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이달 초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1위를 기록하더니 지난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선거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독일 내 극우세력이 다시 힘을 얻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세력 확장을 두고 독일 안팎으로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비롯해 수백만 명을 학살했던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아돌프 히틀러의 역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폭력적 방식이 아닌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 집권했고 이후에도 독일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는 최근 AfD가 독일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 우려스러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독일인들이 히틀러와 나치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번역되어 발간된 <히틀러의 복지국가>는 히틀러와 나치가 어떻게 독일인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해 준다. 나치 정권과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역사 학자 괴츠 알리는 이 책에서 나치 정권이 유대인과 유럽을 약탈해 독일인의 삶을 풍요롭게 했고, 이를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대인에 대한 집단 학살은 이념적으로는 인종에 대한 차별에 기인했는데, 실질적으로는 이들의 재산이 독일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제적 효과를 발휘했다. 저자는 "청산된 유대인 재산에서 나온 자금은 1942~1943년의 위기 국면에 독일의 전쟁 수행 체계를 떠받쳤"으며 "유대인 재산 몰수와 처분"을 통해 "독일 정권은 국내 납세자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리스와 같은 점령지를 곧바로 무자비하게 수탈하지 않으면서도, 병사 급여, 군 건설 사업, 무기 구매에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었다"며 "전쟁이 위태로운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서 유대인들의 재산 몰수는 독일 국고에 상당한 자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독일과 피점령지의 경제 관료들이 유대인 자산을 전시 국채로 전환"했는데 "겉보기에는 자산의 형태를 바꾸어, 유대인들을 참전국이나 피점령국의 채권자로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채권자들은 가스실에서 살해당했다"라며 약탈의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저자에 따르면 나치 정권은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채권자가 된 유대인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이러한 정책을 추진했다. 결국 "집단학살의 결과로 직접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집단학살의 성공에 마찬가지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경제적 기반이 나치 정권에 대한 지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됐다.
이러한 탄압은 나치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매력적인" 방식으로 여겨졌다. 저자는 "유대인 착취는 그리스, 프랑스, 그리고 전쟁 말기의 헝가리와 같은 피점령국의 정치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책이었다"라며 "독일이 요구한 점령비용은 해당 국가의 경제를 파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막대했기 때문에, 점령한 국가들에게 유대인이라는 손쉬운 희생양을 함께 약탈하고 사회에서 제거함으로써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고 저술했다.
저자는 실제 1944년 8월 3일 스위스의 언론인 <노이에 취르 차이퉁>이 "(헝가리에서) 유대인 기업의 아리안화가 이루어질 경우, 정부가 정한 매입 가격은 즉시 현금으로 지급된다. 이는 이 조치가, 과거(1938~1941년) 독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정한 재정적 의미, 전시 재정 부담을 경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고 제시했다.
이처럼 점령지 전역의 유대인 자산에서 나온 자금은 병사들의 급여 지급에 사용됐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독일 인구의 95%는 약탈한 외화와 금에서 나온 돈과 식품의 형태로 이익을 얻었다. 공습 피해자들은 살해된 사람들의 옷을 입고 그들의 침대에서 잠을 잤다"며 결국 나치가 만든 이러한 약탈 체제는 "모든 독일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이러한 약탈 정책은 독일 국민의 복지를 떠받치는 초석이었으며, 정치적 충성심을 유지하는 주요 기반이기도 했다. 그 충성심은 무엇보다 물질적 이해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국가와 국민 사이의 흔들리지 않는 동맹은 교묘하게 고안된 당의 선전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약탈을 통해 만들어졌고, 그 전리품은 혈통으로 선별된 민족 동포들에게 평등주의적 원칙에 따라 재분배되었다"
전쟁 수행에 필요한 비용 역시 독일인들의 손에서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독일인들은 전체의 10%도 채 부담하지 않았다. 반면 비교적 부유한 독일인들은 20%를 부담했고, 외국인, 강제 노동자, 유대인들은 사실상 전시에 독일이 매일 소비한 자금의 70%를 감당해야 했다. 중산층과 노동계층은 제3제국이 인종과 계급을 동시에 강조한 정책으로부터 혜택을 누렸다"고 전했다.
저자는 "'전시 사회주의'와 인종적 우월감, 제국주의적 팽창주의가 결합하면서 전쟁 후반기에까지도 (나치) 정권에 대한 견고한 지지가 유지되었다"라며 "물질적 이해관계는 대다수 독일인 들로 하여금 나치 복지국가가 범죄적 토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풍요로움을 약속한 나치를 지지한 독일 국민들도 나치와 함께 전쟁범죄를 저지른 공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가 특정한 공동체를 약탈해 얻은 전리품을 국민에 나눠주는, 이러한 행태가 정당화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며 동맹국을 약탈하는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 국제법이 무시되면서 사실상 정글과 다름없이 바뀌고 있는 세계 질서 때문에 이러한 질문은 지금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 보인다. 제2의 아돌프 히틀러를 만들어낼 것인가, 100년 전 참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인류는 어쩌면 중요한 갈림길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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