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체제정비에 나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가운데, 당내에선 위원장 선출에 있어 중도 외연확장과 당정관계 재정립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14일 오전 중진간담회,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비대위 체제로 빨리 체제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모아 연석회의를 진행, 이어 오전 9시께에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최종 수렴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윤 권한대행은 새 지도부를 이끌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또 선거를 앞두고 총선 승리라는 지상 과제를 위한 실력을 갖춘 그런 기준으로 모색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출 시기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윤 권한대행은 또한 비대위 체제전환이나 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있을 것인가' 묻는 질문에는 "당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먼저"라며 "국민 여러분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니 당 밖의 의견도 많이 들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구체적인 위원장 후보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며 "총선 승리라는 어려운 과제를 잘 할 수 있는 분이면 다른 제한은 없다"고 '최대한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는 한동훈, 원희룡 장관을 비롯해 장제원 의원 등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물도, 인요한 전 혁시위원장 등 비정치인도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윤 권한대행은 전날 안철수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제안한 '인요한-한동훈·원희룡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서는 "공동 비대위원장보다는 한 분이 하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당내에선 정부 출신인 한 장관과 원 장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하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자로도 알려져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외 지난 혁신위 활동으로 김 전 대표와 대립각에 서왔던 인 전 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모양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와 합리적인 진보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정도의 그런 팀으로 이번 총선을 치르는 것이 훨씬 더 당 입장에서는 그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저는 인요한 위원장 같은 분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과 가까운 이정현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공천 관리를 한동훈한테 저는 맡겼으면 좋겠다"며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이 아닌 공관위원장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요한 혁신위의 조기해산 직후부터 '비대위 체제전환'을 주장해온 하태경 의원의 경우 지난 1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원희룡도 도움이 되고 한동훈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원외에서도 김한길, 김병준, 김황식 이런 분들도 김 대표보다는 도움이 된다"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기현 체제의 침몰 원인이 결국 '김장연대'를 통한 수직적 당정관계에 있었다는 '용산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일부 의원들은 한 장관 등 이른바 '윤심' 후보군에 대해서 의구심을 보이는 상태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한 장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 경험이 없고 그냥 이미지만을 위한 사람이 (위원장으로) 오면 그 동안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 장관과 김 위원장이 오면 어떤가' 묻는 질문에는 "비대위원장보다는 정치 경험이 있는 그런 분들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긍정적인 답을 남겼다.
그는 또 새 비대위 체제와 관련 "(대통령실이) 당을 장악한다고 하면, 그러면 지금 비대위로 가고 당에 혁신을 하고 변혁하고 하는 부분과 맥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새 체제에서는) 당정 간 관계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당 상황과 관련한 이른바 '용산책임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당 최재형 의원 또한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 한 장관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현직 법무부 장관이 바로 비대위원장으로 온다, 이거는 조금 우리당 지지층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중도에 계신 분들이나 이런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금 그거 신중히 고려해 봐야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중도외연 확장과 '검사 편중인사' 관련 여론의 비판을 고려했을 때 한 장관은 적절한 카드가 아니라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최 의원은 또한 한 장관이 아닌 원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원 장관은)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맡을 때 우리가 좀 신중히 고려해야 될 그런 부분에 대한 리스크는 없다"면서도 "그런데 원 장관이 그동안 보여주신 그걸 보면, 또 대통령과 너무 이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이게 과연 당정 관계의 그러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거나 또는, 용산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분이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우리가 생각해 볼 면은 있다고 본다"며 새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 '당정관계의 재정립'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용산책임론'에 대한 당내 의견을 묻자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가진 문제점이 뭐가 있는지를 분석을 해야한다"면서도 "특정한 원인이 지금 상황의 원인이라고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고 답을 피했다.
새로 구성될 비대위가 전권형 비대위가 될지, 관리형 비대위가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비대위의 성격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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