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DN오토모티브에서 노동자들이 특수건강진단을 앞두고 '비타민 주사'라는 이름으로 체내 납을 배출시키는 주사를 맞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고용노동부 감독에서는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고, 작업환경측정기관의 부실 측정도 확인됐다. 투약의 경위와 목적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또 있다. 노동자의 몸에서 납을 빼내려 하기 전에, 사업주는 작업장의 납 노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최근 프레시안에 실린 시민건강연구소의 논평은 기업이 측정·검진기관을 선정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의 이해충돌과 정부 감독의 한계를 짚었다. 여기에 더해 살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무엇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가.
우리 법은 사업주에게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의무화한다. 측정 결과에 따라 시설을 개선하고, 건강진단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도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 몇 가지 질문이 앞선다. 측정했는가. 노출기준을 초과했는가. 건강진단을 했는가. 직업병 유소견자가 나왔는가.
반면 사업주가 노동자의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했으며, 그 조치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측정과 검진은 위험을 찾아내고 판단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어느새 그 결과 자체가 관리의 목표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구조에서는 위험을 발견하는 일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산업보건·화학물질 제도 정책 포럼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작업환경측정·평가기관 종사자 43명 중 36명(83.7%)이 기준 초과 결과와 관련해 수치 조정 요구, 계약·비용 압박, 서류 처리로 마무리되는 상황 등 적어도 한 가지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소규모 조사이므로 전체 업계의 실태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험을 발견하고 알리는 전문가들이 어떤 압력에 놓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위험을 줄일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그런데 위험을 발견한 전문가가 자신의 측정 결과를 방어해야 하고, 정작 노출을 줄이는 일은 뒤로 밀린다면 제도의 작동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물론 우리 법에 개선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6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사업주가 위험을 파악·평가하고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화학물질 노출관리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남는다.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노출기준 이하라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측정하지 않는 물질도 있고, 청소·정비 작업의 일시적인 고농도 노출이나 피부를 통한 노출처럼 정기 측정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위험도 있다. 측정과 건강진단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위험을 판단하고,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실제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관리 과정이 필요하다.
독일은 유해물질 관련 법령에서 사업주에게 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기술적 보호조치의 효과를 점검하도록 요구한다. 미국의 납 노출 규정은 개선계획과 작업환경 관리뿐 아니라, 혈중 납 농도 등이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노동자를 노출 작업에서 분리하면서 임금과 고용상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도 두고 있다. 예방 목적의 킬레이션도 금지한다. 두 나라의 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측정과 검진을 넘어 사업주의 예방조치와 노동자 보호를 구체적인 의무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제 우리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가 유해물질 노출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줄이고, 그 효과를 확인할 책임을 더욱 명확히 담아야 한다. 노출기준 준수는 기본이지만, 기준을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건강보호 의무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는 어떤 물질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누구에게 노출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측정 결과와 작업조건, 노동자의 경험을 종합해 개선 우선순위를 정하고, 유해물질 대체나 공정 밀폐, 국소배기장치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정부의 감독 역시 이러한 과정을 살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류와 수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위험을 어떻게 찾아냈고 무엇을 개선했으며 그 효과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위험을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하는 사업장과 위험을 감추거나 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사업장은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기술·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DN오토모티브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 기업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검사표의 숫자가 아니라 작업장의 위험을 줄이는 일이다.법이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사업장이 무엇을 관리하는지도 달라진다.
이제 산업안전보건법은 측정했는가, 기준을 지켰는가를 넘어 물어야 한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했으며, 그 효과를 확인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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