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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 아래 묻혀 나무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하는 樹木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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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 그루 나무 아래 묻혀 나무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하는 樹木葬"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02] 국내 최초 樹木葬 도입한 고려대 변우혁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타계한 방송작가 고 조소혜씨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졌습니다. 고인의 유골은 '자유롭고 넉넉한 영혼'이라는 글귀가 쓰여진 비목 아래 안장됐는데요, 국내에 소개된지 불과 2년만에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물려줄 때는 조용히 흔적없이 떠남으로써, 우리의 자연을 지킬 수 있고, 한 그루 나무 아래 묻힘으로써, 내 영혼이 나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잘 사는 것을 웰빙이라고 한다면 잘 죽는 것은 웰다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수목장은 웰다잉의 한 방법으로 또 장지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장묘문화의 대안책으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내최초로 수목장을 소개했고, 최근에는 수목장 안내서인 <수목장 에코 다잉의 세계>를 펴낸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변우혁 교수를 만나봅니다.

그가 수목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마련하고자 하는 한국형 수목장은 어떤 형태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변우혁 교수입니다.

변우혁교수는 1972년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독일 괴팅겐대학교 임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5년부터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숲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89년 국내 최초로 자연휴양림제도를 도입했으며 2004년 9월, 은사인 고 김장수 고려대 농대학장의 장례를 국내 최초로 수목장으로 치르면서 친환경장묘문화인 수목장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목장에 관한 최초의 안내서적 <수목장 에코다잉의 세계>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에 방송작가 조소혜씨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져서 세간의 화제가 됐는데요, 나무에 자유롭고 넉넉한 영혼이란 팻말이 세워지고.. 멋있다고 하긴 좀 그렇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우혁 교수 : 예. 그것은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선각자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떠날 때 아무런 남김 없이, 봉분이나 비석 같은 걸 남기지 않고.. 떠나면서도 아름다운 숲을, 또 나무를 국민들한테 선사하는 하나의 나눔의 정신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인규 : 저는 수목장이 꽤 오래된 건 줄 알았더니 국내에서 시작된 지가 2년도 안됐더군요. 수목장이란 게 어떤 건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변우혁 교수 : 원리는 간단합니다. 화장한 분골을 나무 밑에다 묻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산골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강가나 산에 뿌리는 것... 그 뿌리는 것 대신에 나무 밑에 다소곳이 묻어주는 것이 수목장이고. 다만 봉분이나 비석이나 상석 등 허례허식적인 시설을 일체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물려준다는 것이 수목장의 특징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수목장을 하시는 분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은 현실에서 보다도 우리나라 영화에서 수목장이 소개가 됐더라구요.

변우혁 교수 : 예. 최진실씨가 나오는 '편지'라는 영화. 거기서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기서 수목장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수목장이 갖고 있는 메시지는 그대로 다 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선물'도 있고. SBS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 그런 데서도 그와 같은 구절들이 나온 걸 보면 우리들 의식 속에. 또 장묘문제의 현실을 고민하는 분들은 이와 같은 대안을 미리미리 생각해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편지'라는 영화가 1997년에 나왔던데요,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씨도 돌아가신 지가 오래됐지만 최근에 다시 수목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변우혁 교수 : 예. 공원묘지에 있던 것을 다시 삼학도의 공원에 있는 백일홍 나무 밑에다가 안장을 했습니다.

박인규 :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수목장이라는 장례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작년에 들었습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 몇 분이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수목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몇 분이나 그런 약속을 하셨죠?

변우혁 교수 : 한 100여명 되는데, 지도층 인사로서는 황인성 전 국무총리, 김성훈 상지대 총장, 조남조 전 전북도지사, 그리고 이부영 국회의원.. 여러 분들이 참여를 하는데, 저희들 수목장실천모임은 일종의 시민단체면서도 동호인 단체입니다. 스스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앞으로 많은 사람을 그쪽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편안하게 안내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4월에 보건복지부에서 자연장 제도를 입법예고했다고 하는데, 자연장이라는 것이 수목장과도 관련이 있는 겁니까?

변우혁 교수 : 물론 있습니다. 원래 취지는 집단산골장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수목장이 최근에 각광을 받으니까..

박인규 : 산골장이라는 건 유골을 뿌리는 곳입니까?

변우혁 교수 :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산골하는 사람들의 제일 큰 어려움이 산골할 장소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강이나 이런 데 뿌리면 하천오염의 문제가 있구요, 산에 뿌리면.. 자기 연고지라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연고지가 없는 사람이 화장터 주변에 뿌린다면 인근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죠. 그래서 그 사람들의 고충이 보통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집에 유골을 들고 와서 밤새도록 고민하다가 등산복을 입고 산에 가서 남모르게 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그 사람들의 아픔을... 우리가 빨리 제도적으로 마련해 줘야 합니다.

박인규 : 납골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건 말하자면 경제적인 이유때문입니까?

변우혁 교수 : 그런 것도 있고, 납골당을 근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산골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장소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고, 자연장이라는 것은 그와 같은 산골의 의미도 포함되면서, 오히려 최근에 산골과 수목장의 중간형태라고 할 수 있는.. 수목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데 장미나 관목.. 이런 꽃밭에다가 분골을 뿌리는 형태. 산골일 수도 있고 수목장이라고 해도 되는데 그런 형태가 자연장에서는 상당히 각광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자연장제도를 합법화 시킨다는 겁니까?

변우혁 교수 : 그렇습니다. 특히 개인들 또는 가족단위로 하려고 할 때 현재까지는 법적인 근거가 없었는데, 100평방미터.. 30평까지는 까지는 신고만 하면 만들 수 있게 하도록 하고, 이건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존의 묘지가 있을 때 그 봉분을 없애고 거기다 꽃나무나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심어서 자연장으로 만들어나간다면 기존의 묘지를 숲으로 환원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토미화에도 굉장히 기여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기존의 공원묘지에 있는 봉분도 원한다면 다 꽃밭으로...

변우혁 교수 : 그렇습니다. 꽃밭으로 바뀌어 나가면... 영국에는 이미 그와 같은 수목장림이 굉장히 발달돼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공원묘지에 가보면 장묘원인지 뭔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꽃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박인규 : 보통 사람이 돌아가시면 매장이나 화장을 하지 않습니까? 화장을 하면 납골당에 모시든가, 아니면 불행한 죽음같은 경우 강에 뿌리든가 하는데, 수목장은 화장을 하되 화장한 유골을 나무 밑에 묻는다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그렇게 수목장을 하는 것이 어떤 점이 좋은지.. 그리고 왜 요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지..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변우혁 교수 : 첫째는 우리 국민들 이야기는 국토훼손이 없다. 그리고 굉장히 신속하게 자연으로 회귀될 수 있다. 이런 측면을 들고 있습니다만 독일이나 일본 사람들은, 우선 기존의 봉분이 있는 묘지는 관리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아직 우리 국민들은 그 관리가 힘들다고 하기 보다는, 바깥으로 표현하는 것은 국토훼손 방지, 보존입니다. 그런데 우선 비용도 싸고 관리가 편하고, 옛날처럼 절하고 음식 갖다 바치고 하는 문화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비판의식도 오늘날 많이 생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차라리 숲을 남기고 거목을 남기는 쪽으로 장묘를 한다면 보다 보람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래도 전통을 중시하는 분들은 한식이나 추석때 꼭 음식을 올려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수목장을 해서 어떤 나무밑에 고인의 유골을 뿌렸을 경우에는 그런 제사같은 건 안 치르는 겁니까?

변우혁 교수 : 제사방법은 자유스럽게 할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음식을 나무에 바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를 가지겠느냐 하는 측면이구요. 그 다음 절을 하는 것도 묵념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고.. 수목장의 장점은 추모를 하고 나서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서 그 숲에서 산책을 한다면 오늘날같이 후손들이 조상을 잘 찾아뵙지 않는데 숲에 가서 피크닉을 한다든가 하면 훨씬 더 보람있는 일이고 더 많은 효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인규 : 고인을 기리는 것도 기리는 거지만 약간 다른 방식으로. 즐겁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변우혁 교수 :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죠.

박인규 : 최근에 책을 내셨어요. <수목장 에코다잉의 세계>. 에코다잉이란 게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생태친화적 죽음. 이런 것 같은데 수목장도 한 가지가 아니고 종류가 좀 있다고 들었습니다.

변우혁 교수 : 예. 우선 기존의 묘지에 다시 나무를 심어서 숲으로 환원하는 묘지형 수목장이 있구요. 여기서는 심는 나무들도 꽃나무라든지 자유스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하나는 산림형 수목장이라고 기존의 산.. 자연의 숲에서 골분을 묻는 겁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산림형이 많은 거죠?

변우혁 교수 : 현재는 은혜사에 산림형 수목장이 하나 만들어져서 공급하고 있는데.. 절에서 하는 건데 아주 작게 하고 있는 것이구요,

박인규 : 묘지형도 실제로 있습니까?

변우혁 교수 : 아직 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시작을 못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준비할 것 같구요, 산림청과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산림형 수목장을 여러 곳에서 준비중입니다.

박인규 : 묘지형 같은 경우는 기존에 매장되신 분들도 수목장 형태로 바꿀 수가 있는 거네요?

변우혁 교수 : 예.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우선 봉분을 그대로 두고 주변에 나무를 심는 방법도 있구요, 그러다 보면 나무가 심겨지면 숲이 되니까... 밑에 있는 잔디가 살 수 없게 되면 봉분이 무너져내릴 겁니다. 그러면 보기 싫으니까 차라리 봉분을 정리하고 거기 있는 유골을 그대로 둬도 대고, 아니면 꺼내서 다시 화장을 해서 가루로 만들어서 나무 밑에 붇어도 되고. 그건 편할 대로 하시면 될 것 같은데, 오래된 묘지일 경우에.. 그 안의 유해도 다 썩고 없을 때 굳이 꺼내지 않고 위에 봉분만 없애고 편안하게 예쁜 나무를 심어주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변우혁 교수님께서는 은사인 김장수 농대학장님의 수목장을 치러보셨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수목장을 하면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하게 되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변우혁 교수 : 우선 수목장할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구요, 기존의 묘지같은 경우는 고인이 무슨 나무를 좋아했느냐 또는 관리가 용이한 것인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들을 먼저 구상을 해놔야 될 것이고, 화장후에 화장터에서 만들어준 분골을 지정된 나무밑에.... 나무의 뿌리 바로 옆 말고 1,2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한 30cm정도의 구덩이.. 분골함이 큰 대접 하나 정도의 양이니까 그정도 깊이. 30~40cm정도 파서 거기 묻으면 되는 것이구요. 장레절차는 자기 종교나 필요에 따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분골함을 나무밑에 묻기도 하고 뿌리기도 한다고 하던데요..

변우혁 교수 : 그렇습니다. 우선 함에 단정하게 묻으면 정갈스러운 장점은 있습니다만, 함 자체가 썩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기서 함은 돌이라는지 썩지 않는 물질은 절대 안됩니다. 잘 썩는 물질로 해야 되는데. 유럽에서는 전분가루로 만든 생분해성유골함을 주로 이용하는데 한국에서도 이용하면 좋을 것 같고. 또 우리는 더 좋은 재료가 있습니다. 한지. 한지함은 굉장히 아름답고 분해가 참 잘됩니다. 그런 한지함에 담아서 넣어도 되구요. 또 약첩 만들듯이 한지에 싸서 해도 되구요. 또는, 김장수 선생님 경우에는 사모님이 원하셔서.. 가장 분해와 흡수가 잘 되고 자연에 잘 귀화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자연에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구덩이를 조금 파고 바로 분골을 거기에 뿌려서 흙을 덮었습니다. 그건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박인규 : 그리고 거기다가 명패를 다는 겁니까?

변우혁 교수 : 예. 나무에 추모할 수 있는 나무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것도 너무 크면 흉하니까 손바닥만한 작은 명찰이면 됩니다.

박인규 : 예전에도 고인의 유골을 숲에 가서 뿌리면.. 말하자면 수목장인 건데, 지금은 특정한 나무를 선택해서 근처에 묻어드리고 명패를 달고 그런 건데. 지금 수목장에 관심가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수목장을 하고 싶다고 하면 아무 데나 가서 할 수 있는 건지.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되는지..

변우혁 교수 : 제가 전화를 많이 받습니다. 제가 책을 만든 것도 전화가 오면 일일이 설명해 드리기도 힘들고 너무 바빠서 그런 것인데, 지금은 곤란한 것이 수목장을 할만한 장소가 준비가 안됐습니다.

박인규 : 아무데나 하면 안되는 거죠?

변우혁 교수 : 아무데나 하면 나무가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니까..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땅.

박인규 : 말하자면 수목장을 할 수 있는 산림이 있어야겠네요?

변우혁 교수 : 그걸 지금 경기도청과 산림청등 그 외 여러가지 단체에서 본격적으로 준비중입니다. 아무래도 내년 말 정도 돼야 첫 선을 보일 것 같구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자기 문중산이 있는 경우에는 자기가 그곳의 나무중 하나를 선택해서 해도 아무 지장이 없구요.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대로 신고를 하기만 하면 되는 거군요. 그럼 지금 수목장을 경기도가 만든다는 건 내년 말 정도입니까?

변우혁 교수 : 빨라야 내년 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내최초로 수목장 문화를 알린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변우혁 교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변교수님이 어떻게 해서 수목장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여쭤볼까 합니다. 은사분.. 김장수 교수님을 수목장으로 모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변우혁 교수 : 2003년 설에 세배를 갔더니만, 내가 죽거든 숲으로 보내달란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때는 저는 선생님이 산골을 원하시는구나..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었죠. 그 해 여름 제가 독일에 갔다가 지도교수님들이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수목장이라는 얘기를 하고, 그게 뭔가 하니까 화장재를 나무 밑에 뿌린다고 얘기를 해요. 하필이면 왜 나무밑에 뿌리겠느냐.. 나무뿌리에 엉기면 나쁜데.. 그런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관념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죽은 사람의 재가 나무뿌리에 비료가 되는 것은 얼마나 보람있고, 이것이 산림보전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현장에 가봤더니 역시 굉장히 좋아요. 독일은 세계 최고의 숲을 가진 나란데 통일된 이후에 동독에 돈을 다 퍼주고 나니까 산에 투자할 돈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숲이 옛날보다 못해졌어요. 그런 찰나에 이런 수목장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숲관리비용.. 장례비용입니다. 그 비용을 지급하겠다니까 숲을 관리하는 영림소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거죠.

박인규 : 산림보존에 좋다는 의미가 유골이 뭐.. 그런 의미가 아니라 돈을 주기 때문에...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변우혁 교수 : 그렇습니다. 추모목을 보호하는 것이 숲을 보호하는 것이 되고. 거기에 대한 비용은 적습니다만 그 비용자체가 다시 숲가꾸기 비용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해서... 돌아와서 이건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은사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사모님께 말씀을 여쭸더니 정말 좋은 제도라고..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이 바로 이것일 거라고 얘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매스컴에 알려지게 되고 사회적으로 각광을 받는 제도가 됐습니다.

박인규 : 수목장을 처음 체계적으로 시행한 데가 스위스라고 들었는데요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나요?

변우혁 교수 : 스위스의 윌리 자우터라는 사람은 전기기술자예요. 묘지하고는 무관한 사람인데 자기 친구가.. 영국친구인데 스위스에서 자기 옆에 묻혀 죽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유골을 보내왔습니다. 이걸 고민하다가 결국은, 나무 밑에 붙으면 나무가 분골을 흡수해서 내가 그 나무를 친구 보듯이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산에다가 나무를 심었습니다. 분골을 묻고 그 위에다 나무를 심었더니만 숲속에 나무를 심으니까 나무가 잘 자라지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스위스도 기존에 있는 나무 중에 좋은 나무를 골라서, 멋있고 건강한 나무를 골라서 그 밑에 묻는 방법으로 스위스가 됐는데, 좁고 아름다운 국토인 스위스에 수목장이 들어서니까 묘지가 자꾸 없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전국에 한 55군데가 스위스에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독일로 넘어갔습니다. 독일로 넘어가서는 정말 꽃을 피웠습니다. 독일은 아주 제대로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하고, 독일 국민들은 또 숲을 굉장히 사랑하는 민족이라서 굉장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수목장을 웰다잉이라고 말하는 게 빈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관심들이 어느 정도입니까?

변우혁 교수 : 지금 수목장 하고자 하는 실천모임의 회원들도 1000명이 넘구요, 이미 저명인사들로서는 임종국 선생님이라고 우리 한국숲을 제일 잘 가꾸신 분입니다. 이 어른도 수목장으로 하셨고 동혁이라는 어린 친구의 수목장. 그리고 기타 정원에다 하는 수목장이 쭉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61%가 바로 수목장을 하고자 한다.. 이렇게 나오니까 직접 하고자 한다는 사람들이 61%가 됐습니다. KBS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기 때문에 굉장히 신뢰성 있는 결과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내년 말에나 수목장을 위한 산림이 조성된다고 하면 준비가 오히려 늦은 거네요?

변우혁 교수 : 늦어요. 숲을 가꾸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니까 시간이 걸리는데, 그래서 불가피하게 우선 납골당에 안치를 해놨다가 그 다음에 수목장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수목장을 위해서 조성되는 숲은 지금 어느 지역에 만들고 있습니까?

변우혁 교수 : 경기도 양평 지역이 될 수도 있고, 장소는 지금 여러 군데 물색중에 있습니다. 물색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직접 설계에 들어가서 올 겨울부터 조성에 참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나무를 새로 심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변우혁 교수 : 아닙니다. 기존에 있는 숲은 잘 가꿔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추모객이 들어갔을 때 걷기도 불편하고 침침하고 동물도 있고.. 참 좋지 않습니다. 이 숲을 이런 기회를 통해서 아주 세계적인 숲으로 가꿀 수가 있습니다.

박인규 : 아까 스위스의 경우를 말씀하셨는데, 어차피 수목장을 위한 산림이 마련되면 공원묘지와 마찬가지로 어떤 관리주체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스위스는 그걸 상업적으로 하는 겁니까? 아니면 지자체나 국가에서 하는 겁니까?

변우혁 교수 : 상업적으로 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일단 국가와 지자체가 연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부 공공기관이 해주는 것입니다.

박인규 : 지금 변교수님이 추진하고 계시는 것도 경기도하고 같이 하시는 거죠?

변우혁 교수 : 경기도와 산림청. 다 국가기관입니다. 왜냐하면 수목장은 분골을 묻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심은 나무가 앞으로 50년 100년 후 거목이 될 때까지 키워야 되기 때문에 영속성 있는 재단에서 관리를 해줘야만 가능하지, 개인의 경우에는 그런 신뢰성이 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선 모델사업으로는 공공기관을 우선적으로 해야 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건 좀 현실적인 얘기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성급한 질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공원묘지를 보면 땅값부터 해서 관리비용이 들지 않습니까? 그런 비용의 문제로 보면 어떻게 됩니까?

변우혁 교수 : 제가 조사를 해보면 국가같은 경우에는 무료라서 땅값이 없지 않습니까? 결국은 나무를 앞으로 50년 또는 100년 정도 관리해 주는 관리비용만 내면 되는 거니까.. 상석이라든 가 그런 게 아무 것도 업습니다. 그래서 한 나무에 5인가족이 묻히는 걸로 해서 한 50년 관리해 줬을 때 총 비용이 150만원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거의 비용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박인규 : 비용도 얼마 안 들고 또 조국의 강토를 푸르게 해주고. 교수님께서는 또 수목장이되 한국실정에 맞는 한국형 수목장을 해야 된다는 지론을 갖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어떤 게 한국형 수목장입니까?

변우혁 교수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의 묘지를 숲으로 환원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고, 또 기존의 숲을 잘 가꿔서 길도 편하게 내고 숲에 햇볕도 잘 들어오게 하고. 하층식생은 야생화들이 쭉 피고 아름다운 꽃밭으로.. 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고 햇볕 조절만 잘 해주면 숲속에 여러가지 꽃들이 피는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숲을 향후 50년 100년간 잘 가꿔서 거목이 만들어지는 그런 것을 한국형 수목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변교수님도 물론 돌아가시면 수목장 하시겠죠?

변우혁 교수 : 예.

박인규 : 저도 사실은 지금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좋은 수목장 숲을 만드셔서 돌아가신 분도 보람있게, 조국의 강토도 좀 기름지게 하는 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변우혁 교수 : 예.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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