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규탄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2023년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본격화한 이후에도 국민연금공단이 430억 원이 넘는 이스라엘 국채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 철회 및 인권 책임투자 강화 계획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등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집단학살 전범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인권 책임투자 계획을 밝혀라"고 국민연금에 촉구했다.
또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정은경 장관에게 오는 27일 예정된 국회의 복지부 종합감사에서 관련 입장과 계획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기준 이스라엘 국채 434억 원(2800만 달러)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엔 9900만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보유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 점령이 70년 넘게 지속된 데다,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군의 집단학살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도 국채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테바, 뱅크레우미, 뱅크하포알림 등 이스라엘 기업 회사채 약 167억 원 어치와 주식 약 7125억 원 어치도 보유하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이스라엘 점령군과 유대인 정착민의 팔레스타인인 인종 청소를 지원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회견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침공이 시작된 2023년 10월 이후 대량의 '전쟁 국채'를 발행해 전비를 충당하고자 했다"며 "이 목표를 위해 발행된 국채에 투자하는 건 말 그대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위한 군자금을 제공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국채 보유 규모를 계속 줄여 왔고, 직접 매입이 아닌 외주사에 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과정에서 매입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탁 운용 특성상 특정 채권을 즉시 매각하도록 강제하기 어렵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해 사후 확인과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공적연금 운용에 대한 책임을 위탁 운용사에 전가하는 비겁한 직무 유기"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위탁 운용이라도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원칙에 중대하게 어긋나 기금운용위원회나 공단이 문제를 제기하면 위탁운용사가 해당 투자결정을 보고하도록 해 공단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지 파악하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전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 특성상, 공단의 이스라엘 국채 매입 결정은 전 국민을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연루시키는 것"이라며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등 해외에서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 공공기금이 이스라엘 국채 투자를 철회하고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다국적 기업의 주요 주주로 참여 중인 국민연금이 '인권실사 강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해온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은 지난 5월 셰브론 주주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자원 수탈 문제에 대한 인권실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독립된 외부 기관이 검증하도록 한 안건에 반대했다. 같은 날 열린 메타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은 혐오 발언 및 인종차별적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인권실사 실효성 공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회견 참가자들은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기 전인 지난 4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에 있어 인권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문을 결정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했는가는 물론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과 인권위 결정을 준수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권위 권고사항을 어떻게 구체화해 ESG 통합전략 및 의결권 행사 등 책임투자에 인권 요소를 강화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과 추진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은 국제사법재판소 협약 당사국이며, 집단학살 방지 및 처벌 협약에 가입했다"며 "국민연금공단뿐 아니라 이스라엘 관련 투자 및 협력에 참여한 한국 정부 및 민간기관도 이스라엘의 반인륜범죄를 방조하고 지원한 것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연금공단에 "집단학살에 한국의 시민들을 연루시킨 것에 대해 사죄하고, 해당 투자 및 권한 행사에 대한 철저히 점검하고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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