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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상회담, 평화에 대한 의지 확인이 중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02]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드디어 오늘부터 사흘 동안 2007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오늘 오전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분단 62년 만에,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또, 평양 공식 환영행사장에서는 예정에 없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현재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으며 오늘 오후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에 이어 7년 만에 열리는 회담으로..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번영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1차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으로 정상회담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을 초대해 이번 2007 남북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입니다. 김형기 전 차관은 1951년 부산출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법학대학원 LLM(법학석사)과정을 졸업했습니다. 1977년 통일부에 들어와 통일부 정보분석실장, 청와대 통일비서관, 남북회담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2003년 3월 통일부 차관을 끝으로 통일부를 떠날 때까지 정부 대북정책의 입안과 실행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특히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으로서 정상회담 상황실장을 맡아 6.15공동선언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오늘부터 2007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요 1차 정상회담 당시 상황실장을 지내신 분으로서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하시겠습니다.

▲ ⓒ프레시안

김형기 :
저로서도 아무래도 남다르게 감회가 깊습니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두 정상이 포옹을 나눴을 때 국민 모두가 뭉클한 감격을 느꼈을 겁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 포개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오늘 아침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시고 승용차로 군사분계선에 가셔서 도보로 건너가시는 걸 보셨을 텐데, 당초 김정일 위원장이 영접을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로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환영 장소를 바꿔서 김정일 위원장이 나오셨어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김형기 : 김정일 위원장은 그야말로 다 아시는 대로 파격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게 되면 그것이 또 정례화 되는 것이 아니냐, 정형화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됩니다. 그러나 오늘 마중을 나온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1차 정상회담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성의를 최선을 다해서 보인 게 아니냐 생각됩니다. 1차 회담에서는 순안공항이라는 공항의 특성이 있었고 또 아무래도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조금 연로했기 때문에 좀 배려를 한다는 측면의 상황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만 이번에도 연두에 수십만 인민들이 나와서 환영했고. 의전 문제도 전과 다름없이 진행된 것이 아니냐. 오히려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라는 2차 회담의 특성에 맞는 분위기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박인규 :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에는 다음번 정상회담이 빠르면 다음해, 어쩌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자그마치 7년이 지난 다음에 열렸습니다. 만시지탄이란 말도 있고 우여곡절이란 말도 있는데 어쨌든 남북정상회담이 7년 만에 다시 성사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형기 : 남북관계사를 돌아보면 1980년대까지는 서로가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립과 불신만 있었습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탄생시키면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침략하지 않고 교류 협력해서 통일 기반을 닦아나가자는 평화와 공존의 약속이 이뤄진 겁니다. 2000년 정상회담에 와서야 이런 약속들이 실천에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남북 관계는 화해와 협력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큰 물줄기를 형성해온 과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남북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평화를 제도화해나가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여건, 그리고 환경도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때와는 많이 다르죠. 1999년에 남북 왕래 인원이 5600여 명에 머물렀습니다만 지금 어떻습니까. 작년에 왕래 인원이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또 주변국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고 있고 북한 핵문제도 해결의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굳이 집어서 또 차이가 하나 더 있다면 1차 회담에 비해서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쪽의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열린다는 점도 하나 짚을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남북 간의 교류, 협력, 신뢰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거라고 진단하셨는데요 무엇보다 회담을 통해서 뭔가 알맹이 있는 성과가 나와야 될 텐데 그러다 보니 의제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왜 의제를 정하지 않느냐... 정상회담에서 의제라는 건 어떻게, 특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어떻게 정해지는 겁니까?

김형기 :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의제는 포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무제한입니다. 어떤 문제든지 상정하고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일방이 어떤 현안은 다루지 말자고 미리 제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2000년 회담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번영, 그리고 통일 문제, 이런 포괄적 의제를 설정했습니다. 대체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 그리고 향후의 방향설정, 그런 큰 틀에서 논의하고 공감대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물론 세부적,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논의는 이뤄질 수 있겠죠.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되는 사항도 원칙적이고 포괄적으로 표현되는데 그건 하위회담에서 논의해나갈 사항이 또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탄력적으로 풀어나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가 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아무래도 경제공동체 얘기도 나오고 투자 개념으로서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말이 나와서 경제가 중요한 의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는데, 어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무엇보닫도 평화 정착 문제에 힘을 기울이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어떻게 봐야 됩니까? 어디가 더 중요하다 나눌 수 있는 겁니까?

김형기 : 사실 따지고 보면 안보와 경협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안보는 우리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생존 문제죠. 그리고 또 안보가 튼튼하지 않으면 대북정책도 유연하고 탄력성 있게 추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또 경협을 통해서 북한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그것은 또 평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죠. 이것을 균형있게 고려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큰 콘셉트랄까, 이것은 역시 경제공동체 형성과정을 더욱 가속화해나가는 것.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보려는 것. 이 두 가지로 잡을 수 있지 않겠냐,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정상회담에서의 의제라는 것은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고 경제냐 평화냐가 서로 나눠지는 게 아니고 함께 가는 것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이미 공식 환영행사장에 김정일 위원장이 나왔고, 노무현 대통령과 두 분 간의 말씀이 있었겠죠. 내일 공식적인 회담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부터 이미 회담이 시작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김형기 : 그렇습니다. 시작이 된 것입니다. 형식과 내용은 함께 굴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의전 그 자체가, 또 회담 행사의 여러 가지 운영이 시작됨으로서 정상회담은 같이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북한 체제의 특성상 밑의 실무자들이 이런 걸 의제로 말씀하십시오... 하고 올릴 수가 없다는 지적을 많이 하시던데 1차 정상회담 때는 어떤 식으로 두 분이 자유스럽게 말씀하신 건가요? 어떤 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김형기 : 대체로 남북관계 전반을 평가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우리 측의 생각을 전하고 또 북한으로서는 북한의 생각을 얘기하고. 그 가운데 공통점이 있다면 공통된 것을 정리해나가고, 또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설득하고 이런 과정을 밟아가면서 결국 6.15공동선언이라는 기념비를 세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큰 틀에서 남이나 북이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군요. 오늘 아침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에서 인식상의 차이를 줄이겠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도 정상회담의 하나의 중요한 몫이 될 수 있겠습니다.

김형기 : 그렇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구체적인 의제로 들어가서, 평화냐 경제지원이냐 이런 말이 많이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경제개발, 또는 남북 교류가 되기 위해서는 군사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군사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데, 굉장히 예민한 문제기도 하고 예를 들어 북방한계선 얘기가 나오면 특히 보수 진영에선 절대 타협은 안 된다. 이런 소리가 나오거든요. 남북 간에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문제... 어느 정도 우리가 예상할 수 있을까요?

김형기 : 결국 남북 간 군사 분야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수준이란 것은 상호평화에 대한 확신, 상대방에 대한 신뢰, 이것이 얼마만큼 있느냐 이런 것에 달린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 측에서는 이번에 정전협정과 또 남북 기본합의서상에 나와 있는 기존 합의사항을 실천에 좀 옮겨나가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NLL 문제도 새로운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는 확고히 지켜나가야... 이건 남북 합의서상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군사적인 신뢰구축 조치와 함께 협의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문제는 그다지 걱정 안 하셔도 되는 문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경협 문제도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제 2의 개성공단, 또 천연가스파이프망 설치, 또 기존에 잘 되지 않았던 것을 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개선 이런 것들이 이야기됩니다만, 역시 우리측의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북한측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남북 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것은 이해와 신뢰를 진전하는 데서 오고 또 이를 위해서는 상호 의존도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바로 그 길이 경협입니다. 그래서 경협이란 것은 중요하고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NLL 문제에 대해서 특별하게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하셨는데 실제로 국내에서는, 특히 언론상에서는 상당히 논란이 많고 언론보도를 보면 NLL지역을 평화수역으로 하자든가 DMZ 안을 평화지대로 선언하자, 이런 식의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식의 합의가 가능한 겁니까?

김형기 : 우선 이 말씀을 먼저 드려야 되겠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정전협정이 규율하는 질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즉 전쟁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이 끝났고 이미 경제적인 실익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우리가 여기에 묶여서 역량을 소비해선 안 될 일입니다. 그런데 평화체제, 이것은 어느 날 한 번에 오는 게 아닙니다. 평화협정 맺었다고 끝난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장기적인 문제고 또 과정의 문젭니다. 우선 남북이 일정한 틀 속에서 군사적인 신뢰 구축 문제, 또 군비 통제 문제 이런 걸 다 논의해야 되고 실천에 옮겨야 되고 또 검증도 해야 됩니다. 한반도의 여러 가지 군사적 신뢰조치 문제, 군비통제 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게 비핵화 문젭니다. 미국도 종전선언, 평화협정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바로 북한의 핵포기, 그것을 하나의 전제로 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자고 하는 선언은 그 방향으로 가자고 하는 약속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은 우리가 평화를 앞으로 확보해나갈 수 있는 길을 좀 더 넓히는 방법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NLL같은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서로 평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이번 회담과 관련해서 1차 정상회담 때는 국방장관이 수행원으로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국방장관이 포함됐다는 데에 주목하면서 뭔가 남북 간의 군사신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들을 많이 하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형기 : 그런 기대 참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돼야 될 것 같습니다. 평화를 서로 약속합시다. 이것만으로는 평화가 지켜지는 건 아니겠죠. 평화에 대한 신뢰도 그렇게 썩 높지 않을 겁니다. 결국 군사공동기구, 기본 합의서상에 합의해 둔 군사공동위원회 또는 2000년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된 남북국방장관회담, 이런 군사기구들.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또 실질적 조치를 취해나가는 게 급선무 아니겠냐. 그런 점에서 이번에 그런 문제만이라도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건 대단히 큰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일방적인 말이나 약속보다는 서로간의 대화, 뭔가 구체적인 실천이 계속 필요하고 이번 회담이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지금 남북 간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말씀하셨습니다만 또 북한 핵문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셨는데, 많은 분들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남한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문제 아니냐, 미국이란 변수가 있고, 또 남북 간의 평화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국제적인 환경이 중요하다는 지적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지금 보면 9.19 공동성명이나 올해 초 2.13합의, 또 최근에 6자회담에서 비핵화 2단계. 불능화에 대한 시한이 합의됐다고해요.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국제적인 환경은 상당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은데 동의하십니까?

김형기 : 그렇습니다. 핵문제 관련해서 말씀드려야겠는데 이번 정상회담이 핵문제를 완미하게 해결하는 장은 아닙니다. 북한 핵문제는 그 특성상 남북문제이자 국제문젭니다. 또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문제가 포괄적으로 얽혀있는 문젭니다. 그래서 우리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고 남북한 회담에서 계속 그 해결을 촉구하고 있죠. 그러나 국제사회도 유엔이 관여하고 또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6자회담을 통해서 핵불능화 로드맵을 거의 확정지었습니다만,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과정을 촉진하고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장입니다. 북한이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미루면 미룰수록 국제고립이 심화되고 경제복구의 기회도 잃게 되고 남북관계도 한계에 부딪힌다. 이런 점을 우리는 계속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인규 : 북한이 이번 2007정상회담에 응한 이유에 대해서 일각에선 남북관계의 진전도 있지만 북미관계의 개선을 좀 겨냥한 것이다. 남한을 통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한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배경이랄까 의도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김형기 : 지금 북한으로선 경제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죠. 이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와 체제 안정이 절실한 땝니다. 북미 관계 개선 노력도 바로 이와 연동돼 있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실상 1990년대 초반부터 이뤄졌습니다. 그동안 제네바합의 같은 것도 있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죠. 올해 들어서 2.13 합의를 통해서 전면적인 외교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양자 대화를 개시하기로 하고 또 실무그룹도 가동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결국 핵문제에 맞물려 있습니다.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필수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진 채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다.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하고 또 북미관계, 이런 것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핵문제, 북미관계, 평화체제, 남북관계 이 모두가 같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진전이 다른 변수하고 선순환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해볼 수가 있습니다.

박인규 : 남북관계의 앞날은 아직도 예측불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2007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전망한다는 건 굉장히 어렵긴 합니다만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하신 분으로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는 게 있으신지요?

김형기 : 글쎄요. 지금 앞서서 성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역시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남북이 서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부분. 즉 지금 2000년 정상회담 이후 7년 동안 화해와 협력을 깊숙하게 끌어오면서 생긴 여러 가지 문제점. 그걸 막고 있는 장애물들. 그것을 제거하는 방안, 이런 것들과 함께. 그래서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어떤 선언이랄까, 이런 것들이 또 하나 필요하겠고 또 그것이 이뤄져야만 하겠고요.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남북 간에 이제는 평화의 신뢰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제도화해나가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이것을 선언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우리가 당면해서 정상회담에서 좀 얻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고 또 그런 정도까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올 수 있고 나와야 된다.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좀 국내로 돌려보죠. 이번 정상회담이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열리다 보니까 자칫 국내 정치에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오늘도 보셨습니다만 보수단체에선 반대하시는 분도 있고.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합의는 하지 말라고 주문했어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 ⓒ프레시안

김형기 :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정상회담은 정말 남북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민족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우리 안의 분열로 스스로 상실해서는 안 되겠죠. 남북관계는 이제 정치적인 영역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과거에도 정치적 고려에서 남북관계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남북 간의 어떤 합의도 국민적인 동의가 뒷받침되지 않거나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실천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주변국의 이해를 구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오히려 남북관계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정략에 따라서 이분법으로 사안을 평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될 것 같습니다. 더 넓고 멀리 보는 시각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무조건 비난하거나 너무 과도한 기대를 앞세우거나, 양자 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이거 한 가지를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하나가, 정례화가 됐으면 좋겠다. 1년에 한 번씩이라든지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 가능한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김형기 : 이번 정상회담도 7년 만에 열렸습니다만 아까 말씀하신 대로 2000년 정상회담 바로 이듬해 봄에는 2차 회담이 되지 않겠냐.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지 않겠냐. 또 북측 인사에 그런 언질도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런 여러 가지 기대가 있었습니다만 결국은 7년 만에 열립니다. 북한 체제의 특성, 그리고 외부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남북 간의 정상회담이 정례화 된다면 남북 간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은 틀림없죠. 그러나 정상 간에 풀어야 할 현안이 있을 경우 필요에 따라서 합의해서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동서독의 경우에 보면 그 간격이 7년 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12년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간격은 그렇게 문제되지 않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례화가 바람직하긴 합니다만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 내일, 그리고 모레까지 사흘간 정상회담이 계속될 텐데 그동안 30년 동안 남북관계 일을 해오신 공직자로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발전됐으면 좋겠다. 거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구상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형기 : 우리가 남북관계 진전을 가속화하고 실질적인 평화를 확보함으로써 민족공동체 형성을 지향해나가고자 하는 이런 의지는 결국 우리 경제의 영역을 넓히고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동북아 질서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남북관계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끝이 아닙니다. 이번 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이제는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이번 2007 정상회담이 소기의 성과를 거울 수 있도록 모두 성원해 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과의 화해가, 북한을 일부러 도와준다든가 어떤 추상적인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경제를 살찌우고 우리 삶을 좀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형기 : 그렇습니다. 무엇을 합의하고 또 실제 이행하느냐, 그것이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 이것을 우리가 캐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런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앞으로 사흘 동안 좋은 성과가 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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