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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개발…임기末 대통령을 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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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개발…임기末 대통령을 위한 선물?

[기고] 시화MTV사업은 중단돼야 한다

이제 막 생태계가 살아나려는 시화호의 일부를 매립해 첨단 산업 단지를 조성하려는 이른바 '시화 멀티테크노벨리(MTV) 사업'의 착공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막고자 시민단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어림잡아 수십조 원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사업이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 "정권 末 '죽음의 호수' 시화호에서는 이런 일이…").

그간 수차례에 걸쳐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각종 '개발공사'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상지대 홍성태 교수가 시화MTV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홍 교수는 "시화MTV사업은 토건업과 정치권이 유착해 세금을 탕진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토건국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며 그 진실을 폭로한다. <편집자>


'시화MTV사업'이라는 첨단 산업 단지 개발 사업의 착공식은 이 달 중 시화호 북측 간석지에서 열릴 예정이며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7월 6일부터 기공식장을 건축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공사는 맹꽁이 서식지를 파괴하고, 허가받지 않은 매립을 강행하는 '불법공사'였다. 이에 맞서서 시민단체들이 7월 21일부터 긴급히 현장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문제가 커지자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이 농성장을 찾아와서 맹꽁이 서식지를 파괴한 것에 대해 "직원들이 무식해서 그랬다"고 '사과'하며 일단 농성을 해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은 '행사용 천막 및 단상 설치 허가'를 '매립 허가'라고 주장하는 '무식'을 계속 과시하며 '불법 공사'를 강행했다. 그들은 심지어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공식장을 만들기 위해서 불법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위한 불법 공사였을까? 대통령을 빌미로 내세운 불법 공사였을까?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옳은 것일까?

40조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야 할 시화호 파괴 사업
▲ 10년간 방치된 시화호 인근에는 습지가 조성돼 온갖 포유류, 조류가 사는 '낙원'으로 변했다. 이곳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첨단 산업 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안산환경운동연합

지금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로써 어렵게 되살아난 시화호는 다시금 대재앙을 맞게 되었다. 잘 알다시피 시화호는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엄청난 환경 파괴의 상징이었다. '시화호 사태' 때문에 새만금 간척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르며 시화호의 자연은 크게 회생되었으며, 그 결과 지금 시화호는 세계적인 복원 생태계가 되었다. 시화호에 해수를 유통시키자 갯벌이 살아나고 주변에 초원이 형성돼, 고라니, 너구리, 도요새, 물떼새, 맹꽁이 등의 동물들이 서식하는 참으로 귀중한 생태계가 이룩된 것이다.

한때 파괴의 상징이었던 곳이 이제는 생명의 상징이 되었다. 시화호를 찾은 사람들은 시화호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그 생명의 힘에 놀란다. 시화호는 생명문화의 거룩한 터전이다. 경기생명문화재단은 무엇보다 시화호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시민의 반대에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화호를 가로질러 거대한 송전탑을 건설한 한국전력의 천민자본주의적 송전탑 건설 방식에 시민은 분노한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송전탑은 새 발의 피도 아닌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시화호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시화호의 초원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거대한 신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이 부동산 개발 사업은 시화호의 북쪽 간석지와 남쪽 간석지를 대상으로 한다. 앞의 것은 '시화MTV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뒤의 것은 '송산그린시티사업'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둘 다 이상한 이름이지만 앞의 것이 좀 더 이상하다. MTV는 'Multi Techno Valley'의 약자인데, 아름다운 갯벌과 초원을 없애면서 'Valley' 즉 '계곡'를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무슨 해괴한 이름인가? 이름 자체가 '사기'가 아니라면, '무지'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사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니, 도대체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시흥시 구역에 속하는 시화MTV사업은 924만㎡(약 280만 평)의 땅에 거대한 산업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사업비만 무려 1조6500억 원이 든다. 토건국가의 상식에 따르면, 이 사업비는 필경 엄청나게 늘어나고 말 것이다. 화성시 구역에 속하는 송산그린시티사업은 이것보다 훨씬 더 크다. 그 크기는 무려 6000만㎡(약 1837만 평)에 이른다. 계획되어 있는 골프장의 크기만 826만㎡(약 250만 평)이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서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방조제를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로 개조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초대형 시화호 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혈세는 이미 최소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실제로는 40조 원을 넘는 혈세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시화방조제를 건설해서 엄청난 환경파괴를 일으켰던 주체인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또 다시 더욱 더 커다란 개발 사업 곧 파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화방조제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잘못된 정책의 대표적 예이다. 무려 5000억 원에 가까운 혈세를 잡아먹은 잘못된 구조물이 바로 시화방조제이다. 그리고 그 건설에 따른 시화호 오염 때문에 추가로 5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오염 개선 비용으로 날려야 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누구도 시화방조제라는 막대한 잘못으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훨씬 더 큰 개발 사업 곧 파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건 정상적 국가라고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노무현 정부의 수준을 말하는 시화호 개발 사업

시화호 개발 사업은 비정상적 기형국가로서 토건국가의 문제를 너무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바야흐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화MTV사업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줄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송산그린시티사업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다.

첫째, 경제적 필요성과 타당성의 문제이다. 과연 이 지역에 이렇게 대규모 산업 단지를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그것은 반월공단의 몰락을 가져오는 동시에 엄청난 투기의 광풍을 몰아오지 않겠는가? 반월공단의 땅값은 3.3㎡당(1평당) 350만 원인데 비해 시화MTV사업은 150만 원에 분양을 한다니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 단지가 제 구실을 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산업 단지들이 남아돌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도 개발 이익을 노리고 새로운 산업 단지들이 계속 건설되고 있다. 아마도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엄청난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겠지만, 시화MTV가 제 구실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시화방조제보다 훨씬 더 커다란 혈세의 낭비요 정책의 실패가 될 것이다. 그 경우에 모든 책임자는 분명히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 시화호 습지 곳곳에는 이런 웅덩이가 있다. 이곳은 이번에 발견된 맹꽁이를 비롯한 온갖 동식물이 어울려 사는 생태계의 보고다. ⓒ안산환경운동연합

둘째, 생태적 건전성의 문제이다. 우리는 아직도 1996년 5월의 이른바 '시화호 사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시화방조제를 막는 순간부터 시화호는 썩어서 엄청난 생태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는 정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방조제의 건설을 강행했다. 결국 거대한 썩은 호수가 만들어졌고, 시커멓게 썩은 물을 서해로 빼는 수밖에 없었다.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시화호 주변의 육지에 거대한 신도시를 건설한다면, 시화호는 다시 급속히 오염되어 시커멓게 썩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따라서 서해의 오염도 더욱 악화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시화MTV사업은 5미터(m) 정도의 높다란 시멘트 둑을 길게 쌓아서 330만㎡(약 100만 평)의 갯벌을 추가 매립하며, 이를 위해 대부도의 산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해서 토석을 조달하려고 한다. 이렇듯 시화MTV사업은 '생태 파괴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이른바 '시화지발협'의 문제이다. 시화지발협이란 '시화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뜻한다. '시화지발협'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협의회를 구성해서 개발 사업의 내용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 목표는 그럴 듯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운영 과정과 결과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론이고 노무현 정권 차원에서 '시화지발협'을 '민관협력의 모범 사례'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화지발협'은 '모범 사례'가 아니라 '문제 사례'일 뿐이다. 무엇보다 여기에 참여한 일부 지역 시민단체는 아무런 대표성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더 많은 지역 시민단체들이 시화MTV사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시화지발협'에 참여한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은 회의를 100번도 넘게 해서 협의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회의의 횟수가 아니라 회의의 내용이다. '시화지발협'은 사실상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업계획을 그대로 승인해 주지 않았는가?

시화MTV사업이 여타 개발 사업에 비해 크게 다른 점으로는 '시화지발협'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렇듯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거니와 사실 '시화지발협' 자체가 전혀 믿을 게 못 된다. 전국 곳곳에서 거대한 개발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토건정권인 노무현 정권은 민주적 거버넌스(협치)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외형일 뿐이다. 예컨대 경인운하계획에 대해 관련 지발협에서 반대 의견이 큰 것으로 나타나자 건설교통부는 투표를 거부해서 '지발협'의 존재 자체를 사실상 무화시켰다. 그런 건교부가 시화MTV사업에서는 '지발협'을 그야말로 마구 침을 튀겨가며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정부 조직, 예를 들어 건설교통부부터 과감히 폐지해 버려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 한국수자원공사가 6600만㎡(약 2000만 평)이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지극히 기형적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립 목적은 수자원의 보존과 개발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립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의 보존과 개발보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더 열중하고 있다. 이것은 수자원공사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립 목적 자체를 바꾸거나, 아니면 공룡같은 조직을 전면적으로 축소하는 개혁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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