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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돕는 쉬운 방법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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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돕는 쉬운 방법 Ⅱ

[한윤수의 '오랑캐꽃']<74>

한 나그네가 삽짝 밖에 와서
"주인 좀 보입시다."
주인을 찾으니 나이 사오십 되어 보이는 사나이가 안에서 나오며
"무슨 일로 찾소?"
하고 나그네의 아래위를 훑어본다. 나그네가
"집 없는 과객으로 하룻밤 자자고 왔소."
온 뜻을 말하니 그 사나이가
"잘 데 없소."
하고 거절하는 것을 나그네가
"방이 없으면 봉노도 좋고 헛간도 좋소."
하니 그제야 사나이가
"들어오오."
하고 말한다.(*)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삼천리 방방곡곡 어느 마을에서든 위와 같은 풍경이 거의 매일 저녁 벌어졌다. 나그네를 재워주는 우리 인심이 이렇게 좋았는데, 지금은 돈이 없으면 나그네가 잘 데가 없다는 게 슬프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직하면 당장 잘 데가 없다. 하루 이틀이야 여관 신세를 지거나 친구네 회사의 기숙사에 숨어들어가 끼어 잘 수 있지만 그것도 며칠 지나면 눈치가 보여서 견디기 어렵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쉼터인데, 쉼터가 정작 필요한 곳에 없다는 게 문제다.

우리 센터가 있는 경기도 화성시를 예로 들어보자. 외국인 합법체류자만 2만 4천명이 넘는데 제대로 된 쉼터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왕림이란 곳에 천주교 신부님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하여 세운 여성쉼터가 하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비좁아서 세 명 이상은 자기 어렵고, 항시 대기 인원이 많아 사흘 이상 머무르기 어려우니 큰 도움은 못된다.

그래서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제안을 하고 싶다. 외국인을 돕고 싶다면 그들이 임시로 먹고 잘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왜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가. 나그네를 흔연 대접하라고.

물론 한 개인이 쉼터를 세우고 운영하긴 어렵다. 그러나 교회나 절 같은 기관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나 절에서 봉사 차원에서 쉼터를 만들고 운영해주시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이다. 이건 꼭 필요하고 보람 있는 일이다.

만일 장소와 봉사인력은 있는데 재정 형편이 어려워 매달 지출하는 경비 마련이 어렵다면 우리 센터와 같은 비영리민간단체와 손을 잡으면 된다. 정부 지원을 받든, 민간의 후원을 받든, 어떻게든 경비를 마련해 볼 테니까. 왜 연합하여 선(善)을 이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쉼터를 운영하면 외국인들이 그곳을 중심으로 모이므로 선교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신자들이 봉사할 곳을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돕기만 하면 된다.

(*) : 서두의 문장은 벽초의 임꺽정 1권 봉단편의 <이교리 안신> 장면 중 도주하던 이교리가 함흥 백정의 집에 와서 하룻밤 숙식을 청하는 대목을 인용하되, 외람스럽게도 요약 변형한 것이다. 저자의 양해를 구한다.

*또 하나의 제안 : 필자는 이미 2월 19일자 <프레시안>에 '외국인을 돕는 쉬운 방법'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내용은 직장을 찾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신해서 회사에 전화를 해달라는 것.


사실은 이 제안에 대한 반응이 자못 궁금했는데 어제서야 구체적인 성과를 알 수 있었다. S 고용지원센터 L 소장이 이런 얘길 들려주었으니까.

"고용지원센터 2층 소파에 웬 아줌마들이 죽 앉아 있더라구요. 처음엔 무슨 브로커가 아닌가 의심했는데 가만히 보니 교회 권사님들이에요. 외국인이 알선장을 받는 족족 전화를 해주고 있더라니까요."

필자는 각 도시의 고용지원센터 근처에 있는 교회들이 전화봉사 해주기를 바랬는데, 실제로 그 교회들이 호응해준 것이다. 참여한 교회들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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