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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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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한윤수의 '오랑캐꽃']<86>

무지하게 미움을 받는 근로자가 있다. 어느 정도로 미움을 받느냐 하면 회사 사람들은 그를 마치 벌레처럼 싫어한다. 베트남 노동자인 그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충이다.

충이 처음부터 미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는 좀 약삭빠른 구석이 있긴 하지만 보통 베트남 사람하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일을 잘했다. 일 잘하는 사람을 누가 싫어하랴? 한국 사람들은 처음엔 오히려 <인간성이 좋다>며 그를 좋아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는 그를 <나쁜 놈>이라고 부른다.

그럼 왜 <인간성 좋은 사람>이 <나쁜 놈>이 되었을까? 그것은 충이 변했기 때문이다. 왜 변했을까? 사실 충이 변한 것은 한국 직원들이 그를 특별 대우한 데 큰 책임이 있다. 충은 숙련공이었다. 숙련공은 어디 가나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대우가 지나치면 사람이 변한다는 것. 사실은 요게 진짜 문제다.

회사에는 충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트남 노동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충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둘이 으르렁거리느라고 라인이 설 정도였다. 회사에선 두 사람 중 하나를 내보기로 작정했다. 사장님은 충을 남게 하고 상대방을 내보냈다. 왜냐하면 충이 조금 더 일을 잘했으니까.

3년 근무를 마치고 베트남에 다니러 갈 때도 한국 직원들은 돈을 모아 여비를 마련해주었다. 그의 마음을 잡아두려고 비행기 표를 사준 것. 물론 뒤에서 사장님이 시킨 일이지만. 그는 이 정도로 특별대우를 받았다.

베트남에 갔다 온 뒤 그가 갑자기 변했다. 전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고 여기저기 아프다며 병원에 다니게 된 것이다. 한국 직원들은
"똥 누러 갈 적 다르고 올 적 다르다니까!"
하며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변했다. 하지만 아픈 것도 사실이었다.
충이 다니는 회사는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자동차부품 회사로 새시를 찍어내는 일을 주로 했다. 그런데 생산라인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된데 문제가 있었다. 충은 왼손잡이였으니까. 금형기계가 내려와 새시를 찍으면 그는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오른손으로 그걸 들어 왼쪽으로 옮겨놓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때 왼쪽 어깨가 댕겨지며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3년은 잘 참았다. 하지만 재입국하고 나서 3개월부터는 너무나 아파서 직장 이동을 요구했다. 회사에선
"재입국해주니까 이직하겠단 말이지?"
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2주 동안 치료는 받게 해주었다.

그는 매일 아침 8시에 회사를 나와 발안에 있는 병원에 와서 10시까지 물리치료를 받고 10시 20분에 회사로 복귀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바쁜 날은 공장장이 차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때부터 미운 털이 박혔다.

얼마 안 있어 그는 <이간질 잘하는 놈>으로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회사로 면접을 보러 오면
"이 공장 나빠. 다른 공장 가!"
하는 식으로 악선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몇 시간 일하냐고 물어서 요즘 잔업이 없다고 했을 뿐이에요."
하고 변명했다.

또한 그는 지역 교회를 등에 업고 별별 부탁을 다한다는 비난도 들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인사담당자가 나에게 하소연했으니까.
"발안 교회에서도 전화 오고, 수원 교회에서도 전화가 와요. 아프니까 회사 바꿔달라고."

결국 그는 무슨 일을 하든 무조건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하루는 인사담당자가 충의 여권을 책상 위에 놓았다. 그는 자기 여권이 책상 위에 있으니까
"이게 왜 여기 있지?"
하며 챙겨 갔다. 자기 여권 자기가 갖고 간 거니까, 별 잘못은 아니었지만 인사담당자는 흥분했다.
"여권을 가져가면서 나한테 말도 안하고 갖고 가?"

한국 직원들은 그를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빨리 내보내기를 원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1년 계약 만기 단 하루 전에 해고한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 부당해고였고, 부당해고를 하면 회사에도 불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충을 짜른 것은 그를 빈대로 여겼기 때문이다.
왜 우리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초가삼간이 다 타도 빈대 죽은 것만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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