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앞으로 5년간 추진할 장애인 정책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국무원 장애인공작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 기간 장애인 보호·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장애인 복지와 고용, 돌봄, 공공서비스, 문화, 정보기술, 사회환경 등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종합 계획이다.
정부는 7개 핵심 분야에서 32개 정책 과제를 추진해 2030년까지 장애인을 위한 사회보장과 돌봄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여가 활동을 확대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지원과 무장애(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지난 7월 27일 중국장애인연합회(장련)가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이전 5개년 계획에는 없었던 두 가지 새로운 목표가 포함됐다. 청카이(程凱) 장련 주석은 2030년까지 도시와 농촌에서 장애인 신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고, 중증장애인에게 연인원 350만 명 규모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장애인의 생활 안정을 넘어 자립과 사회참여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업 890만 명 시대, 소득 목표는 GDP 연동에서 '가처분소득 연동'으로
장련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기본 양로보험에 가입한 장애인은 약 2,774만 명이며, 이 가운데 연금을 수령하는 장애인은 1,296만 명이다. 등록 장애인 가운데 취업자는 약 890만 명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대목은 소득 목표의 상향이다. 지난 5개년(2021~2025) 계획이 장애인 가구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체로 연동시켰다면, 새 계획은 2030년까지 이를 전체 주민의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보조를 맞추도록 했다. 이전보다 높은 기준선이다. 중국장애인연구회 펑산웨이(馮善偉) 부비서장은 새 목표를 달성하려면 장애인 가구의 임금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을 모두 끌어올려야 하기에 지난 5년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용 확대를 위한 구체적 수단도 포함되었다. 장애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작업장 100곳을 새로 설립하고, 조식 서비스와 복권 판매 등 분야의 일자리 거점을 확충한다. 리둥메이(李東梅) 장련 부주석은 취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대상 고등직업교육을 발전시키고, 수요 맞춤형 훈련을 확대하며, 장애인 대학 졸업자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지체·지적·정신 장애 등 취업 장벽이 높은 이들을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와 결합한 '지원 고용' 모델을 확대한다. 리 부주석은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 노동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발전에 참여하며 그 과실을 나눌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놨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재활 훈련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과학기술이 처음으로 별도의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로봇 기술을 장애인 지원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같은 디지털 기술도 재활과 돌봄, 생활지원 서비스 전반에 폭넓게 적용한다.
특히 머리에 장치를 삽입하지 않고도 뇌의 신호를 읽을 수 있는 비침습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재활기기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재활 훈련을 돕고, 기업에는 새로운 기기를 실제 현장에서 시험하고 개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저우창쿠이(周長奎) 중국장애인연합회 이사장은 장애인이 실제로 생활하고 재활하는 현장에서 기술과 제품을 시험함으로써 성능을 높이고, 사업화 가능성도 함께 검증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고령화와 장애인 지원 수요의 변화에 맞춰, 장애 발생과 재활, 교육, 취업, 노후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장애인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중국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금과 중증장애인 돌봄보조금이 물가와 생활 여건의 변화에 맞춰 조정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장애아동 재활 지원을 확대하고, 휠체어와 보청기 등 보조기기 구입비 지원 제도도 정비한다.
재활서비스의 이용 범위도 넓어진다. 지난 5년간 85%를 넘어선 기본 재활서비스 이용률을 앞으로 5%포인트 더 높여 약 9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장애인의 의료보험 가입률은 95% 이상, 학령기 장애아동의 의무교육 이수율은 97% 이상을 유지할 방침이다. 장애인이 경제적 형편이나 거주 지역 때문에 기본적인 의료·교육·재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농촌은 여전히 최대 과제다. 청카이 주석은 등록 장애인의 약 80%가 농촌에 거주한다며, 2026~2030년 기간 농촌 저소득 장애인을 동태 모니터링과 맞춤 지원의 중점 대상으로 삼고, 최저생활보장과 극빈층 지원, 임시 지원을 통해 요건을 갖춘 대상자 전원을 포괄하겠다고 밝혔다. 주간보호, 이웃 상호부조, 노인-장애인 통합 돌봄 등 지역사회·재가 서비스도 함께 확충한다.
표본조사를 통한 장애인 법제 정비
데이터 기반 정책 전환도 눈에 띈다. 중국은 2026~2030년 사이 제3차 전국 장애인 표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2006년 조사 이후 20년 만에 국가 단위 장애인 통계가 갱신되는 셈으로, 계획은 장애인 통계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향후 5년의 주요 우선순위로 명시했다. 병원, 학교, 은행, 도서관, 박물관, 극장, 체육시설, 관광지 등 공공시설의 배리어프리(무장애) 개선과 금융·의료·우정 분야 무인단말기의 무장애화도 추진된다.
법제 정비 역시 병행된다. 장련은 장애인 교육과 성인 후견 관련 법률 체계를 개선하고, 장애인보장법 개정을 추진하며 무장애환경건설법 이행을 위한 지방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장애인 권익 보호 법체계는 110개 이상의 법률, 70개 이상의 행정법규, 90개 이상의 지방법규로 구성돼 있다.
향후 5년간 장련은 법원, 검찰, 공안, 사법행정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사법 보호와 법률 구조, 접근 가능한 공공 법률서비스를 개선하고, 문화·체육·예술 활동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 더 온전하고 평등한 사회 참여를 촉진할 방침이다.
8천만 장애인 대국의 실험
이번 계획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장애인이 가장 많은 나라로, 그 규모는 약 8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중국장애인연합회의 2016년 추산 기준으로 이 가운데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약 3천만 명에 그쳐, 등록 인구와 실제 인구 사이의 간극 자체가 오랜 정책 과제로 지적돼 왔다. 20년 만에 재개되는 전국 표본조사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제사의 흐름을 보면, 중국 정부는 1990년 '장애인보장법'을 제정해 장애인 권익 보장의 법적 기반을 처음 마련했고, 1994년 '장애인교육조례', 2007년 '장애인취업조례'를 잇달아 시행하며 교육과 취업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 시도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학계 안팎에서 이어져 왔다. 이번 계획이 종합적 사회보호, 전 생애주기 돌봄, 전방위적 권리 보호를 전면에 내건 것은 이런 축적된 과제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장애인 인구를 가진 중국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 내놓은 이번 계획은, 장애인 복지를 '시혜'가 아니라 '발전 역량'의 문제로 접근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소득 기준선을 높이고 과학기술을 전면에 세운 야심찬 설계가 실제 장애인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등록 장애인의 80%가 농촌에 사는 구조적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향후 5년의 관전 포인트다.
초고령화와 돌봄 공백, 장애인 고용의 질이라는 숙제를 똑같이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이번 계획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노인-장애인 통합 돌봄, BCI 기반 재활 기술의 실증 환경 조성, 20년 주기의 전국 단위 실태조사 같은 접근은 이웃 나라의 정책 실험이자 하나의 비교 지표가 될 수 있다. 선언과 이행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은, 이제 시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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