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새만금에 1000조 담기] ㉑정주 인프라-'공장 짓는 도시'아닌 미래의 삶을 키우는 도시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새만금에 1000조 담기] ㉑정주 인프라-'공장 짓는 도시'아닌 미래의 삶을 키우는 도시로

AI·로봇·수소 기술을 시민의 일상으로…군산·김제·부안 잇는 광역 정주도시 전략 필요

전북특별자치도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가 수도권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청년들이 몰려드는 미래 도시로 거듭나려면 기존 지방 도시 개발의 관성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어설프게 수도권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새만금을 중심으로 군산과 김제, 부안 등 전북 서부권 전체를 세계 수준의 첨단 정주 인프라를 구현하고 새로운 도시 모델을 실증하는 거대한 생활권으로 탈바꿈시키는 역발상이 요구된다.

해외의 성공한 수변 신도시들은 예외 없이 산업과 주거 그리고 자연과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진 독창적인 공간 철학을 보여준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함마르비 허스타드는 버려진 호수 주변 공업지대 약 2.0㎢를 세계적인 친환경 수변 주거단지로 재생시키며 물과 녹지 그리고 에너지 자립 시스템을 도시 설계의 최우선에 두었다.

개발 초기부터 1990년대 초반의 일반적인 도시개발 방식과 비교해 전체 환경부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하수와 폐기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했다. 이로 인해 현재는 약 1만 1000세대, 2만 5000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조성된 유럽의 대표적 생태 수변도시로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역시 3.6㎢의 바다 매립지 위에 국제 금융단지와 1.01㎢ 규모의 거대한 식물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그리고 복합 리조트를 한데 묶어 세계의 인재들이 일하고 싶고 머물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수변 공간을 창조해 냈다. 마리나베이는 조성 이후 다국적 기업 아시아 본부 수백 곳을 빨아들이며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을 해마다 1~2%포인트씩 끌어올리는 경제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북 새만금 수변도시도 이들 해외 사례처럼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피지컬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그리고 청정수소 기술을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누리는 '리빙랩 도시'로 설계되어야 한다. 리빙랩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공간 자체를 실험실로 삼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적용하고 검증하는 참여형 공간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자락 폐공장 부지 0.71㎢에 자율주행차와 물류 로봇 그리고 수소에너지를 실증하기 위해 약 2000명의 연구원과 가족이 실제로 거주하는 미래형 실험도시 '우븐 시티(Woven city)'를 건설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도요타 우븐시티가 시행 1년차를 맞아 배포한 보도자료의 항공사진. ⓒ

새만금 수변도시는 도요타 우븐시티 전체 계획 면적의 약 9배에 이르는 6.25㎢의 부지를 갖춘 만큼, 현대차그룹이 구축할 AI·로봇·수소 산업 생태계와 연계해 도시 전체를 미래 기술의 실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셔틀과 로봇 배송, 수소 기반 에너지 공급, 원격 스마트 헬스케어 등을 실제 주거공간에 적용해 시민들이 첨단기술의 효용을 일상에서 체감하는 미래형 도시 모델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설계 분야의 한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새만금의 약점은 거꾸로 기존 도시의 낡은 인프라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과 제도를 백지상태에서 실험할 수 있다는 최고의 강점이 된다"며 "수변도시 전체를 규제 샌드박스와 실증특례를 활용한 미래 기술의 실증 공간으로 만들고, 새로운 기술과 도시 운영 방식이 세계 표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도 도시로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정주 혁명은 수변도시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만 갇혀서는 안 되며 전북 서부권 전체의 공간 재편과 맞물려 돌아가야 폭발력을 갖는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랩 이동통신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일대와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에는 연간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채석강 일대에도 해마다 350만 명 이상의 외부 관광객이 찾고 있으나 이들의 체류 시간은 당일치기나 1박에 그치고 있다.

새만금을 둘러싼 △군산의 근대역사문화 공간과 고군산군도 해양관광 △김제의 지평선과 KTX 교통망을 활용한 농생명 산업, 스마트농업, 농식품 가공·연구, 생태·농촌관광 △부안의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2026년 말 5만 톤급 선박 2척이 접안할 수 있는 2개 선석의 개항을 추진 중인 새만금 신항만, 향후 조성할 크루즈·해양레저 기반시설을 수변도시의 배후 관광자원으로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

평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과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적용된 새만금 수변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20분 거리의 고군산군도와 변산반도에서 요트와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삶은 판교나 서울 강남이 절대 줄 수 없는 전북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지역경제 및 광역행정 전문가는 "새만금 수변도시가 6.6㎢라는 제한된 면적 안에서 모든 도시 기능을 다 해결하려 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군산과 김제 그리고 부안이 관할권 다툼을 멈추고 각 지역의 역사 및 자연 관광 자원을 수변도시의 정주 인프라와 하나의 광역 생활권으로 묶어낼 때 비로소 수도권과 차별화되는 메가시티급 정주 경쟁력이 탄생한다"고 진단했다.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감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새만금개발청 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새만금개발공사가 주도하는 현재의 수변도시 사업은 약 2조 원의 총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공공개발 사업이다.

그러나 국제학교와 대형병원, 문화시설 등 초기 투자비가 크고 수익 회수 기간이 긴 핵심 정주 시설은 일반적인 토지 공급과 민간 분양 방식만으로 유치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 새만금 수변도시를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규정하고 교육과 의료 및 문화 인프라 구축에 국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오래 연구해 온 한 교수는 "새만금 수변도시에 들어설 학교와 병원 그리고 문화시설을 단순한 지역 복지 차원이 아니라 1000조 원대 국가 전략산업을 가동하기 위한 필수 산업 기반시설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도로와 항만을 국비로 짓듯 핵심 인재를 붙잡아 둘 정주 인프라 역시 국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해 완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현재 새만금 투자진흥지구와 기회발전특구는 일정 요건을 갖춘 창업기업과 신규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인세와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감면하는 등 기업 유치 중심의 세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새만금 투자진흥지구는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를, 기회발전특구는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를 감면한다.

이제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이들 전략산업에 종사하며 새만금과 전북 서부권으로 이주하는 청년·핵심 기술인력에게도 주거 지원과 근로소득세 감면 등 별도의 정주 특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100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새만금의 미래는 결국 첨단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로 시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차가운 회색빛 공장 지대가 아니라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선망하는 가장 역동적이고 품격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새만금 대개조의 진정한 완성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