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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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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퇴직

[한윤수의 '오랑캐꽃'] 〈3〉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따르릉 걸려왔다.

"알로!"
하는 걸 보니 베트남 사람이다.

"지금 베트남(통역) 없어요!"
했더니 뭐라뭐라 하다가 이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저는 택시 기산데요. 여기 마도에서 가고 있는데 거기(노동자센터) 위치가 어떻게 돼요?"

마도라면 20Km 이상 떨어진 곳인데 택시값만 해도 몇 만원 나오겠다.

"발안 파출소 근처예요. 현대치과 3층!"

30분쯤 후 베트남 청년 넷이 새파래진 얼굴로 들어왔다.

"나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장님 가! 가!"

떠듬떠듬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1년 계약만기 불과 2일 전에 강제퇴직을 당했다는 것이다. 1년에서 하루라도 모자라면 퇴직금을 안 줘도 되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른다! 어쨌든 나라 망신이다.

고용지원센터에 전화해보니 노동자 4명 모두 퇴직한 것으로 이미 신고 처리가 되어 있다. 회사의 높은 분들, 참으로 약삭빠른 사람들이다. 이게 퇴직금 떼어먹는 새로운 수법인데 2008년 들어서 극성을 부린다. 우리 센터에 접수된 것만 해도 20여건이고 특히 마도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런 회사에서 흔히 쓰는 수법은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것이다.

"너는 일거리 없어. 오늘부터 쉬어 "
"가고 싶은 회사로 가."

외국인들은 이러면 거의 백 프로 회사를 나온다. 설마 그런 얕은 수작에 넘어가랴 싶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 1년도 안된 외국인들은 쉽게 넘어간다.

나는 편지와 약도를 들려서 고용지원센터로 베트남 노동자들을 보냈다.

1시간쯤 후 고용지원센터 인력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에 얘기했어요. 이틀 더 일 시키고 퇴직금 주라고."

나도 모르게 전화통에다 절을 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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