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개점 전엔 피자 가게, 문 여니 SSM?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개점 전엔 피자 가게, 문 여니 SSM?

민주 당대표-원내대표 'SSM 처리' 한날 딴소리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인 유통법과 상생법 처리를 놓고 국회가 여전히 진통을 겪는 와중에 이번에는 피자 가게로 위장한 SSM이 개점하는 일이 벌어졌다.

14일 중소상인단체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종로 대학로에서 롯데마트의 SSM인 롯데슈퍼가 기습 개점했다. 롯데슈퍼가 들어서기 전 피자 전문점이 있었던 이 곳은 개점 직전 까지 '리모델링 중'이라고 쓰인 현수막으로 전체를 가려서 개점 직전까지 인근 상인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롯데슈퍼 바로 옆 건물 지하 1층에서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이진철 씨는 "대학로는 SSM이 들어오기 적합하지 않은 상권이라서 바로 옆에 룻데슈퍼가 들어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SSM이 들어온 자리는 임대료만 수천만 원이라 개인 마트들은 입점할 엄두도 못 낸다"라고 말했다. 이 씨의 슈퍼는 롯데마트 입점 이후 매출이 약 20% 감소한 상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피자 가게를 여는 것처럼 거짓 홍보하고 아무도 모르게 기습 개점까지 하면서 중소상인에게 큰 고통을 주는 행위가 과연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 대기업이 할 짓인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두 법 모두 통과" - 박지원 "분할 처리"?

피자 가게 위장이라는 '신종 출점 방식'까지 동원하면서 SSM 진출이 가속도를 더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출점을 자제하겠던 입장도 옛말이 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전국에 개점인 SSM이 800개가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야할 국회는 정부의 강력한 반대와 여당의 '말 바꾸기'로 인해 규제 법안 상정이 요원한 상태다.

국회에 벌어지는 갈등의 핵심은 가맹 방식으로 출점해 사업조정 제도를 비켜가는 SSM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상생법)'의 처리 여부다. 한나라당이 분리해서 먼저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재래시장을 SSM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골자다. 가맹 SSM 진출로 충돌을 빚는 지역이 대부분 일반 상가이기 때문에 중소상인 단체는 두 법의 동시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여야합의로 동시 통과가 확실시됐던 두 법안은 외교부가 한-EU FTA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반발하자 한나라당이 말을 뒤집으면서 법사위에 몇 달째 계류되어 있다.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진입한 외국계 유통회사인 영국 테스코가 걸림돌이다.

한나라당 서민대택특위 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최고위원은 13일 "한국에 진출해 있는 특정 대형마트 업체가 자국인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 영국 정부가 한-EU FTA에 시비를 걸고 있다"며 "국내 대형마트 업체들이 상생법을 감수하겠다고 하는데 유독 이 업체의 로비를 받은 나라(영국)만 상무장관이 왔다 갈 정도"라고 비판했다. 테스코가 90% 이상 지분을 소유한 홈플러스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22일 열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분리 처리 방침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14일 서울 정릉 SSM 입점 예정지를 찾아 "두 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감사원 기자실에서 "이미 SSM이 골목에 상당히 들어왔다"며 "이해 당사자인 슈퍼마켓 협동조합에서도 분할 처리해주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하면서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 두 법안을 일괄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좀 더 협의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SSM 논란이 길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중소상인 전국네트워크 관계자는 "(박 대표가 말한) 슈퍼마켓 협동조합의 입장은 재래시장 상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도부에 국한된 것"이라며 "13일에도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을 만나 분할 처리에 동의한 건 일부일 뿐이며 대다수의 상인들이 두 법의 동시 통과를 바라고 있다는 뜻을 전했고 전 의장도 이러한 뜻을 당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진걸 팀장은 "두 법을 분리 처리한다면 상생법 처리는 사실상 한-EU FTA가 확정된 후에야 통과 여부를 논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다시 활발해진 SSM 진출을 감안하면 설사 나중에 상생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사업조정제도 신청이 가능한 (입점 후) 90일을 넘기는 사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