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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와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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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와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시민건강논평] 아이들의 삶, 그 자체가 행복하려면

요즘은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사라진 아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놀이터와 운동장에서 찾기 어려운 아이들은 학원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사교육 공화국이다. 방과 후 학원 뺑뺑이를 도는 학생들을 마주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교육의 대상이 점점 저연령화됨에 따라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도 성황이다. 입시 위주의 조기 사교육이 오히려 뇌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입시 위주의 사교육은 단일한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사교육의 목적이 '특정 대학' 또는 '특정 학과'의 층위에서 구성되며 각종 '의대반'이 성행한다. '의대반' 또한 점점 저연령화되어 '초등의대반'도 생겨났다. 초등의대반의 아이들은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 정도는 가볍게 소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의사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사교육계는 발빠르게 대응하며 새로운 의대반을 모집한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좋을리 만무하다.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76% 급증했으며(☞관련자료 바로가기), 5-9세 아동의 우울증 약 사용량은 244.5% 증가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2025년 발간된 유니세프의 보고서에서 한국 아동의 마음건강은 OECD 및 EU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위치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정부에서는 학원의 심야교습을 제한하며 사교육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한국 사교육 시장은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아동이 겪는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동이 과도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게 된 근본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입시경쟁을 통해 직접적으로 기대하는 결과는 '원하는 대학·학과'로의 진학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삶의 모든 과정을 '결과'로 환원하며, 이를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으로 평가한다. 아동이 사회로 나아가는 첫 관문인 입시성적 또한 이러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목표로 하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초중고에서 보내는 12년의 시간은 과정 그 자체의 가치로 존중받지 못한 채, '입시 실패'라는 결과로 환원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동의 입시경쟁을 부추긴다.

또한 한국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는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그 이후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용인한다. 대학 졸업 후 어떤 직장에 진입할지, 고용 형태와 고용 안정성, 소득수준이 모두 학벌의 굴레 안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진 노동시장의 분절화는 학벌의 파급력을 증폭시킨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하에서 강화된 경제환원주의가 자리한다. 이는 성공의 기준을 경제적 성과로 획일화하고 결과주의와 결합하여 '경제적 가치'만을 인간 삶의 유일한 결과이자 목표로 정당화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아동은 생애 전반의 소득을 좌우하는 매개체로서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롭게 미래를 상상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무한경쟁 속으로 내몰린다.

아동이 감내하고 있는 입시경쟁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결과주의와 학벌사회, 경제환원주의라는 구조적 조건 하에서 강요된 생존경쟁이다. 그 자체로 행복해야 할 아동의 삶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동의 삶은 성인이 되기 위한 미완성의 시기가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인간 삶의 유기체적인 한 부분이다. 오히려 아동기의 인내를 종용하는 한국 사회와 달리 행복한 아동기를 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의의를 가지며, 동시에 생애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성과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뎌야 하는 상황은 비단 아동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더 나은 직장, 더 높은 수입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며, 성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더 큰 성공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순간으로 채워진다면, 인간의 삶에는 무엇이 남을까?

경제환원주의와 결과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살아있는 매 순간을 만끽할 때, 아동은 비로소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이 아동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동을 미래의 인적 자원이 아닌, 현재의 시민으로 바라보자. 어린이날 만큼은 아동들이 입시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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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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