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재해 참사가 일어난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에 대한 상고심을 앞두고, 시민 1981명과 각계 인사 40여 명이 쓴 엄벌 촉구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김훈 작가도 개별 탄원서로 동참했는데,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열악한 처지에 놓인 유족이 사측과 합의한 점을 양형사유로 삼아 박 대표의 형을 대폭 깎은 점을 비판했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는 2일 서울 서초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형을 받았으나,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와 회사 간 합의가 이뤄진 점을 양형사유의 하나로 들었다.
김훈 작가는 "이 판단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피해자 유가족들은 모두 그날그날의 생계에 허덕지덕하는 사람들로, 가족을 잃은 슬픔뿐 아니라 소송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리셀은 집단교섭을 거부하고 유가족들의 변호사를 우회해서 개별 접촉으로 각개격파했다"며 "이것은 대기업이 사회경제적 약자의 가장 취약한 급소를 찔러서 항복을 받아낸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고심 법원이 이 사태의 핵심부와 밑바닥과 사회의 앞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날마다 그 위험한 현장으로 나가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까지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산재사고를 줄이려면 "'저런 사고를 내면 감옥에 오래 사는구나, 망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경각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사람이 미워서 처벌하자는 게 아니다.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들을 막기 위해" 박 대표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저히 풀 길이 없는 유가족들의 통한의 마음으로 판단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시민 1981명은 공동 탄원서에서 "원심판결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취지를 그르친 법리 오해가 없는지 엄중히 살펴달라"며 "이 탄원은 단지 한 사람을 무겁게 처벌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지켜달라는 호소"이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을 법원이 스스로 무력화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정민 이태원유가족협의회 위원장 등 산재·참사 유족,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양경규 정의당 대표 등 정치인을 포함 총 40여 명이 개별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4월 28일 검찰의 박 대표 등의 중대재해법 등 위반 사건에 대한 상고를 접수했다. 공판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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