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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의 탈을 쓴 '빅 브라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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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의 탈을 쓴 '빅 브라더'가 온다

[미디어악법 물렀거라]<13>특권층에게 대의 민주주의를 넘겨줄 것인가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고만 생각했던 '빅브라더'의 음험한 그림자가 이 땅에 어른거린다. 부와 권력을 장악한 1%의 세력들이 이 땅의 정보와 미디어를 항구적으로 장악하려는 음모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국민이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해야 하는 지까지 미리 꼼꼼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빅 브라더'가 정말로 등장하는 건 아닌지…. 섬뜩한 공포감이 엄습한다.

영원한 '앙시앙 레짐'을 위한 방벽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선출된 권력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 두 부류가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선출된 권력으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정치세력을 들 수 있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는 재벌과 검찰, 사법부, 언론 등을 꼽을 수 있다. 두 권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앙시앵 레짐'(구체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견고하기만 했던 앙시앵 레짐의 보호 벽에 숭숭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사회 곳곳에 불어 닥친 민주화 바람 때문이다. 특권층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불쾌한 일들이 사회 도처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상것들이 숟가락을 들고 자기들과 겸상을 하자고 덤비기 시작한 것이다. 일개 네티즌이 내놓은 정확한 시장 예측과 분석 때문에 경제주무 장관이 망신을 당하고, 재벌과 정치권력간의 검은 거래를 폭로하는 양심선언이 터지고, 서울광장과 아고라 등 온-오프라인 광장에선 시민들이 치켜든 촛불과 아우성이 걷잡을 수 없이 피어올랐다. 자신들이 장악을 하지 못한 문화방송(MBC)등 지상파 방송이 내보내는 까칠한 뉴스들도 그들의 비위를 거슬렀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자신들의 나팔수로 존재하던 미디어매체들의 일부가 어느 순간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불편한 존재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앙시앵 레짐은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일부 잃어버렸던 권력을 되찾았다.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지난 10년 동안 허물어진 특권층 보호 벽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온 놈이 온 말을 하는 시끄러운 세상을 뜯어 고치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이다. 우선은 자신들의 통제 밖으로 벗어난 방송매체들을 다시 장악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낙하산 인사를 통해 한국방송공사(KBS)와 YTN을 장악한 그들은 이제 MBC 접수를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무엇보다도 이 땅의 모든 미디어매체를 특권층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는 도구로 묶어두는 항구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모든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든든한 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미디어법이 아닐까?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넘겨줌으로써 이 땅의 모든 미디어를 자신들의 손아귀 안에 틀어쥐려는 시나리오 일 거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당장 시급한 민생현안과는 무관한 법안을 민생법안이라고 우기고, 통계치까지 왜곡하면서 취업유발 효과를 부풀리는 등 생떼를 쓰면서 미디어법안을 밀어붙이는 속내 일 것이다.

조·중·동 외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암흑천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1% 특권층들이 무슨 일을 할지라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조·중·동의 논조와 비슷한 왜곡된 이야기 이외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암흑천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재벌들은 5%도 안 되는 기업의 지분으로 황제경영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안대로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의 20%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면 그 방송의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1%의 특권층들은 조중동과 재벌이 만드는 신문 및 방송의 든든한 방벽 안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지낼 수 있게 된다. 몇 년에 한 번씩 치르는 선거 때나 국민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누는 불편만 감수하면 된다. 이 땅의 특권층들은 대의민주주의의가 얼마나 편리한 제도인지를 꿰뚫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인 박노자 교수의 말마따나 부르주아 대의민주주의는 선거 이외의 기간에는 정부의 통치 행위에 국민들이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의 역할도 투표가 끝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1%의 담장 안으로 숨어 버린다. 재벌과 검찰, 사법부, 언론 등 선출되지 않는 권력들은 선출 권력을 비호하고 재생산 하는 견고한 방호벽들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대의'를 방기한다면

대의민주주의가 '대의'의 책임을 방기하면 가장 비민주적인 폭력으로 돌변한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은 국민들의 70퍼센트 안팎이 반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언론 현업인, 지역사회, 학계 등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미디어공공성포럼' 소속 언론학자 140명은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특정 신문과 재벌을 위한 언론 법안이 강행 처리되어 통과된다면, 여론다양성과 민주주의는 다시 회복키 어려운 상황으로 악화될 것이며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체제마저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도대로 언론 관련법이 개정되면 재벌과 거대신문의 방송 겸영이 허가되어 가뜩이나 심각한 여론 독과점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인터넷 규제와 검열을 통해 국민의 표현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민들의 목소리는 대의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무시된다. 법안을 만드는 건 국회의원들이지 국민 대다수의 의견과는 무관하다는 주장 아닌가. 그러나 대의민주주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존중할 때 그 정당성을 갖는다.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이 무슨 국민의 대표인가. 한나라당이 끝끝내 1%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그 파국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당신들이 원하는 '빅 브라더'는 결단코 이 땅에 들어서지 못한다.

※연재 '미디어악법 물렀거라'는 <프레시안>과 언론광장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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