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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권영길ㆍ노회찬 같은 불행한 후보 나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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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다시는 권영길ㆍ노회찬 같은 불행한 후보 나와선 안돼"

[좌담] 결선투표제 도입, 바람직한가? 가능한가?

2012년 대선을 맞아 단순다수대표 방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결선투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결선투표제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해 다수결에 의한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제도로,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 뿐 아니라 이른바 '사표(死票) 방지론'에 의해 소수정당이 위축되는 상황을 극복할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결선투표제 도입 논의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20여 년간 제기돼 왔지만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왜일까? <프레시안>은 지난 10일 결선투표제 관련 좌담회를 열고 역대 대선을 돌아보는 한편 현 국면에서의 도입 가능성을 짚어 보았다.

좌담에는 15, 16, 17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권영길 전 의원과 결선투표제 도입 입법공청회를 연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학계에서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시민사회를 대표해 김진욱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함께 자리했다. 진행은 전홍기혜 프레시안 정치팀장이 맡았다. <편집자>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결선투표제 관련 좌담회. ⓒ프레시안(최형락)

"단일후보 대선 의무득표율만도 못한 MB 득표, 심각한 문제"

프레시안 : 올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결선투표제 이야기가 막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1987년 이후 계속 제기됐으나 안 된 것이 또한 결선투표제다. 현재 결선투표제 도입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와 그간 제도도입이 실패한 배경에 대해 얘기를 먼저 해봤으면 한다.

김진욱 : 올해 초 프랑스 대선이 있었고 이집트도 선거가 있었다. 보도에 대한 반응이 바로 제기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되다 보니 여론의 관심이 확인되고, 그런 것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는 주제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여 년 동안 대선 때마다 논의됐는데, (그때마다) 선거에 촉박한 시기라 되지 않았다. 화자도 이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후보들이었다. 제도의 옳고 그름보다 유불리로 해석된 면이 있다.

노회찬 : 대통령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최근 당선되는 대통령의 지지율·득표율이 민주적 정당성을 논하기에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최저다. 전체 유효투표자 대비 30% 수준으로 당선됐다. 헌법 67조 3항에 따르면 후보가 1명일 경우 얻어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이 전체 유권자의 1/3이다. 여기 비춰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하다.

또 다양한 방식의 결선투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 4.11 총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가 있었다. 여러 임의적 방식, 여론조사까지 동원한 후보들 간의 조정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제도화함으로써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책을 담보해낼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우리 현실에서 결선투표제를 하면 정당 난립에 따른 여러 가지 비용과 불안정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는데,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하고 있음에도 다당제는 현실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욕구와 지향을 있는 대로 발현해 내고 유사후보끼리 묶어낼 수 있는, 다원적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면서도 양당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정치발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거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합하다. 늦었다 하지만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결선투표제의 대체효과를 내는 방안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늦은 것은 아니다.

"유일한 도구는 국민여론…그런데 가능성은?"

▲이종걸 민주당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종걸 :
지금껏 논의돼 왔고 필요성이나 논리적인 적합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택되지 못한 과거 역사가 있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가 속한 당의 입장이나 의지가 결정적 변수인데, 그 후보에게 결선투표제는 당선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 후보와 세력은 채택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걸 뒤엎을 수 있는 도구는 현실적인 국민 여론이다. 여론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좌우할 정도의 압박 수단이 될 때 실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지금 여론이 결선투표제 도입에 필요성, 절박성을 느끼고 있는가?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매체 등의 기제를 통해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면 그렇게 바뀔 가능성이 있나? 지금까지 보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논의에 그쳐 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선거든지 단순다수로 선출되는 게 너무 많아 전반적 관행과 선거제도 자체가 그걸로 정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와 경쟁하는 후보도 '이런 정도의 벽은 넘어야 당선되는 게 아니냐, 제도의 이점을 이용해 당선된다면 진정한 당선자가 아니지 않나' 하는 자존심이 있었고 그래서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얘기를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상황을 보면, 현재의 후보자들은 당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정도의 낮은 지지도로 가고 있다. 더구나 당 내에 있지 않은 분이 당 내에 있는 분들보다 높은 지지도를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결선투표를 한다든지 해서 그 분의 지지도를 이전받아야만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 중심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과 국민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진정한 다수대표제를 만들어 내서, 결국 (그것이) 원칙에 부합한다는 범국민적 의사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 때 논의 시작이 가능하지 않나 한다.

권영길 : 지금까지 결선투표제가 현실화되지 않은 2가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먼저 선거법 개정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헌 사항이라는 것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면이 있다. 다음으로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대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능한 것이냐'라고 하는 현실적 문제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논의 과정을 보면 결코 늦은 게 아니고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선거에 대한 입법은 법률적 기한을 넘기면서 선거에 임박해 결정되는 게 대다수다. 지금 제기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반론은 성립될 수 없다. 개헌사항이라는 것도 아니다. 선거법(개정)으로 할 수 있다.

김진욱 : 시기적으로 늦지 않았다. 1987년 직선제가 도입됐는데, 선거법이 10월 말에 대선을 한두 달 앞두고 성안됐다. 12.19 대선을 전제로 하면 5달 이상 남은 상황이다. 과거에 비춰보면 시간은 충분하다. 개헌 사항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헌법 조문에 배치됨 없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고정관념이 있어서 많은 설득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노력의 문제이지 논리적으로는 성립 가능하다. 점점 공감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헌법학자들, 헌법연구관 출신인 학자들이 '조문을 검토해 보니 가능하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

관건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유불리에 있다.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다. 그러나 그 역시 제가 생각할 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하다. 예컨대 어제 노회찬 의원의 입법공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 발언을 해 주셨다. 일찍 시작해 국민 여론을 묶어낸다면 선거의 특수성이 있어 가능성이 있다. 결선투표제가 보편적 명분이 있는 일이라, 특정 세력이 이를 반대한다고 하고 이 세력이 누구를 지지하는지가 구체화되면 그 분도 당선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러면 유력한 분도 생각을 달리하게 되지 않을까. 어떤 방법으로 국민의 힘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오히려 과제가 아닐까 한다.

"결선투표제 했으면 DJ는 대통령 못 됐을 것"

▲강원택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강원택 :
원론적으로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다. 어디까지가 다수냐, 지지가 반대보다 많아야 한다. 절대다수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선에서) 둘만 남겨놓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결선투표제는 다수지배를 실질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장치다. 1987년 대선에서 국민의 절대다수가 민주화 세력이 권력을 잡기를 원했는데도 김영삼과 김대중이 갈라지면서 노태우가 36.6%로 당선됐다. 정권교체가 필연이라 생각했는데 정치인들의 욕심에 의해 안 되는 이런 일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선투표제의 제도적 특징 중 하나는, 소수가 열렬히 지지하지만 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극우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이 그랬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DJ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DJ 지지율이 최대 37~38%가 될 텐데 50% 이상은 그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나 이회창이 됐을 확률이 높다. 정권교체가 아직까지 어려웠을 수도 있다.

또 우리나라의 정치개혁이라는 것이 정당 내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정당을 약화시켰다. 정당이 왜소화되고 있으니 안철수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여론이 뒷받침되면 당을 뛰쳐나가는 게 우선이다. 새누리당에서도 100% 나갈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나가서 만든 정당이 소수당이라고 하지만 결선투표에서 박근혜는 어차피 그 사람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면 당은 쪼개지고, 많아진다. 원내정당 수가 늘어날 거라 보긴 어렵지만 정당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왜 하필 지금 이 논의가 이뤄지는지 보면 정파적 입장이 깔려 있다. 야권연대를 해보니 당 내에서도 어렵고 당 간에도 어렵다. 그래서 한 번 하고 올라가자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건 새누리당에서 절대 안 받는다. 지금 논의될 경우 어떤 면에서는 진보진영의 대표 후보를 보다 정통성 있고 마찰 없이 만들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서 고안된 것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논의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실현 가능성도 크지 않은데 정파적 이해관계를 가진 제도로 받아들여지면 그게 더 문제다. 좀더 원론적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임박해 있어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김진욱 :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정당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 같은 경우 사표심리에 의해 국민의 지지가 있음에도 그 지지만큼 대표되지 못해 정당으로서 발전 못하는 면이 컸다.

또 기존 정당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지만, 이 상태의 기존 정당을 유지하는 게 옳으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정당들은 지역정당이라는 면을 부정할 수 없다. 완화시켜야 하고 지역이 아니라 계층,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타나야 한다. 미래에 합당한 정당정치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결선투표제가 필요하지 않겠나.

권영길 : 진보진영 입장에서의 정파적 이해관계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선거의 방법은 실제로 정파적 관계다. 정파적 이해관계로 오해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게 주저된다는 것은 동의되지 않는다.

왜 이 시기냐는 문제도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제기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빨리 하면 또 '왜 한참 남았는데 지금 하느냐' 할 것 아닌가. 언제든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세 번의 선거에서 후보가 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1997년 이 문제를 절실히 느껴 선거 과정에서나 끝나고나 결선투표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시 민주당이 귀 담아듣지 않았다. 2002년에도 듣지 않았다. 정책선거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 번도 정책선거를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언제 할 거냐, 어떻게 할 거냐, 그러다 보면 선거 끝난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노회찬 :
정파적 이해라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단 것은 일면 사실이다. 다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가 있을 수 있는가? 이번 대선이 끝나고 한다 해도 기존 룰이 유리하다고 스스로 여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언제든 마찬가지다. 1987년 선거에서조차 당시 민정당은 결사반대했을 것 아닌가.

정당정치 약화 또는 정당 체제의 불안정성 높이는 측면 역시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약화냐 강화냐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현 정당정치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로, 한국 현실에서 청산돼야 할 지역주의를 유지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정치개혁의 걸림돌이다. 단순대표제 방식도 영호남에 일정한 패권을 가진 양대 정당을 유지·강화하는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념에 기반을 둔 신생정당은 사표론 때문에 지지세력을 규합하지도 못한 채 성장을 방해받으며 무참히 밟혀 버린다. 지역 정치가 정책 중심으로 변화·발전해야 하는데 현 선거제도는 낡은 정당질서를 온존시키는 역할을 하고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 어떤 식으로 변화·발전되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점까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DJ가 절대로 당선되지 않았을 거라 하시는데 실제로 5번의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가정해 재집계를 해보니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2번이다. 1987년과 1997년이다. 그런데 이 얘기는 결과적으로 보면 (결선투표제가) 어느 특정 정당에게 늘 유리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새누리당에 늘 불리하거나 민주당에 늘 유리한 게 아니다.

"결선투표제, 대선 쟁점으로 만들어야"

이종걸 : 정파적이라는 의미는, 소수 진보정당은 아예 선거 못하고 끝나는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렇다는 의미 같다. 하지만 다원적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한 정파에 유불리가 집중된 건 아니다. 또 강력한 소수를 최종승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결선투표제인데 강력한 소수는 진보 쪽에도 보수 쪽에도 있을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우파나 진보나 공유될 수 있는 이슈 아니겠나.

강원택 : 다원적 정당구조로 가야한다는 것에 동감한다. 그런데 대선 앞두고 결선투표제를 하게 되면 당 중심, 정책 중심이 아니라 사람 차이로 쪼개진다. 박근혜와 정몽준의 정책 차가 크겠나? 또 가령 내일부터 안철수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 정권의 대북정책은 뭐가 되나? 모른다. 결선투표제는 이런 경향을 강화시킬 것이다.

다원적 정치의사를 담으려면 국회의원 수준에서 다당제적 요소를 도입하면 된다. 결선투표제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양당 장악력이 약화되고 4~5개 정도 정당이 생길 것이다. 그때 가서 결선투표제를 논의한다든지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직 인물만이 존재하는 여러 개 정당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 정당은 좋은 정당 같지 않으니 좋게 만들자'는 건 규범적인 거다. 국민 스스로 만든 것이고 지역주의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도 유권자들에게 그게 먹힌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건 추후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고, 1차적으로 힘을 기울인다면 그보다 비례대표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권영길 : 동의하지만 현실적 문제를 말하고 싶다. 정당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동의하지만,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 개혁 중 어느 것이 현실적이냐, 가능성 있는 문제냐는 것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수없이 외쳐왔지만 그건 결선투표제보다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결선투표제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의원이 안 된다고 하면 가능성이 없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특히 야당, 민주당에 바란다. 결선투표제를 선거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이 결선투표제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민주성을 내걸어야 한다. 선거 쟁점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안 하는 속내를 알 수 없다.

노회찬 :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정당이 정책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쪼개질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지 검토 필요하다. 야권은 계속 후보단일화를 해오고 있고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예정된 야권의 결선투표가 분당을 조장하는가, 그렇지 않다. 예컨대 통합진보당 정도의 지지율을 가진 민주당 정치인이 있다면 (당을) 나갈 것인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도의 정책 차별성이 있지 않다면 민주당 안에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직선제 도입 후 25년이 됐는데 한국 정치는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매우 느리지만 지역주의를 탈피하고 정책중심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하지 않는가. 지역주의가 상당한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꼭 국민 선택으로 봐야 하는가? 총선에서 부산 시민의 54%가 새누리당을 지지했는데 의석은 89%를 가져가는 건 민심과 괴리된 면이 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더 중요" vs "지금 도입해야"

이종걸 : 결선투표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비교해 볼 때 어떤 것이 나으냐.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할 때 '이기면 다행이지만 지면 어쩌나' 했다. 곽노현 교육감 때를 보면 단일화 과정에서의 관리가 안 됐다. 룰도 없었고 협상술도 부족하고 위험하기조차 하다. 잘못하면 단일화의 대가가 모조리 불법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 지긋지긋한 단일화 좀 없앴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결선투표제를 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진영에 훨씬 더 많은 이익, 이점이 있을 것이라 봐서 상대방(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영호남 구도에서는 영남이 근소한 차로 이긴다. 결선투표제는 근소한 차로 이기는 세력이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힘들지 않나 싶다.

강원택 : 이론적으로 결선투표제의 1차 선거는 '선택'하는 것이고, 2차 선거는 '배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정당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선 사람들이 정당 이름을 들고 안 나온다. 제도가 행태를 규정하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김두관 지사 같으면 입당 안 하고 정당 밖에서 깔끔한 이미지 갖고 있다가 나올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는 당에 들어가면 때가 묻는다고 한다. 그러면 당에 왜 들어가나? 안철수처럼 폼 잡고 멋있게 있으면 되는 거다.

2002년 당시 3선이었던 정몽준 의원이 본회의에 몇 번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정 의원을 볼 수 있는 건 A매치 열리는 축구장이었다. 그러다 월드컵 때 한 신문이 여론조사에 정 의원을 한 번 넣어 보니 10%가 넘게 나왔고 25%까지 갔다. 정치권 밖에서 세계축구연맹(FIFA) 부회장, 대한축구협회장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들어간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하면) 그런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으로선 안철수 교수도 3세력으로 나오기는 어렵지만 결선투표제는 이 틀을 자체적으로 깨부수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모양 좋게 TV에 나와 좋은 얘기, 멘토 같은 얘기만 하고 그런 사람들(지지율)이 올라간다면 행복한 나라가 되겠나? 차라리 소수정당을 위해서는 DJP 연합 같은 형태가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비슷한 색깔 가진 사람들끼리 힘 합쳐 단일화하겠다는 게 훨씬 현실적이고 떳떳하고, 정책 일관성으로 봐도 그게 더 낫다.

또 결선투표제보다 정당명부제가 더 힘들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선 모든 선거제도 개혁이 다 힘들다. 적어도 비례대표 개혁은 학계 등 여론이 훨씬 나은 상황이다. 비례대표 문제를 풀게 되면 결선투표제를 포함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한국정치 발전에 득보다 실이 많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권영길 :
아니다.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인데, 현재의 단일화 방식은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누구도 단일화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또 민주-진보진영 뿐 아니라 보수도 단일화를 하는데, 뭘 가지고 하느냐 하면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하나로 만들라는 것이다.

또 노무현 효과, 박원순 효과도 있을 수 있지만 제2의 곽노현이 나올 수도 있다. 곽 교육감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이미 법원 1,2심 판결에 따르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현 제도에서는 잠재적인 선거법 범법자가 늘 있을 수 있다. 돈만 대가인가? 자리도 그렇다. 이런 비정상적인 단일화는 안 된다.

강원택 : 지금 문제제기는 다 공감하는데 꼭 결선투표제로 풀어야 하냐는 것이다. 1979년 신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이철승은 유력한 후보였으며 정권에서도 도와줬다. 그런데 YS가 뜻밖에 2차 결선투표에 가서 이기택의 지원을 받아 역전했다. 그에 앞서 1970년 대선후보 선출 때도 1차 투표에서 2위였던 DJ가 2차 투표에서 YS에 역전했다. 그런데도 이철승이나 YS나 다 승복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당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취약해졌다.

동원? 그때도 동원 다 했다. 정당이 원래 동원하는 조직 아닌가. 또 그 때는 대의원 숫자도 몇백 명밖에 안 됐다. 그런데 결과를 다 수용한다. 당 내에서 후보 선출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게 1차적인 거다. 그걸 결선투표제를 통해 풀려 하는 건 옳지 않다.

김진욱 : 정당이 사람을 묶어주는 것은 정책이다. 그게 룰을 수용하는 기반인데, 그게 없으니 정당이 힘이 없어 룰세팅도 안 되는 것이다. 정당을 벗어난 것은 배신이 돼고 정치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

강원택 : 우리나라 정당들도 상당히 발전했고 정책차별성이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 있다. 지금 나타나는 결선투표제 문제는 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서 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면이 있다. 당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풀지 않는 것이다.

"나 같은 불행한 후보 다시 나와선 안돼"

권영길 : 결선투표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정치발전이나 사회 개혁이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다. 전 민노당 대선 후보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민노당은 창당되면서부터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를 내걸었고 그게 '민노당 브랜드'였다.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1997년, 2002년에 이미 지금 민주당이 얘기하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지지가 굉장히 많았다는 게 확인됐을 것이다. 선거 끝나고 만난 사람들이 '다 동의하고 찍고 싶었는데 ○○○ 후보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 그것 때문에 못 찍었다'고 하더라. 문제는 선거가 끝나도 그 수를 확인할 수가 없고 그러니 정책이 나가지 못한다. 국민이 바라고 박수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

이종걸 : 정몽준 의원의 인기는 여전히 정치인으로서의 인기라기보다 축구 인기이고, 안철수 교수라는 분도 정치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맞다. 이런 게 일반화되면 정치에서 정당 비중이 없어지면서 정치가 제자리를 못 찾고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고민은 이해할 것 같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도 비정치적 인기와 정치적 인기는 구별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 순위를 보면 정치인은 100위 안에 못 든다. 영화배우나 가수가 1,2위인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또다른 안철수가 될 것이냐, 그렇지 않다. 안철수, 정몽준은 그 경력이나 활동을 정치 영역으로 봤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도가 높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결선투표제는 사람들의 좀더 정확한 민주적 의사를 반영해내는데 있어 진일보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능성을 보면, 제도화할 수 있는 세력이 동의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고 해서 '결선투표제가 없어서 못 한다'는 식으로 전가시켜 마음의 위안이나 삼는 그런 식의 논의 반복은 없었으면 한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을 앞두고 결선투표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지난 2-3년간 치러진 선거를 통해 '대표성'의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제도도 무결점일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택 교수가 지적한 여러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마무리 발언 해 달라.

노회찬 : 결선투표제 도입에 따라 '국민은 유리한가 불리한가' 하는 점, 정치인이나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이 좋아지는가 나빠지는가 하는 점도 중요히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총선에서 1인2표제를 도입했던 것과 비교하고 싶은데, (도입 전 우려대로) 이게 대단히 거추장스러운 제도이고 혼란이 됐나? 그렇지 않다. 선호도를 다양하게 포함할 수 있는 전략적 투표, 정당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면서 후보는 세력관계를 고려해 찍는 그런 경우를 많이 볼수 있다. 소수의 목소리를 정착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정당투표를 하고 2차 투표는 인물투표를 하는, 이미 총선에서 1인2표제를 하고 있는 것을 2주 간격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선에서) 1표만 갖고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비해 선택권을 다양하게 해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김진욱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진욱 :
대선 때마다 정당체제 밖에서 정주영, 문국현, 안철수 등 유력 인물이 등장해 왔다. 기존 정당체계는 국민 이익을 제대로 대표하는 체제가 아니고 상당 부분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해소돼야 한다.

결선투표제는 지역이 아닌 정책과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정당을 키워냄으로써 국민 의사를 상시적으로 대표하지 못하는 정당체제를 바꿔내는 기여를 할 것이다.

시민 입장에서 한국 선거는 거의 네거티브 선거다. 정책 선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결선투표제가 된다면 2차 투표에서는 정책을 이야기할 공간, 선거가 선거답게 되는 공간이 열린다.

또 지금이 객관적으로 다수 후보들이 등장해 후보 난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것도 아니다.

권영길 : 정치개혁을 위해 결선투표제와 정당명부제라는 두 가지 선거제도가 제기된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결선투표제가 바람직하고 현실적이지 않은가 하는 말씀을 드렸다. 진보정당 입장에서야 정당명부제를 더 강력히 주장해 왔고 이는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정당명부제는 내각제와 연계돼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오히려 결선투표제가 현실 가능하다.

백기완 선생, 권영길, 서울시장 선거 때의 노회찬 같은 불행한 후보는 다시 나오지 않아야 한다. 본인이 대통령 돼야 한다는 것보다 '어느 후보가 안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선거기간 내내 하게 되고, 그 압박감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

나뿐 아니라 민노당 지지자들에게도 불행이다. 한 사람은 선거기간 내내 지지 호소하고 선거운동 했지만 투표소에 들어가서는 다른 사람을 찍었다면서 '이제서야 고백한다. 막상 투표장에서 찍지 못했다. 나의 영원한 부채의식이다'고 하더라. 이런 사람들의 수가 굉장히 많은데 이런 불행은 이제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종걸 : 대선을 여러 번 해봤는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5분의 공통점은 거의 임기 막바지에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거였다. 국민들은 참담했을 것이다. 그것을 봐도 선거제도가 잘못된 건 틀림없는 것 같다. 결선투표제를 하게 되면 과소대표 문제는 좀더 해결되지 않겠나 한다. 일거에 낙원을 구하기는 어려워도 좀더 나은 제도를 선택하는 면에서 '그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다만 결선투표제만 해결되면 대통령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한다면 그것도 오류다. 병렬적인 제도들을 동시에 논의해, 조금 나은 제도들을 한 세트로 일거에 해보면 좋지 않겠나. 저쪽(여당)에서 원하지 않으면 되지도 않을 것인데 결선투표제에 이렇게 목숨 거는 것보다 훌륭한 후보 하나 더 뽑는 게 낫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강원택 : 상황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넓은 도로가 있다 치자. 건너다니기 머니까 횡단보도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 문제는 해결됐지만 교통 나빠지고 공기 나빠지고 사고가 많이 나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항상 존재한다.

대통령을 뽑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해결하자는 것은 단순한 논의다. 한국은 안정적 민주질서를 갖춰왔고 그런대로 잘 굴러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제도를 도입할 때는 폭넓은 시각에서 장단점과 다른 제도에 미칠 영향을 같이 고민해보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원론적으로 다수 지배인 민주주의에서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기초이지만, 도입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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