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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 〈2〉 베트남 노동자, 썬

베트남 사람들은 대개 허리가 약하다. 주물공장에서 일하다가는 허리를 다치기 쉽다. 쇳물 한 바가지 무게가 40키로가 넘으니까.

썬은 주물공장에서 13개월 일했다. 매일 쇳물 바가지를 기울여 주형틀에 붓는 것은 견딜 만했지만, 10키로 무게의 모래 그릇을 무릎 아래에서 들어 30회 이상 흔드는 작업을 반복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

화성보건소를 향하여 좁은 찻길을 걷는데, 뒤따라오는 순한 눈이 왜 그리 슬퍼보이는지 이 사람 꼭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요추 4번이 심하게 휘고 튀어나왔다. 계속 일해도 되느냐는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펄쩍 뛰었다.

"최소 한 달은 쉬어야 하구, 어서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찰을 받아보세요."

수원의료원에 썬을 데려가 입원수속을 밟았다. 입원실 배정에 시간이 걸려 병원 앞 식당에 나가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썬은 자기가 점심값을 내려고 들었다. 신세를 지면 꼭 보답하려고 드는 것이 베트남 사람의 특징이다.

썬이 입원 치료를 받는 18일 동안 나는 며칠에 한번 의사를 만나러 갔다. 산재로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만성병은 산재로 처리하기 어려워요. 작업과 질병 사이에 분명한 연관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거든요."

어쨌든 썬은 내가 언제 오나 어찌 그리 귀신같이 아는지, 항상 병원 로비에 나와서 나를 기다렸다. 베트남 사람이 대개 영리하지만 썬은 특별하다.
▲ 주물공장에서 일하는 썬

썬의 희망은 허리를 다친 주물공장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장님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일이 너무나 힘들어서 불법체류자가 될 것을 각오하고 도망치는 노동자가 속출하는 판에 단 한 사람이라도 아쉬웠으니까. 나는 결국 노동부에 진정했고, 그 결과 공무원 두 분이 썬을 앞세우고 회사를 전격 방문했다. 그날 썬이 내 핸드폰에 문자를 보냈으니

<목사님 썬은 공무원 2인은 지금 회사 가요>

기가 막히다. 외국인으로서 이 정도로 문자를 잘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공장으로 안전 진단을 나가보면 솔직히 미비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무원들이 미비점을 추궁해 나가자, 사장님은 여러 가지로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래도 사장님은 일주일을 더 버텼다. 여드레째 되던 날 사장님은 결국 항복하고 썬을 내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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