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구정 현안을 살피고 민선 9기 밑그림을 그리며 숨 가쁘게 달려온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이 '주민주권도시 중구'를 향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구는 오는 28일부터 '제50회 구민의 날 주간'을 운영하고, 9월1일 열리는 기념식에서 '주민주권도시 중구' 비전을 선포한다.
개청 50년을 맞은 중구는 대전의 모태라는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지난 50년간 이어져 온 불균형 성장과 관료 중심 행정의 틀을 깨겠다는 구상이다.
주민이 직접 지역문제를 정의하고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에 참여하는 '풀뿌리 자치'를 비롯해 성심당과 한화생명 볼파크 방문객을 원도심 곳곳으로 유인하는 체류형 상생관광, 신도심 중심의 투자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원도심 '역진적 투자', 자치구 보통교부세 직접 교부를 통한 재정주권 확보 등이 핵심이다.
김 구청장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원도심 부활이 아니다. 행정과 재정의 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중구가 스스로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김제선 중구청장을 만나 개청 50년을 맞은 중구의 변화 방향과 민선 9기 구정구상, 원도심 활성화와 주민주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과의 일문일답.
프레시안: 중구가 오는 28일부터 '제50회 구민의 날 주간'을 운영하고 9월1일 기념식에서 '주민주권도시 중구' 비전을 선포한다. 개청 50년을 맞아 그리는 중구의 새로운 모습은 무엇인가.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중구는 대전의 뿌리이자 모태다. 개청 50년을 맞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주민과 함께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출발점이 '주민주권도시'다. 그동안의 관료 중심, 일방향 행정에서 벗어나 주민이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주권자로 구정에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문기구 성격에 머물렀던 주민자치위원회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려 한다. 동별 2억원씩 모두 34억원 규모의 주민특화사업비를 주민참여예산 방식으로 운영하고, 8000억원 규모의 본청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도 주민 참여를 보장할 계획이다.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고, 필요한 예산까지 결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치가 가능하다. 행정이 가지고 있던 자치권과 재정권을 주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주민주권도시의 핵심이다.
프레시안: 성심당과 야구장을 중심으로 외지 방문객이 크게 늘었지만 주변 상권까지 효과가 확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방문객을 원도심에 머물게 할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닌가.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중구는 성심당만으로도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한화생명 볼파크까지 들어서면서 이제는 디저트와 야구를 목적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도시가 됐다. 대흥동과 은행·선화동의 노포 맛집, 감성카페 등을 찾아오는 목적형 여행객도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사람이 중구를 찾아와도 특정 장소만 방문한 뒤 떠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방문객을 지역에 더 오래 머무는 '생활인구'로 전환해야 한다.
성심당 권역을 중심으로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하는 상권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청년 크리에이터 팝업스토어와 골목형 체험관광도 확대하려 한다.
여기에 테미고개 로컬 메이커타운과 부사동 날망길, 중구 야행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면 방문객의 동선을 원도심 곳곳으로 넓힐 수 있다. 성심당이나 야구장을 보러 온 사람이 골목을 걷고, 음식을 먹고, 문화를 체험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프레시안: 한화생명 볼파크 경기일이면 부사동과 문창동 일대의 주차난과 교통 혼잡이 심각하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야구장 주변 주차난은 단순히 주차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2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조성하면서 5000대 수준의 주차 공간을 인프라 단계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주차장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이제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수요관리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야구장 주차장을 유료화하고 '주차권 예매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 취약계층에게 주차권을 우선 배정하면서 일반 관람객의 승용차 이용은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동시에 중앙로역과 야구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해 승용차 없이도 편리하게 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구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고 대전시와 한화 구단이 함께 나서야 한다.
성심당 인근 대흥어린이공원 지하주차장 건립 사업도 과거 민선 8기 당시 행정 착오로 국비가 반납되는 진통을 겪었다. 대전시도 주차 인프라 확충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중구 역시 부사동 폐교 부지와 대사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등 활용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경기당 일원 주민 차량에 대해서는 단속을 유예하는 등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겠다.
프레시안: 중구는 대전의 모태이지만 도시 성장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도 있다. 대전시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생각인가.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대전시가 결정하고 자치구에 통보하는 일방적인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시와 구가 도시의 현안을 사전에 협의하고 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구청장과 시장 간 채널뿐만 아니라 부구청장 채널, 정무라인 등 '다중 소통채널'을 가동해 현안별로 긴밀하게 협의하려 한다.
특히 대전의 성장과정에서 신도심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원도심에 재정과 공공시설을 우선 배분하는 '역진적 투자'가 필요하다.
같은 금액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 반드시 균형발전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투자가 부족했던 지역에 더 많이 투자해야 도시 전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대전시와 이런 인식을 공유하면서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해 나가겠다.
프레시안: 자치구 보통교부세 직접 교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재정주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현재 특·광역시 자치구는 보통교부세를 광역지자체를 거쳐 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다.
중구의 경우 사회복지비를 비롯한 필수경비가 전체 예산의 80.8%를 차지한다. 실제로 구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가용재원이 매우 부족하다.
보통교부세가 자치구에 직접 교부된다면 매년 약 2400억원 규모의 세원을 직접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더 받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시 공모사업이나 보조사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중구가 지역 여건에 맞는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민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재정권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민이 결정하고 자치구가 실행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갖추는 것, 그것이 제가 말하는 '재정주권'이다.
프레시안: 9월1일이면 중구가 개청 50주년을 맞는다.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와 구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개청 50주년을 맞아 대전천을 경계로 마주하고 있는 동구와 함께 '원도심 르네상스 공동선언'을 발표하려 한다.
원도심 문제를 단순히 B/C, 즉 비용 대비 편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던 원도심에는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더 적극적인 '역진적 투자'가 필요하다. 동구와 함께 대전시에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원도심의 가치를 지켜나갈 생각이다.
이번 50주년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구청장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구민 300여명과 함께하는 야구 관람 행사에서는 대사동 8남매 다자녀 가정의 장녀이자 풋살 선수가 주민을 대표해 시구한다. 9월1일 대전 대흥침례교회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주립대 정교수가 된 차인홍 교수를 초청해 강연과 연주회도 마련한다.
중구는 단순히 오래된 도시가 아니다. 주민의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도시다.
지난 50년의 불균형을 넘어 앞으로의 50년은 주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이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주민주권시대'를 현장에서 열어가겠다.
대담=문상윤·이재진 프레시안 대전세종충청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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