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진실화해위원이 갑자기 '해외입양 폐지 반대' 칼럼을 쓴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진실화해위원이 갑자기 '해외입양 폐지 반대' 칼럼을 쓴 이유는?

[기고] 진화위 과제는 아동에 대한 국가 폭력과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24일 한 신문의 사설·칼럼란에 실린 해외입양 관련 기고문을 읽고 아연실색했다. 제목은 「해외입양 전면 폐지 대신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 이유」였다. (바로보기) 현재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해외입양의 전면 폐지를 본격적인 의제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 글은 마치 '해외입양 전면 폐지론'이 당면한 사회적 의제인 것처럼 전제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해외입양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해외입양의 중단이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197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 글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해외입양 전면 폐지론'을 반박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지난 반세기 동안 입양기관들이 반복해 온 해외입양 지속론을 대신 발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더욱 의아한 것은 필자가 막 출범한 제3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수용시설과 해외입양 과정의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제3소위원회를 맡은 상임위원이라는 사실이다. 설령 해외입양제도의 존폐를 논의할 공론장이 열려 있다 하더라도, 지난 70년간 해외입양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할 사람이 지금 나서서 제기할 문제는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진실규명 후에 혹 그 규명된 진실에 근거해서 할 수도 있는 말일 것이다. 정작 지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의 결론에도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의제를 들고나온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난 50여 년 동안 해외입양 지속론과 중단론 사이에서 오랜 논쟁을 거친 끝에, 2023년 어느 한쪽도 아닌 제3의 길을 선택했다.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입양특례법」을 개편하여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했다. 두 법률은 2025년 7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법제가 가져온 가장 중대한 변화는 지난 70년간 해외입양을 사실상 좌우하며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어 온 홀트아동복지회 등 민간 입양기관을 입양알선 업무에서 배제하고, 입양의 모든 절차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들 어디에도 해외입양을 전면 폐지한다는 조항은 없다. 대한민국은 해외입양을 폐지한 적도 없으며, 현재 전면 폐지를 계획하거나 논의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여, 아동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국제입양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두었다.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모든 절차를 국가가 직접 책임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변화가 현실적으로 해외입양을 중단에 가깝게 이끄는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외입양 문제와 씨름해 온 시민사회와 정부, 국회가 함께 선택한 제3의 길이다.

새로운 법제 아래에서 국제입양은 한국 정부가 입양수령국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하는 정부 간 협의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이 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실현할 방안을 국내에서 찾지 못했으므로, 귀국의 자원을 활용하여 이 아동에게 그 이익이 실현될 수 있겠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법률적으로 해외입양이 폐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자국 아동을 제대로 양육하고 보호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사실상 고백하며 다른 나라에 입양을 요청한다면, 국민적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K-대한민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비추어 보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긴 미국은 국제적인 조롱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캐나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몇몇 나라에게 흑인아동을 입양 보내고 있긴 하다. 미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유엔 회원국이다. 아동권리에 관한 한 미국은 후진국이다. 물론 우리가 미국을 따라하지 않아야 할 일은 이것 말고도 넘치고도 넘친다.

그런데 이미 이처럼 '엄격한 심사를 통한 국제입양'의 길이 법률로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상임위원이 신문 지면을 통해 마치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해외입양의 지속을 엄격한 심사를 단서로 달아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알고도 이런 글을 썼다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그에게 부여된 과제는 해외입양제도를 존속시킬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를 논하는 일이 아니다. 지난 70년간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가 아동에게 어떠한 폭력을 행사했는지, 입양기관들이 어떠한 범죄적 인권침해를 저질렀는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제3소위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는 '해외입양이라는 사회복지제도의 존폐'가 아니다. 핵심은 '아동에 대한 국가폭력'과 '아동에 대한 범죄적 인권침해'이다.

그런데도 진실화해위원회 제3소위원회를 맡은 상임위원이 갑자기 해외입양의 존폐 문제를 의제로 들고나온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진실규명 과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해외입양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과 범죄적 인권침해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명하다.

"상임위원님, 해외입양의 존폐 문제는 위원님의 일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입양알선 단체들은 이번 진화위 3소위 조사의 피감기관인데, 얼핏 보면 피감기관에게 사전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의 기고문으로 느껴집니다. 상임위원님, 이 땅의 아동에게 70년 동안 가해진 국가폭력과 범죄적 인권침해의 진실규명에만 결연히 임해주시라고 부탁드립니다."

▲해당 칼럼 일부 ⓒ 한국일보 화면 갈무리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