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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타던 버스번호가 싹 바뀌었다"…광주 시내버스 노선 개편 첫 출근길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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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타던 버스번호가 싹 바뀌었다"…광주 시내버스 노선 개편 첫 출근길 '멘붕'

9년 만에 103개→115개 노선 대수술…2일 첫 출근길 곳곳서 우왕좌왕

"이 나이에 다시 못 외워. 길 잃어버릴까 겁이 난당께."

2일 오전 7시 30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살레시오여고 앞 버스정류장. 9년 만에 단행된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10월 31일 시행) 이후 맞은 첫 출근길은 어수선했다. 새로 바뀐 노선을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안내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손가락으로 노선도를 짚어가며 행선지를 묻느라 진땀을 뺐다.

시청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현장 안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안내를 듣고서야 "여기가 아니네"라며 반대편 정류장으로 종종걸음을 치는 70대 할머니, 버스에 타려다 기사의 제지를 받고 황급히 내리는 시민 등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살레시오여고 앞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버스노선 알리미에게 개편된 노선을 묻고 있다.2026.11.02ⓒ프레시안(강병석)

이번 개편으로 시는 기존 103개 노선을 115개로 늘리고 운행횟수도 535회 확대했다. 노선번호 앞의 '지역명'을 없애 단순화하고 외곽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현장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불편'과 '기다림'이었다.

산수동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기존 35번을 타면 증심사까지 한 번에 갔는데, 이제는 중간에 내려 1번으로 갈아타야 한다"며 "환승할 버스가 먼저 떠나버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제 시간에 출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졸였다.

남구에서 만난 황연실씨(69)의 하소연은 더 심각했다. 그는 "아침마다 타던 170번의 배차간격이 1시간이었는데 개편 후 무려 85분까지 늘어났다"며 "가뜩이나 길었는데 시간대를 잘못 맞추면 1시간 30분 가까이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령층의 정보 소외도 심각했다. 남구에서 통원치료를 가던 박모씨(82)는 "수십 년 다닌 병원 가는 버스번호가 싹 다 바뀌었다"며 "정류장에 QR코드가 붙어있다 한들 나 같은 늙은이가 스마트폰으로 그걸 어떻게 보나. 길을 잃을까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진월대주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바뀐 노선을 확인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2026.11.02ⓒ프레시안(김보현)

현장의 혼란은 시의 졸속 행정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 일부에만 안내요원이 배치됐을 뿐 길 이용객이 적은 건너 맞은편 정류장에는 안내원도 없고 심지어 바뀐 노선표조차 부착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기존 버스 번호만 보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뒤늦게 택시를 잡아타는 시민도 속출했다.

온라인에서는 정차 위치와 정류장 설계 오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구의 한 시민은 "남구의 한 신축아파트 인근에 새 정류장이 생겼지만, 남구청과 새 정류장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버스가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해 승객을 둔 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남대 후문 정류장에서 버스가 정차하지 않아 버스를 놓쳤다는 시민도 있었다.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한 버스정류장에 노선표가 붙어 있지 않은 채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버스 정류소 표지판에도 기존 노선이 붙어 있지 않아 일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2026.11.02ⓒ프레시안(김보현)

가장 속이 타는 이들은 운전대를 잡은 버스기사들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시의 '탁상행정'과 '소통부재'가 낳은 예견된 참사라고 지적한다.

버스노조 조합원 A씨는 "예고 기간도 한 달 남짓으로 턱없이 짧았다"면서 "학생과 어르신 승객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수능이 끝나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충분히 시범운행을 거친 뒤 내년 1월1일에 시행하자고 현장에서 수차례 건의했지만 시가 묵살했다"고 했다.

그는 "시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평균 주행시간으로 배차간격을 짰지만 출·퇴근 교통체증 등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며 "급행버스를 간선으로 바꿔 모든 정류장에 서게 하거나 배차간격이 40분 이상 벌어지는 등 불합리한 노선 때문에 쏟아지는 시민들의 항의는 오롯이 기사들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현직 버스기사 김모씨도 "기존에 간격 문제로 정차하지 않던 정류장까지 억지로 다 서게 만들었다"며 "심하면 2~3개 차로 대각선으로 막고 있는 버스들이 목격될 수도 있다. 운전원들이 곡예운전을 하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2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에서 버스 노선 개편 관련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2026.10.27ⓒ독자

이에 대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계자는 "개편 후 약 5일간 주요 정류장에 '노선알리미'를 배치할 것이며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노선안내도를 배부 중"이라며 "오는 11~12월 교통카드 데이터와 시민 의견을 종합 분석해 환승이 불편하거나 혼잡한 구간의 노선을 추가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시청에서 기자를 대상으로 한 노선개편 현장상황 설명 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완하겠다 는 행정편의주의 속에 당분간 시민들의 출퇴근길 고단함과 운전기사들의 스트레스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뀐 노선 정보는 광주 버스 운행정보시스템과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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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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