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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을 다루는 법, 프랑스와 일본은 어떨까요?

[직장 내 괴롭힘 OUT ③] 노동권은 노동인권의 다른 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와 예방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하였다. 법사위 회의결과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일부 수정되어 가결되었고, 괴롭힘으로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한 산재법 개정안 역시 함께 통과되었다. 이번 주 목요일인 27일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상정될 것으로 보이며 국민들의 기대감에 국회가 부응한다면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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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통과된 이후 남은 숙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일터에 제대로 적용되어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문제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 이후의 문제를 고민해본다. (외국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7년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참고)

프랑스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 절차를 거쳤고, 노동법 외에 형법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반면 일본은 별도의 입법 없이 정부가 주도하여 구제방안을 마련한 케이스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유사하므로 일본의 사례는 정부 주도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갑질119

프랑스, 일터 괴롭힘 방지법 최초로 규율

프랑스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법적으로 규율한 최초의 국가다. 프랑스는 2002년 '사회 현대화 법률'을 통하여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민·형사상 책임을 노동법전과 형법에 법적으로 각각 명시하였다. 프랑스는 일자리에서 겪는 괴롭힘은 결국 삶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주주의 및 기본적 인권의 보장 측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프랑스 노동법전에 담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근로자도 자신의 권리 및 존엄성을 훼손당하거나, 육체 또는 정신 건강을 훼손당하거나 또는 자신의 직업적 미래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는 근무조건의 악화를 목적으로 하거나 또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적인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어서는 아니 된다."(노동법전 L.1152-1조).

프랑스는 반복성, 존엄성의 훼손, 근무 조건의 악화라는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이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 보고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지위에 맞지 않는 복사업무를 부여하는 행위, 출산휴가 후 복귀한 노동자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비난하는 행위, 동료 노동자와 대화를 금지하고 협소한 사무실에 배치하는 행위에 대해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한국사회에서 괴롭힘으로 지적된 행위와 큰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프랑스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한 규정은 첫째 사용자에게 사전적 조치를 통하여 괴롭힘을 예방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 둘째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종업원대표와 조정인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법을 마련하도록 대화 기구 및 절차를 마련해 두는 것, 셋째 형법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여 정신적 괴롭힘을 가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규정하는 것, 넷째 괴롭힘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노동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 차원의 보호를 규정한 것이다.

프랑스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규정의 특징은 형사적 처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동자대표기구를 통한 집단적 해결을 병행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하였다는 점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노동조합에 소송대리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용자 외에도 상급자나 동료노동자 심지어 고객과 같은 제3자까지 가해자로 확대하였다는 점과 괴롭힘이 존재 여부에 대해 입증할 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법은 없어도 노동자 인격 침해됐다면 배상 명령

일본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 일반규정에 따라 가해자와 사용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나 별도 규정이 없다는 것은 한국과 유사하지만, 일본법원은 업무지시의 정당성과 관계없이 노동자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면 손해를 인정하여 사용자에게 배상을 명령한다. 한국법원이 업무지시의 정당성을 우선 판단하고 노동자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는 점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구별되는 점이다.

일본은 법원을 통하여 노동자의 인격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용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여 괴롭힘에 따른 구제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해 일본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실태조사, 사례 상담, 예방 지침이 포함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해결을 위한 제언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유형을 구분하였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성 보고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자에게 직무상의 지위나 인간관계 등의 직장 내 우위성을 내세워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또는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참고로 이는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포함된 정의와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규정이 추상적이라며 법안의 발목을 잡았고, 괴롭힘의 정의가 일부 수정된 후에야 법사위 소위원회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또한, 보고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보고서는 업무수행과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신체적 공격(폭행), 정신적 공격(협박, 모욕, 명예훼손, 폭언), 인간관계 분리(격리, 무시), 과대요구(업무상 불가능한 일의 강제), 과소요청(능력 및 경험과 동떨어진 정도가 낮은 일의 부여), 개인정보침해(사생활 개입)로 구분하였다.

일본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를 이 기준에 따라 구분해본다면, 4년 동안 별도의 업무공간에 격리하고 7년간 자택 연수를 강요한 사례(인간관계 분리), 영업전문가를 총무과로 배치전환 시킨 사례(과소요청), 취업규칙 전문을 그대로 베껴 쓰고 낭독을 시킨 사례(과대요구 및 정신적 공격),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료와 연인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비난한 사례(개인정보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권, 노동인권의 관점으로 확대돼야

살펴본 것처럼 프랑스와 일본은 방법은 다르지만, 입법 작용 또는 정부의 노력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프랑스처럼 촘촘한 보호망과 형사적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일본에 비하여 노동자의 인격권에 대한 보호도 인색한 편이다. 한국법원은 노동계약의 성질을 '근로자의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아 통상적인 계약과 구별하고 있으면서도, 괴롭힘으로 발생한 인격권의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의 개정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권'의 개념을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70~80년대는 '노동권'보단 경제성장이 우선시 되는 사회였다면 이제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삶의 질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대가 변화하는 것에 맞춰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객관적 노동조건의 최소한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노동조건 즉 ‘노동인권’의 관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갑질', '위험의 외주화', '직장 내 괴롭힘' 등 우리 노동현실을 관통하고 있는 단어들이 더 이상 언급되지 않도록 '노동인권'이 당연시 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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