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멀쩡한 강을 죽이겠다니, 참으로 황당하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미 여기저기서 '불도저'의 본색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이명박 당선인은 오래 전부터 '불도저'라고 불렸거니와 이제는 '불도저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2007년 10월 11일 문화방송(MBC) <100분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석희 : 현대 건설 재직 당시 불도저란 별명을 가지고 계셨던 걸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 컴도저.
손석희 : 네??
이명박 :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고….
손석희 : 아, 그렇게 바뀌었습니까?
이명박 : 원래 그 당시에도….
참으로 웃지 않을 수 없는 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불도저'라는 별명에 대한 손석희 아나운서의 질문에 당시 이명박 후보는 '컴도저', 즉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고 대답했다. 사실 이런 질문과 답변은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아무튼 나로서는 웃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불도저'라는 부정적 별명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천연덕스런 답변 때문이었다. 불도저에 컴퓨터가 달려 봤자 불도저가 아닌가? 불도저에 컴퓨터가 달렸다면, 그거야말로 더 무서운 불도저가 아닌가? 이명박 당선인은 불도저라는 별명이 극히 부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문제는 이 무서운 '컴도저'가 막무가내로 질주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미 '토건 국가'의 문제로 크게 시달리고 있으며 엉망으로 망가진 이 나라를 궁극적인 '토건망국'의 길로 강력히 밀어내고 있다. 손석희 아나운서와 이명박 당선인 사이에 위의 대화에 이어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진행되었다.
손석희 : 그럼 대통령이 되시면 가장 먼저 밀어버리고 싶으신 게 무엇입니까?
이명박 : 무엇보다도 기초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사회가 법을 잘 지키는 분위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법을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화를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 놓은 한 시민은 이 대화에서 그만 뒤집어졌다고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명박 당선인이야말로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반성은커녕 '기초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대단히 윤리적인 말을 천연덕스럽게 했기 때문이다. 아예 이명박 당선인을 '불도저 대통령'에 덧붙여 '천연덕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손석희 아나운서의 '가장 먼저 밀어버리고 싶으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시 이명박 후보는 '기초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기초 질서'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아가 상당히 '5공화국'을 연상시키는 대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이제 '기초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밀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밀어버리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강들, 그것도 이 나라를 대표하는 강들이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처럼 0.001%에 속하는 엄청난 부자들은 안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시민들에게 그 강들은 바로 생명줄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다수 시민들의 생명줄을 밀어버리려는 것인가?
'인조이 재팬'이라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서도 '불도저 대통령'은 상당히 뜨거운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한 일본인은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올렸다.
제목: 이명박에게는 「컴퓨터 다해 불도저」의 애칭이 있다고 한다.
번호:3076237 작성자: mentaikorea 작성시간:2007-12-21 10:34:26
다나카 가쿠에이의 애칭과 완전히 함께야.
한국인에게는 정말로 창조성이 없다.
제목의 '컴퓨터 다해 불도저'는 '컴퓨터 달린 불도저'를 잘못 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나카 가쿠에이의 애칭과 완전히 함께야'라는 내용이다. 다나카 가쿠에이는 1970년대 초 일본의 수상으로서 '일본 열도 개조 계획'이라는 것을 추진해서 일본을 오늘날과 같은 문제투성이의 '토건 국가'로 만든 장본인이다. '토건 국가'는 개발-투기-부패의 악순환으로 재정의 낭비와 국토의 파괴가 구조화된 기형국 가를 뜻한다. 일본이 종종 '돈 많은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일본인이 이명박 당선인에게서 다나카 가쿠에이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현대건설에서 잘 나가기 시작하던 1970년대 초부터 당시 일본의 수상으로서 일본을 '토건 국가'의 구렁텅이로 이끌고 가던 다나카 가쿠에이를 위대한 모범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명박 당선인과 다나카 가쿠에이의 문제적 유사성 때문에 "한국인은 정말 창조성이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하다니, 정말이지 부끄럽고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은 새로운 정부의 이름을 '이명박 정부'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자기의 이름을 걸고 역사와 사회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높은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연 정부의 이름으로 내세울 정도로 자랑스러운 이름일까? 지구 전역에 알려진 그 많은 불법, 탈법, 의혹에 관한 기록과 기억이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싹 사라졌을까?
이런 점에서 '실용 정부'라는 이름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기용으로 이명박 당선인의 '실용'은 사실 이미 심각한 의혹과 우려의 대상이 되었다. 전두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서 적극 활동했던 '5공 지식인'을 인수위원장으로 기용하다니 '기초 질서'에 대한 강조와 함께 정말 '5공화국'으로 회귀하는 듯한 무서운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운하 사업과 함께 불거지고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이명박 대운하'는 반실용적이다. 이 조그만 나라 안에 무려 2099k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운하를 만들겠다는 것은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운하는 철도와 차도의 발달에 따라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 운송 수단이다. 경운기보다 느리고 하루에 10대 정도의 배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운하를 만드는 것처럼 반실용적인 짓이 어디에 있겠는가? 운하의 건설을 강행한다면, '실용 정부'는 망국적 반실용 정부가 될 것이다.
둘째, '이명박 대운하'는 반시장적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친시장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운하를 바라지 않고 있다. GDP의 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병적으로 비대한 한국의 토건업은 축소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바로 시장의 요구이며, 바로 '선진화'이다. '이명박 대운하'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요구를 왜곡하고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을 지탱할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토건 공황'과 '토건 망국'의 길을 치닫게 될 것이다.
셋째, '이명박 대운하'는 반민주적이다. '이명박 대운하'는 엄청난 재정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를 야기할 단군 이래 최대최악의 '토건국가' 사업이다. 이 무지막지한 사업에 대해서는 사실 이미 오래 전에 타당성이 없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제출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심각하게 반민주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은 반실용적이고 반시장적인 '이명박 대운하'를 거의 반민주적 폭거의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공식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황당한 '토건 국가' 사업을 곧 시작해서 준공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하면서 시민을 현혹하고 있다. 이미 관련 지역에서는 엄청난 투기가 진행되어 '토건 망국'에 앞서서 '투기 망국'의 세상이 될 판이다. 이래서야 머잖아 그야말로 '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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