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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개혁 여야정협의체, 시민·환자 대표 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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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의료 개혁 여야정협의체, 시민·환자 대표 들어가야

[안종주의 생명사회] 의료 개혁, 패러다임을 확 바꿔라①

보건의료는 생명 사회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정책 분야이다. 보건의료는 의사를 비롯한 여러 직역의 의료인과 정책 입안자 등 많은 인적 요소와 비용, 예산 등 물적 요소, 그리고 교육, 노동, 복지, 인구 구조, 지역,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 수, 진료보수 체계, 의·과학기술, 교통 등 많은 요인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고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을 만들어 펴기가 매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여 동안 흔히 4대 개혁이라고 일컫는 교육‧연금‧노동‧의료 부문의 개혁을 추진했으나 이 가운데 국민연금 개혁 부문만 청년층의 반대 속에 여야 간 그 얼개에 합의했을 뿐 나머지 부문은 손도 대지 못하거나 손을 대려다 반대에 부딪혀 중단하고 말아 사실상 실패했다. 의료 개혁의 시작점으로 삼았던 의대 증원 대폭 확대도 전공의와 의대생 등 의사 집단의 강력한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가득 쌓인 개혁 난제들, 의료 개혁 지속해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지속 가능하려면 많은 부문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앞서 말한 4대 개혁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는 6월 새로 들어설 새로운 정부는 4대 개혁 과제를 포함해 지방분권, 지역소멸, 과학기술, 빈부격차 해소, 자주 외교, 평화 통일, 자주국방, 저출생‧고령화, 성평등, 중소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혁신, 기후 위기 대응, 재난안전관리, 선진형 복지, 선거 제도, 개헌 등과 관련한 개혁을 의지를 갖고 이해관계자,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며 추진해야 한다.

이 가운데 이 글에서는 의료 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려 한다. 이는 단지 의대 정원 확대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지금, 그리고 미래 우리 사회에서 의료 개혁은 저출생‧초고령사회가 가져다주는 인구 구조의 급변과 지역의 소멸화에 초점을 맞춰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초고속 고령화, 각 부문에 불확실성·갈등 키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합계출산율이 0.7대로 떨어졌다. 인구와 인구 구조 변화는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출생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부문에서 나쁜 영향을 끼친다. 노동 인력, 연금 수급, 교육, 의료, 국방 등 많은 부문에서 불확실성과 함께 갈등을 키운다.

인구가 준다는 것 자체는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다.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생산 노동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좋지 않다. 좁은 국토에서 바글바글하게 살다가 사람 수가 적으면 더 쾌적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초고속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급변은 사회 모든 부문에서 악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대한 대비를 제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사회에는 재앙이 닥친다.

지난해와 올해 우리 사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거의 재앙적 수준의 홍역을 치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의료계에 또 한바탕 태풍이 몰아친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조금씩 의대 정원을 늘려왔더라면 이런 홍역을 치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동안 외면하다시피 해왔던 것을 벼락치기식으로 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었고 그 결과 국민 생명만 위태롭게 한 꼴이 됐다.

고령화 사회가 오면 노인 의료비가 급증한다는 사실은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잘 안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년 전에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법 제정에 나서고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시범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만들어졌고 2008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당시에도 일본의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제도인 개호보험법 도입이 2000년에 이루어진 것에 견주어 우리 제도 도입이 이르다며 경제계가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는 이해당사자인 노인층이 강력하게 도입을 주장함에 따라 이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나마 늦지 않은 시점에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거의 유일한 제도 개혁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의료 개혁, 초고령사회 상수로 한 패러다임 변화

하지만 그 뒤 엄청나게 빠르게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데도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의사 인력 증가와 공공의료 확충, 비수도권 지역 의료기관 확충, 노인 전문 의료 인력 확보 등에 눈에 띄는 노력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침내 지난해 기존 예측보다 더 일찍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 개혁 패러다임을 초고령사회와 그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급해졌다.

한국 사회는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연금 등 노인복지 수준이 매우 낮아 노인 가운데 절대다수가 빈곤에 허덕거린다. 또 가족 또는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돼 외롭게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한국 노인은 노인이 겪는 세 가지 고통, 즉 빈곤과 고독, 그리고 질병의 고통 속에 세월을 보내고 있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모르는 고독사 노인이 많은 것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 문제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 진료받고 싶어도 의료기관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편을 넘어 제때 병원을 가지 못해 병을 키우는 현실 등은 너무나 가슴 아픈 우리 의료복지의 민낯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이런 현실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 젊은 의사, 곧 의료인이 되려는 의대생도 분명하게 이 대목에서는 나 몰라라 할 수 없을 터이다.

의료 개혁의 명분과 시작은 바로 이런 지점과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의사, 그리고 미래 의사가 되려는 사람의 다수는 돈벌이가 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은 벌되 적어도 돈 때문에 생명을 내팽개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윤리를 포기하는 사람은 의료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여야의정협의체에 시민·환자 단체 대표 포함해야

의료는 준공공재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의 90% 이상을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시장경제의 메카인 미국보다도 훨씬 더 민간 의료 비중이 높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시장경제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국가가 기본적인 의료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민간 부문이 외면하거나 소홀히 여기는 부문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 저소득층 등도 제때 선진국에 걸맞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5개년, 10개년, 더 길게는 20개년에 걸쳐 공공의료를 더욱 확충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민간 부문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벽‧오지와 농‧어‧산촌 지역 주민들에게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의료 개혁의 방식과 속도, 의료 개혁에 들어가는 비용 등과 관련해서는 여야와 의사,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 개혁에 들어가는 돈을 부담하고 진료를 받는 대상인 국민 또는 환자를 대표하는 주체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의료 관련 시민단체나 환자 단체 등이 참여해야만 한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어떤 단체 대표가 참여했는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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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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