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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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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한윤수의 '오랑캐꽃']<551>

상습체불이 되는 회사에
방글라데시인 3명이 있다.
둘이
"노동부에 진정하자!"
고 했으나
하나는 주저했다.
그는 사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으니까.

둘이 노동부에 진정하자 사장이 돈을 주었다.
그 후 둘은 미움을 받았으나
나머지 하나는 까딱없었다.
변함없는 충신처럼 보였으니까.

또 임금체불이 되자 그들은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까부터 그 셋이 와서 하나밖에 없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방글라데시 말로 떠들고 있다.
직원들이 몇 번 상담을 시도하다 포기했는지 쳐다보지도 않는다.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왜 왔어?"
"심심해서요. 갈 데도 없구."
"그럼 있어."
돌아서려는데 목소리 큰 놈이
"참! 목사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물어봐."
"노동부에 진정했는데도 돈 안 주면 직장이동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지. 체불금품확인서 받아서 고용센터 갖다 주면 돼."
"돈 주면요?"
"그럼 안 되지. 어떻게 할래? 진정할래?"
둘은
"예."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목소리 큰 놈은
"아니요."
한다.
"왜?"
"진정하면 사장님하고 사이가 나빠질 것 아니에요?"
"당연하지."
"전 안 할래요. 사장님하고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든요."
"맘대로 해."

나는 직원에게 지시했다.
"여기 두 사람만 진정서 올려."
그러자 목소리 큰 놈이 몸이 달아서
"저는 어떡해요?"
"돈만 받아주면 되잖아? 내가 사장님한테 얘기해서 다른 사람 돈은 못 줘도 니 돈은 꼭 받아줄 게."
이내 풀이 죽으며
"싫어요."
"왜 싫어?"
"저도 직장이동 하고 싶어요."
"그럼 너도 올려?"
"예."

거 참, 두 길 보기 되게 한다.

그놈 뚜껑을 열면
뇌 구조가 무지하게 복잡하게 생겼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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