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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박근혜식 복지 정도는 세금 안 올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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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박근혜식 복지 정도는 세금 안 올려도 돼"

"미국, 유럽 수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당장 약속한 건 무리없어"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공약 이행을 놓고 '재정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관련기사 보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나서 '증세 없이도 박 당선인의 공약 정도는 지킬 수 있다'며 집권세력의 의지를 강조했다.

장 교수는 23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 측에서 말하는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얼마나 하겠다는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며 박 당선인 공약 수준의 '미흡한' 복지는 증세 없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하다못해 미국 수준까지 올라가겠다고 해도 복지 지출을 2배로 늘려야 한다"며 "그 정도까지 하겠다면 당연히 세금을 올려야 되고, 그냥 여기 하는 수준에서 (지출을) 10~20% 올리겠다고 하면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비 지출 비율이 9~10%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나라 국민소득 반밖에 되지 않는 멕시코에 이어 꼴찌에서 2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복지 안 한다고 하지만 미국도 복지비 지출이 GDP의 20% 가까이 되고 유럽의 스웨덴 같은 곳은 30%도 넘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제 생각에는 굉장히 미흡하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워낙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복지가 미약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지만, 지금 하겠다고 당장 약속한 것은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것이 좋다"며 "지금 당장 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세금도 많이 내고 다 같이 복지 혜택도 많이 받는 보편적인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까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공약'을 넘어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선 결국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지하경제 양성화로 문제 해결될 수준 아냐"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복지를 제대로 안 하면 경제성장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복지제도가 부족하니까 출산율도 떨어져서 잠재 성장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60~70년대는 기술이 단순했기 때문에 직장을 옮길 때 4~6주 재교육 받으면 섬유공장에서 일하다가 전자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기술이 복잡하고 앞으로 더 그렇기 때문에 재교육 받아 다른 부문에 취업하려면 6개월이고 1년이고 걸리는 그런 시대"라며 "(그런데) 실업보험 같은 것도 없고 기초생활 비용 대주는 것은 너무 형편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직업선택이 보수화됐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그런 면에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예를 들어 GDP 대비 복지지출 10% 하던 것을 12~13%로 늘려서 해결될 단계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조금 변두리에서 더 갖고 와서 문제가 해결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구조적인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교수는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글쎄, 뭐 지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별 무리 없이 지킬 수 있겠죠"라고 답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노령연금·정부조직개편, 박근혜 잘 하고 있다"

한편 장 교수는 박 당선인의 최근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장 교수는 박 당선인의 노인연금 공약에 대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령연금이 복지국가의 시작"이라며 "그것은 정치적으로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고 호평했다.

노령연금에 대해 그는 "예를 들어 육아수당은 애 없는 사람도 있고, 실업수당은 근본적으로 장애가 있어서 아예 일을 못 하기 때문에 해당이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나이 먹어서 늙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장 공평한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나온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저는 맞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상기능을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긴 것이라든지,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어 우리나라 산업 업그레이드에 관련된 업무를 한 군데로 결집한다든지, 경제부총리를 부활해서 경제부처 간 정책을 조율한다든지 그런 것은 잘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판자들은 장 교수의 주장을 '국가 주도 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래부가 '공룡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제도가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지는 않다"며 "공룡부서가 되어서 굼뜨고 내부 통제가 잘 안 될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조각나 있던 것을 한 곳에 모아놓고 조율하면 그것 때문에 생기는 효율성도 있다"고 반론했다. 그는 "일단 첫 발은 잘 떼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다가 좀 잘못된 것 같으면 일부 고칠 수 있을 것이고, 운영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정희 모델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 모델이 뭐냐는 정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예전처럼 대통령이 재벌총수에게 악 써서 강제로 '여기다 투자해라, 저기다 투자해라'고 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라면 그건 이미 시대가 지나간 것이고, 어떤 장기 전략을 세워 필요한 투자와 정부 지원을 해서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었다면 그건 항상 유효한 전략"이라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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