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강원도가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성한 알펜시아리조트를 보자. 2005년 사업 초기에 1조2700억 원 규모로 시작한 사업은 공사 막바지인 2009년에 이르러 1조6846억 원으로 늘어난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이를 위해서 8222억 원의 공사채를 발행하는데, 2010년 상환액이 1900억 원, 2011년 상황액은 2587억 원에 이른다. 유일하게 이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골프 빌리지를 일반 분양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분양률이 저조하다.

오죽했으면 공사채 발행과 관련하여 행정안전부가 분양률 38% 이하면 매각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을까. 그리고 도지사조차 분양 사업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분양률을 도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올해 알펜시아 사업에 1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고,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141억 원이 편성되어 통과되었다. 강원도는 이미 경기장 건설을 위해 200억 원의 별도 지방채를 발행해놓은 상태다. 이런 강원도 재정의 부실함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유치된다고 해도 복구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F1을 유치한 전라남도와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건 강원도의 공통점은 바로 지방 정부의 재정 부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F1과 동계 올림픽 간의 차이라는 것은 단지 피상적인 차이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금 강원도에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하는 마음은 망하더라도 폼 나게 망해보자는 보상 심리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유치, 주민의 열정을 좀 먹는다

F1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 경기 대회는 얻는 측과 잃는 측이 엄격하게 나뉜다. 강원도의 평창 동계 올림픽 역시 몇몇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것으로 손익 계산이 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경기 유치가 아니라 그 이후다. 과연 국제 경기 대회 유치로 90%가 넘는다는 강원도민의 열정에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강원도민은 경기 이후 자신들에게 날라 갈 청구서의 내용들을 감수할 수 있을까.

어쩌면 동계 올림픽이 유치돼서 국고 지원이 커지면 지금 당장의 재정적인 어려움이야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강원도의 부채 탕감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어야 할 돈은 다른 지역과 합리적으로 나누어 써야 할 돈을 몰아서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방식으로 전국의 모든 지방 정부가 로또하듯이 국제 경기 대회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래서야 합리적인 재정 운용 같은 것이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정말 국제 경기 대회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유치하게 될 경우의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당장 현행 지방세법을 개정해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국제 경기 유치를 위한 '한시적인 목적세'를 걷도록 한다면, 지금과 같이 맹목적인 국제 경기 유치 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고 보조는 이런 목적세의 규모에 맞춰 적절 비율로 지원하면 된다.

국제 경기 대회가 한 순간의 불꽃놀이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으려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부담을 지는가라는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이를 위한 지역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은 지역의 발전 모델을 둘러싼 지역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역의 발전은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의 관심보다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 때 더욱 가능하지 않겠는가. 관광이 지역 발전의 유일한 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국제 경기 대회가 지역을 국제화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그런데 다른 길을 이야기할 틈이 없다.

지금 강원도민이 보이는 그 열정이 금세 실망이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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