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 시위에 수십만 명이 몰렸다. 학생들은 천장이 무너질 정도로 낙후된 학교 건물과 교사 결원 때 대체 교사 미배치로 기본적 학습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데 항의하며 교육 예산 확충을 요구했다. 시위 참여 청소년이 진압 장비에 의해 손목이 절단되는 등 당국의 과도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AP> 통신, 프랑스24 등을 보면 프랑스 내무부는 6일(이하 현지시간) 전국 곳곳에서 열린 고등학생 시위에 25만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파리에서 참여한 인원만 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주최 쪽인 학생연합은 전국 참여자 수를 45만 명으로 집계했다. 지난달 17일 파리 외곽 크레테유에서 촉발된 이 시위는 노동자, 학부모, 교사, 대학생 등 연대로 이날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소셜미디어(SNS) 등에 공개된 프랑스 학교 내부 시설 상황은 쥐가 돌아다니고 물이 새고 천장이 무너져 배관이 노출돼 있으며 화장실 변기까지 부서져 있을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생은 프랑스24에 "본관 천장이 무너져 모두가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무서웠다"고 증언했다. 방송은 중등학교 건물 절반 이상이 1970년대 이전에 지어져 노후됐는데 지난 10년간 개보수된 비율은 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파리 9구 라마르틴 고등학교 재학생 레아는 특히 40도 폭염이 덮친 올 여름 냉방 시설은 고사하고 창문도 잘 열리지 않는 환경이 많게는 한 반에 40명씩 수업을 듣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고통을 안겼다고 프랑스 24에 설명했다.
교사 결근·결원 때 대체 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특히 저소득층 지역에서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학부모 단체 추정에 따르면 빈곤 지역 중 하나인 파리 외곽 생상드니 지역 학교에서 대체 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학생들이 2019년 수업의 20%를 놓쳤다고 짚었다. 남부 마르세유에서 시위에 참여한 오세안느(18)는 "우린 그저 교육과 교육 받을 권리를 지키고 싶을 뿐"이라며 교사 부재로 고통 받았다고 호소했다.
파리 나시옹 광장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 안나는 취재진에 "우리 요구는 간단하다. 더 나은 학업 환경, 충분한 교사, 제대로 된 학교 건물. 당국 대응은 참담했다. 이미 많은 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어른들의 연대도 이어졌다. 6일 시위 참여 뜻을 밝힌 파리 소피제르맹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가디언>에 "2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며 이렇게 큰 규모 시위는 본 적 없다. 파리 도심 학생들이 훨씬 더 열악한 학교 환경의 파리 교외 지역 학생들에 큰 연대감을 보여줬다"며 학생들이 보여 준 "연대의식과 관대함"에 감탄했다.
노동조합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과 경찰 사이에 인간띠를 만들어 서기도 했다. 프랑스24를 보면 6일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조합원들은 파리 동부 엘렌부셰 고등학교 앞에 학생들이 친 방어벽(바리케이드)과 진압 경찰들 사이에서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이날 엘렌부셰 고등학교 봉쇄 시위에 참여한 자녀를 둔 학부모 클레어 랑만(53)은 <뉴욕타임스>(NYT)에 "시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라며 "사회는 집단적 노력을 통해 변화한다고 믿는다. 이번 시위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목 절단·최루탄 얼굴 직격…고등학생 대상 과잉 진압 도마
당국의 고등학생 대상 과도한 무력 진압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5일 북부 랑스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15살 소년이 진압용 비살상 수류탄에 의해 손이 절단됐다. 소년이 해당 수류탄에 직접 맞았는지, 땅에 떨어진 걸 줍다가 사고를 당했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지난주 중서부 투르에서 시위에 참여한 16살 학생은 경찰 고무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으로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지난주 파리 북서쪽 생투앙로몬에서 시위에 참여한 14살 소년 에덴은 근거리에서 발사된 최루탄을 얼굴에 맞아 턱뼈가 골절되고 치아 대부분을 잃었다.
프랑스 검찰은 6일 에덴에 최루탄을 쏜 경찰이 폭력 혐의로 사법 감시 아래 놓였으며 직무 수행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에덴이 경찰에 폭력을 당하는 영상은 온라인에 널리 퍼졌다.
다만 프랑스 당국은 기본적으로 비례적 대응을 했다는 입장이다. 로랑 누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경찰이 "거의 모든 경우" 비례적으로 대응했고 시위가 때로 폭동으로 변질돼 경찰 개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에 참여한 학생 레아는 프랑스24에 "설령 학생들이 먼저 경찰을 모욕하거나 주먹을 몇 대 날렸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곤봉으로 무장한 훈련된 경찰 앞에 선 14, 15, 16살일 뿐"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지금까지 시위 과정에서 학생 215명과 교원 85명, 경찰 7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위 시작 이래 5000명 이상이 체포됐는데 대다수가 미성년자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는 급진 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주장 중이다. 해당 정당은 이를 일축했다.
정부는 "부모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 모드 브레종은 "14, 15, 16살 청소년이 오전 9시에 버스 정류장에 불을 지르거나 더 심각하게는 재학하는 고등학교에 불을 지른다면 이는 부모의 책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시설물 파괴 때 파괴를 자행한 사람이 수리비를 무는 법안을 옹호했다. 시위 과정에서 최소 24곳 학교가 불타거나 약탈 당했다.
고교 891곳 수업 중단…교육 예산 확충 요구에도 정부는 '긴축'
정부가 6일 전체 고등학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891곳 고등학교에서 수업이 중단됐다고 밝히는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이 상당하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학생 단체는 봉쇄된 고등학교 수가 정부 추산보다 훨씬 많은 1800곳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교육 재정 확충을 요구하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오히려 급증하는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1일 프랑스 정부는 공공 부문 임금 동결, 대부분의 연금 동결, 지방 예산 지출 억제 등 내용이 담긴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에 달하는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엔 5%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교육 예산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르코르뉘 총리는 4일 지방당국에 장기 결근 및 공석으로 생긴 교원 공백을 우선적으로 채울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낡은 학교 건물 보수 방안도 논의 예정임을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프랑스 학생 시위가 이슬람 세력이 프랑스를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근거 없이 이민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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