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더불어민주당 수도권·호남 권역 경선 투표를 앞두고, 대선 경선 후보인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각각 수도권 및 호남 지역 맞춤 공약을 제시하며 지역행보에 나섰다. 김 지사는 '비정규직 청년노동시간 저축계좌 도입' 등 진보 지지층에 어필하는 공약을 내놓고, 여론조사 업체 '시그널앤펄스'(구 리서치디엔에이) 교체를 촉구하는 등 경선 여론조사 공정성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22일 오후 여의도 대산빌딩 캠프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정규직으로 일한 기간이 총 7년이 된 청년에게는 6개월간 유급 휴가를 보장하겠다"며 '비정규직 청년 노동시간 저축 계좌 도입(비정규직 안식년제 제도)'을 발표했다. 해당 제도의 대상은 만 19~34세 청년층 중 계약직·임시직·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적 노동자를 모두 포괄한다.
김 지사는 또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면 고용복지센터에 등록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그리고 청년 때에 등록한 후에 65세 이전까지 비정규직 근무가 7년이면 생애 한 번 이 안식년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식년 기간 동안엔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도 6개월간 지급된다.
김 지사는 "지금 20대 임금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이 43.1%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에 최대치", "한 번 비정규직으로 진입하면 80~90%가 생애 기간 내내 비정규직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 노동시장의 특징"이라며 "비정규직 청년에게 자기 경력 개발 및 재충전 기회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재원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퇴직금 미지급 상당분에 대한 부담금 신설 △정규직이 부담하는 해고 위험 회피 분담금 신설 △정부의 국가 보조 50% 이상 등 3자 부담 방식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비정규직 공약과 관련 '정규직 전환 촉진이 근본 대책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채널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지난 정부에서 한 것처럼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바꾸는 그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가 힘든 그런 정책이었다"고 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과 동일노동·동일임금 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정책의 트랙은 별도로 추진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게 김 지사의 설명이다.
또 그는 "다른 후보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성장 몇 프로(%), 또는 양적 성장을 위한 공약은 20년 전의 레코드판 같은 것"이라며 "이제는 후보들이 그와 같은 양적 성장의 숫자·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우클릭' 행보를 비판한 것. 민주당 내 전통적인 '진보세'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수도권·강원·제주 공약으로는 △대통령실 및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해양수산부 인천 이전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GTX 및 도시철도 급행화 등 수도권 교통 혁신 △철원 평화산업단지 조성 등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실현 등을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은 이날 오전엔 캠프 대리인 고영인 전 의원을 통해 경선 여론조사 관련 공정성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고 전 의원은 당 선관위가 △권리당원들에 대한 후보자 소개문자 일괄 발송 △국민여론조사 투명성을 위한 참관 절차 개선 조치 등을 약속한 데 대해선 환영입장을 펴면서도, 여론조사 업체 시그널앤펄스 비교체 결정에는 "결코 납득도 안 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반발했다.
다만 고 전 의원은 업체 교체를 거듭 촉구하면서도 "지금 우리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의 전체 판이 흐트러지거나 깨지는 건 우리로서도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투표 중단 요구 및 후보 사퇴 등 극단적 조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이날 오전부터 호남 지역을 찾아 지역일정을 소화하며 지역균형 발전 등 지역소멸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언제까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가서 예산을 구걸하는 그런 지방자치를 해야겠나. 새로운 변화를 꼭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예산을 쥐고 앉아서 시혜 베풀듯이 이런 식으로 조금 조금 나줘주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지방과 중앙정부의 근본적인 관계를 개편하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을 전폭적으로 보내주고, 지방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전북 전주 전북도당 간담회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고 세계 5위권의 군사대국이다"라며 "그런데 그 대한민국의 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소멸을 걱정해야 된다. 이건 대단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지역 의제를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수도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균형발전을 이번에 해내지 못하면,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및 메가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호남을 AI 중심도시로 육성, △국가 특성화 연구 중심 대학 투자를 통해 지역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함께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 △전남 지역 숙원사업인 의대 신설 등을 호남 지역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재명 전 대표의 경우 이날 대장동 사건 재판 출석으로 인해 별도의 공식 일정이 없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오는 24일부터 1박 2일 동안 전북 김제, 광주, 전남 나주 등 호남 지역을 순회한다. 역시 오는 주말 예정된 '호남 대회전'을 염두에 둔 일정이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최종 판결을 앞둔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는데, 직후 1시간 만에 이를 다시 대법관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눈길을 끌었다.
대법원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피고인 이재명)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전합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재판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재판부를 뜻한다.
대법원 사건은 1·2·3부로 나누어진 소부에서 심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 등 경우에 따라서 전합 회부 결정이 가능하다. 이날 결정은 전합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내렸으며,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곧바로 전원합의기일을 열어 첫 심리도 진행했다.
전합 회부 직후 첫 심리가 즉시 진행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특히 이 전 대표 사건의 최종 결론과 관련해선 선고가 6.3 조기 대선 이전에 내려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만큼 눈길을 끌었다. 앞서 민주당계 반명(反이재명) 대표격 인사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이 전 대표의 재판 진행에 대해 "전원합의체 회부를 통한 신속한 판단이 옳은 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모든 대법관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의 성격상 심리 속도 자체는 소부에서의 일반 심리보다 느리다는 것이 통상의 해석인 만큼, 실제로 조기 대선 이전에 최종 선고가 내려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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