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제동 "웃음 속에서 정치적 참여는 가능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제동 "웃음 속에서 정치적 참여는 가능하다"

[현장]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첫 강사 김제동 씨

요즘 인기 방송인 김제동 씨는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에 편입한 그는 신영복 선생님의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 등의 수업을 듣는다. 처음엔 함께 듣는 학생들이 "연예인인데 이렇게 학교를 열심히 다닐지 몰랐다"고 하다가 3주가 지나니 "일이 없어요?"라고 묻는다.

김제동 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앎의 즐거움'이라는 주제의 강사로 섰다.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이한 참여연대가 '월요 민주주의 학교', '화요 인문학교', '수요 고전세미나' 등으로 짜인 아카데미 느티나무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오픈 특강으로 김제동 씨를 강사로 초청한 것.

"저는 전문대 출신이다. 강의할 자격이 있을까. 그러나 학력이란 그 사람이 배워온 이력이라는 뜻도 있으나 배우고자 하는 노력, 배우고자 하는 힘이라는 뜻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 있으면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것 아닌가. 요즘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참 배우는 게 많다.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나'라는 질문에 100명의 어른들은 다 똑같이 '물'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한 아이는 '봄이 됩니다'라고 하고 어떤 아이는 '꽃이 됩니다'라고 한다. 배움이라는 것이 도처에 산재해 있음을 실감한다."

"영어 괴롭게 해야할 필요 있나"

그러나 '앎'이 의무이자 권력인 한국 사회에서 '배움'과 '즐거움'은 선뜻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번 느티나무 교육프로그램에서 '세익스피어 400년'이라는 주제로 강좌를 진행할 진영종 참여연대 느티나무 원장은 "배움의 '괴로움'이란 세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은 수업에서 돌아오는 학생과 같지만 연인과 헤어지는 것은 학교로 향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라고 거들었다.

▲ 24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에 첫 강사로 나선 방송인 김제동 씨. ⓒ프레시안
김제동 씨도 '괴로운 배움'의 대명사인 영어 교육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짧은 영어로 미국인과 이라크 전쟁에 대해 토론한 사례를 들어 "웃으면서 영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TV에서 캐나다의 한 선생님이 '언어의 목적은 단 하나다. 소통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면서 "그렇다. 사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발음, 정말 한국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해도 누가 반기문 사무총장 영어 못한다고 하는 사람 있는가"라고 물었다.

"사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몇십 년간 우리나라 말로만 대화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물론 잘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나 못한다고 해서 수치스러운 것은 아니지 않나. 더구나 발음이 안 좋다고 해서 그럴 필요는 없다. 외국 사람들 한국 발음 보라. <미녀들의 수다>에서 발음 못하는 것은 '귀엽다'고 하면서 우리가 발음 못하는 것은 왜 귀엽다고 하지 않나.

우리나라 지도자들 외국 가서 영어로 연설도 하는데 미국이나 영국 총리가 한국말로 연설하면 어떻겠나. 다들 미친다. 난리 난다. '한미동맹이 더 굳건해진다'고 난리 날 것이다. 그런데 의원님들이나 외국 사절들 왜 외국 가서 우리말로 하지 않고 영어로 하나. 물론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좋으나 그렇게 해야 한국어 학과도 생기고 일자리도 하나 더 생기지 않겠느냐."

그는 "누구를 비판하거나 비난하자는 뜻에서 드리는 말이 아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있으면 영어도 웃으면서 하지 않겠냐는 뜻"이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영어로 길을 가르쳐주는 한국인보다 반가워하면서 손을 잡고 직접 데려다주는 할머니들을 더 기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3년 내 대안학교를 세울 겁니다"

사람들을 웃기는 게 직업인 그는 "사람들은 '시야'가 달라질 때 웃는다"고 정의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것중 하나가 웃음이다. 또 어떤 학자는 '인간이 두발 동물로 서면서 시야가 달라져 진화했다'고 하더라"면서 "엎드려서 보던 것을 일어서서 보니 크게 보이는 것도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시야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웃는 것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크게 달려있다. 웃음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고자 한다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웃기기를 원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유머를 해도 웃지 않는다. 그가 싫고 그가 가지고 있는게 싫으니까 그렇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보며 웃는 것은 무엇을 해도 좋기 때문이지 유머 기술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 김제동 씨의 강의에 참석한 시민들이 즐겁게 웃고 있다. ⓒ프레시안

김제동 씨는 최근 방송에서 거듭 대안학교를 세울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2~3년 내에 대안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15분 수업, 45분 휴식을 목표로 해서 아이들에게 노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 낯선 아이들 20명을 모아두고 아무것도 안 하면 그 아이들은 한 시간동안 아무것도 못한다. 컴퓨터가 없으면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른다. 또래집단과 잘 놀기 힘들다. 아이들끼리 잘 소통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것이 제 꿈이자 목표다. 아이들은 반드시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차별받지 않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든 부모가 가진 돈에 평가받지 않을 고유한 권리가 있다. 자꾸 경쟁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출발선이 다르지 않은가.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 의미가 있는가. 초등학교에 국제중 입학 현수막이 걸리는 것이 정상인가.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을 꼭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나중에라도 대안학교서 강의해주고 싶은 분이 계시면 도와주시길 바란다."

"웃음 속에서 정치적 참여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꿈을 가진 김제동 씨에게 한 방청객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김제동 씨는 말씀하는 것을 보면 '색'은 있는 것 같은데 몇몇 연예인들 처럼 딱 드러내고 '참여'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참여할 생각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연예인이 참여하는 게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 김제동 씨는 "2~3년 내에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프레시안

그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정치색은, 저는 물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너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부담이다. 모두를 웃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적어도 즐겁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까지 정치를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내가 하려는 대안학교도 참여의 일종이고 지난번에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서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알다시피 나는 대통령 취임식 사회자다. 누구 하나 이 땅에서 대통령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나. WBC 응원할 때 오른손 왼손 다 들고 응원하지 않나. 미워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러나 도저히 상식에 맞지 않다면 할 수 없다. 촛불이 아니라 라이타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라며 "정말 아니다 싶은 '사이버 모욕죄' 이런 것이나 '오렌지, 어뤤지' 이런 것에는 사안별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제 철학은 웃음 속에서 정치적 참여는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앎의 즐거움, 모든 변화의 첫 걸음이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앎의 즐거움, 모든 변화의 첫 걸음이다"라는 모토로 2009년 1학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오는 31일부터 서울 종로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2009년 상반기 내내 열린다.

'월요 민주주의학교'는 1기 '경제교실', 2기 '사회정치교실'로 꾸려져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왜 현재의 위기에 처해 있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짚어본다. '화요 인문학교'에서는 '뒤집어보는 종교, 전쟁, 평화'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수요 고전 세미나'에서는 '세익스피어 400년'과 '민주주의 관점으로 다시 보는 영미문학'이라는 주제로 영미 문학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간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굿모닝 세미나'에서는 '노 선생의 비밀스런 서양미술사'와 '세상을 블렌딩한 커피이야기'라는 주제로 문화 세미나를 진행한다.

참여연대 건물 느티나무홀에서 진행되는 2009년 1학기 프로그램은 강좌별로 4~10강으로 이뤄지며 수강료는 4만~15만원.

(02)723-0580. www. peoplepower21.org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