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 '숨김 없는' 폭우 피해 보도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 '숨김 없는' 폭우 피해 보도 이유는?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외부지원 목적도 있지만…

북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의 4일 보도로만 보더라도,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내린 폭우로 169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실종됐으며, 8600여 동의 살림집이 파괴되고 4만3000여 세대가 침수됐다. 또, 2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농경지 6만5000여 정보가 유실되거나 매몰 침수됐다. 일각에서 북한의 수해 피해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폭우로 인해 북한의 상당 지역에서 비피해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북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이번 비피해 소식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폭우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다리와 도로가 부서진 모습들을 관련화면과 함께 '보도'(뉴스)를 통해 수 차례 전달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수해피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데는 외부의 지원을 바라는 정치적 의도가 어느 정도 작용한 듯 하다.

北 적극적 수해보도, 외부지원만이 목적인가?

그런데, 북한의 최근 수해보도를 단순히 외부지원을 염두에 둔 목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수해 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게 소개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4일 수해 관련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비 피해 지역을 헬기로 촬영하는 '파격'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개천시, 안주시, 수동지구, 단천시, 룡양지구, 대관군, 운산군, 성천군의 피해 상황을 연달아 방영하기도 했다. 외부 지원을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수해 현장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은 이번 수해보도에서 복구현장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9일 개천시 조양탄광 지역의 복구가 밤을 새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방영한 데 이어, 14일에는 이렇게 주야간에 걸친 복구작업으로 단 나흘만에 조양탄광 지역의 모든 복구가 완료됐음을 선전하는 후속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9일 프로그램이 당일 새벽 3시에 촬영됐음을 밝히면서, 수해복구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속보성으로 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수해 복구현장의 모습을 전달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수해 피해 지역과 복구현장을 자세히 소개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서방 언론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남한 언론과 같은 서방 언론은 사건사고나 피해 현장의 모습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보도 수준이 아직 남한 언론의 수해 방송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가급적 감추고자 했던 피해 지역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를 복구해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것은 분명 달라진 모습의 일단이다.

달라진 수해보도는 김정은 시대 변화의 일단

이같이 달라진 북한의 수해보도는 김정은 시대의 변화와도 연관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란봉 악단과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 공개에서 보여지는 북한의 변화가 수해보도에도 반영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사실, 수해 상황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민들에게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상황이 공개된다고 해서 체제안정에 특별히 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피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복구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재난 극복의 기회로 삼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다른 나라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받아들이자'고 한 김정은 제1비서로서는 무조건 감추는 식의 과거 폐쇄주의적 보도 태도가 꼭 필요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을 법도 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조선중앙TV>는 이미 여러가지 변화를 보여 왔다. 뉴스의 배경화면이 우중충한 분위기의 갈색에서 밝은 분위기의 하늘색으로 바뀌었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있어서도 일부 속보의 개념이 등장해, 김정일 위원장 현지지도의 경우 하루가 지나서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는 현지지도 당일 보도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여전히 북한 당국의 선전도구에 그치고 있긴 하지만, 외견과 보도방식에 있어서는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해 보도나 속보성 보도 등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변화들이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수해보도가 자세해졌다고 해서 수해피해를 커지게 한 당국의 부실대처까지 언급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 여러부문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만큼, 북한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서 그 변화의 폭과 방향에 대해 주시해야 될 것 같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