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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버마 방문한 美 국무장관에 국내외 시선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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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버마 방문한 美 국무장관에 국내외 시선 '싸늘'

야당·중국 불만어린 시선…아웅산 수치와 비공식 식사

약 50년 만에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버마(미얀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버마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적인 민주개혁 조치를 요구했다. 버마 정부도 클린턴 장관에게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를 요청한 가운데, 중국은 '뒷마당'인 버마에까지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11월 30일 부산에서 버마로 이동한 클린턴 장관은 1일 오전 행정수도 네이피도에서 우 마웅 룬 버마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테인 세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에게 "이번 역사적인 방문으로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환대했고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난 버마 정부가 국민들에게 취한 정책에 고무됐다"라고 화답했다.

회담에서 클린턴 장관은 버마 정부가 감옥에 수감된 1500~1600명의 정치범을 전원 석방하고 소수민족과 평화 협상을 타결 짓는 등 추가적인 개혁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버마와 북한과 핵개발 협력을 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우려스러운 관계를 단절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버마 정부가 민주개혁 조치를 계속 실행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버마 측은 클린턴 장관에게 올해 초 민선 정부 출범 이후 정치범의 일부 석방과 언론 및 기업 통제 완화 등 개혁 조치를 설명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버마의 옛 수도 양곤으로 이동해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와 비공식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버마 방문에 앞서 수치와 몇 차례 전화 통화를 나눴지만 둘이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치는 클린턴 장관의 방문에 앞서 버마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추가 정치범 석방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치는 1일 수개월 내에 치러질 버마 상·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0년 만에 치러진 버마 총선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는 주요 지도자의 선거 참여 봉쇄에 항의해 참여를 거부한 바 있다.

▲ 1일 버마(미얀마)의 행정수도 네이피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마 정부, 클린턴 환대했지만…

미국 대외전략의 축을 아시아로 이동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은 '파격'으로 평가 받지만 경제 제재 해제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제재 해제는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문제지만 공화당은 북한과의 핵 협력 의혹이나 인권 문제 등을 들며 클린턴 장관의 방문 자체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미 정부 당국자들이 버마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며 최근의 개혁조치가 겉치레에 불과한지, 아니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혁(페레스트로이카)이 될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테인 세인 대통령이 군부독재 시절의 탄 쉐 장군보다 개방적이고 지난 8개월 동안 언론과 정치제도, 기업 통제를 완화했지만 정작 군부의 막강한 권한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디언>도 이날 버마가 300여 명의 정치범을 석방했긴 했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은 남아 있는 정치범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버마 관영매체 <미얀마의 새 빛>은 1일 클린턴 장관의 방문 소식을 단 두 문장의 단신 기사로 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1면에는 버마의 우방국인 미하일 미아스니코비치 벨라루스 총리의 약력을 자세히 소개했고 클린턴 장관의 기사는 2면에 배치했다. <CNN>은 이를 두고 "버마 정부는 클린턴 장관을 따뜻하게 맞았지만 방문 자체는 '로우 키'(low-key)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행정수도 네이피도도 1일 오후 도착할 미아스니코비치 벨라루스 총리를 환영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벨라루스는 버마와 마찬가지로 인권 탄압으로 인해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동유럽 국가다.

버마-미국 바라보는 중국의 불편한 속내

한편, 버마의 오랜 우방인 중국은 클린턴 장관의 방문에 앞선 지난달 29일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 명의로 "중국은 버마가 서방 국가와 상호 존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관계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관련 조치가 미얀마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례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0일 클린턴 장관의 방문에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신문은 버마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외교적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하면서 도박이 성공할 확률은 낮아보인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과 버마 사이) 50년 간의 냉각기가 단숨에 녹을 수는 없다"며 "미국이 버마에 요구하는 정치범 석방, 북한과의 관계 해명, 핵 계획 공개 등은 클린턴 장관이 완수할 수 없는 임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인터넷 신문 <국제재선>도 1일 클린턴 장관이 방문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표가 있다면서 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대만큼 많은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버마 방문을 경계하는 중국의 태도는 북한과의 핵 커넥션 의혹을 놓고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훙레이 대변인은 1일 클린턴 장관이 버마 정부에 북한과의 핵 협력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모든 국가는 평화적인 핵에너지 이용권과 더불어 동시에 엄격한 핵 비확산 의무 이행을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버마와 가까워져 중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에는 "중국과 미얀마 양국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추진하자는 게 공통의 바람"이라고 직답을 피했다.

클린턴 장관도 방문 첫날인 30일 동아시아 아시아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이 외부의 원조를 받을 때 실질적인 경제 성장보다 자원 탐사에 관심이 있는 국가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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