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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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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한윤수의 '오랑캐꽃']<658>

태국인 불법체류자 8명을 쓰다가
한 달 만에 내보낸 회사가 있다.
임금도 안 주고!

내가 전화하자 사장님이 말했다.
"돈 줄 테니 통장 사본을 보내주세요."

그러나 전화 끊고 물어보니 통장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아는 은행에 가서 보증서고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 주는데
어느결에 소문을 듣고 그 회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불청객까지 따라와서 9명이 만들었다.

다들 현금인출기로 달려가 돈 넣고 빼는 걸 연습하는데
가장 흥분한 것은 나중에 끼어든 불청객이다.

너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저도 사귀어보면 나쁜 놈이 아니거든요."
"근데?"
"통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들 부정적으로 보더라구요."
"그래 이제 괜찮을 거 같으냐?"
"그럼요. 나아지죠!"
하더니
허공을 노려보며 외쳤다.

"*타와차이! 이래도 내가 통장 없는 거지냐?"

*타와차이 : 태국인 중에 가장 흔한 이름으로, 아마 그의 회사 동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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