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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정치 1번지' 용산에 출마한다면?…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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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정치 1번지' 용산에 출마한다면?…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이곳

[박세열 칼럼] 새로운 정치 1번지 용산, 가장 주목받을 지역구인 이유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게 될 지역구는 어디일까? 유력 정치인들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지역들은 많다. 원희룡 장관 도전설이 도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도 있고, 안철수 의원과 대통령 참모가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분당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어디에 출마할지도 관심사고, 한동훈 장관이 어디로 이사할지도 궁금하다. 보수 분열이 예고된 대구나,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의 '수박 처단 지역구'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 하나의 지역구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용산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번 총선의 성격은 집권 세력 중간 평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다. 김기현 대표조차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내년 총선의 얼굴은 윤석열 대통령이지 당 대표가 아니다"라고 했었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 등판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곧 윤석열 대통령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곧 한동훈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이다.

한 장관에 대한 국민의힘의 기대가 대단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사안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대단한 신인을 발굴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한 장관은 이 정부 출범 후 정무직을 맡아 줄곧 정치를 해 왔던 사실상 정치인이다. 지지율도 '전국 선거' 간판으로 나서기엔 2% 부족하다. 한 장관의 지지율은 대략 15% 안팎 수준으로 여야 통틀어 2위다. (한국갤럽 조사, 11월 7~9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무엇보다 전국을 순회 유세에 앞서 자신이 먼저 뱃지를 달아야 한다.

여의도 호사가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는다. 그중 가장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용산 지역구 출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종로가 정치 1번지라는 말은 옛말이다. 과거 국회의사당과 청와대가 공존하던 종로 시절 얘기다. 국회에 이어 이제 대통령실마저 용산으로 옮겨가면서 관용적으로 불린 '정치 1번지' 타이틀도 퇴색됐다. 국회의원과 청와대 직원들, 기자들이 정치방담을 나누던 종로의 낭만 시대는 저문지 오래다.

대신 뜬 곳은 용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의 상징성을 한껏 부각시켰다. 그는 직접 브리핑을 통해 용산 이전을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고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라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공원을 거닐며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변했는지,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소통의 공간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평가를 하진 않겠다. 다만 "이곳 용산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는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박힌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작년 5월 '새로 시작된 대한민국'은 그 중간 평가를 용산에서 받게 될 것이다.

용산은 민주당에 불리한 곳이다.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부터 9번의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의 후보는 딱 두번 당선됐다. 두 번 중에 한 번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된 사례다.(20대 총선 진영 전 의원) 지난 대선에서 용산구 시민들은 이재명 후보(39.26%)보다 윤석열 후보(57.03%)를 압도적으로 밀어줬다. 그리고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정권 실세 권영세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60.67%의 득표율을 기록해 민주당 후보(33.7%)를 넉넉히 따돌렸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용산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구다. 이기면 '대박'이고 지더라도 수도권 종합 성적이 나쁘지 않다면 '면피'가 가능하다. 밑질 게 없다. 민주당 수도권 돌풍이 불던 지난 21대 총선에도 권영세 의원이 890표 차이, 0.66%차이로 용산 지역구를 가까스로 탈환했다. 당시 정의당이 4500여표를, 민생당이 1300여 표를 가져갔다. 만약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듯 지난 21대 총선 수준의 민심으로 돌아갔다면, 즉 이준석 전 대표의 '표 계산'이 맞는다면 민주당도 도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민주당은 반드시 용산에 상징적 인물을 내보내려고 할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용산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로에 있던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말 그대로 군사작전하듯 옮겨 놓았다. 민주적 절차나 안보 문제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영부인과 관련된 인테리어 업체나 정체 불명의 업체가 리모델링에 참여하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그리고 그 해에 우린 용산 이태원에서 무슨 참사가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에서 용산구 예산을 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이태원 참사 때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론이 제기됐을 때 꿋꿋하게 지역을 지킨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용산을 사수하지 못하면 대통령실에겐 곤란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종로 지역구 상징은 퇴색했고, 강남은 너무 쉬운 곳이며, 강북은 너무 험지라 출마를 못한다? 그렇다고 비례대표 순번을 받는 것도 이상한데다, 선거법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니 섣불리 움직이기도 고약하다. 그렇다면 용산의 상징성을 감안해 이 곳에 한동훈 장관이 출마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현재 용산 지역구에는 여권 중진이자 대통령의 44년 지기 권영세 의원이 있다. 검찰 출신으로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이자, 도서관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함께 한 권 의원을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형님'이라 부른다고 한다. 후보 시절부터 정부 초반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중요한 조언자였고, 이후 입각해 통일부장관까지 지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정치인 장관'들 중 가장 먼저 직을 사퇴하고 지역구로 돌아왔다. 현 정부에서 통일부라는 게 자기(통일부) 파괴적인 일을 한 게 전부라 업적이랄 것은 특별히 없다.

인요한 혁신위의 '중진 용퇴론'에 4선 권영세 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에서 그 어렵다는 4선 고지를 달성한 귀한 인물이어서 그럴 것이다. 권영세 의원의 지지세가 안정적이라면 한 장관은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정부 '황태자'의 정치 데뷔를 위해 용산은 가장 명분이 좋은 곳이고, 서울 중심지에 있어 수도권 지원 유세에도 용이하다. 한 장관과 용산 모두 윤석열 정부의 상징적 인물/장소다.

만약 한 장관이 용산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현 정부 개국 공신이자 수혜자인 권영세 의원의 5선 고지 등반 저지는 민주당에게 매력적인 도전거리다. 민주당 입장에서 '정권 심판' 상징성도 훼손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참신한 인물을 동원해 용산 지역을 공략할 수도 있다.

용산을 현 정부의 상징 지역으로 만든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자신의 '얼굴'로 치르기로 했다. 한동훈이든 권영세든 국민의힘의 용산 도전자는 반드시 이 지역구를 '수성'해야 한다.

'바이든 날리면' 사태 이후 '소통의 용산'을 '불통의 용산'으로 만든 데 대해 유권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서 벌어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집권 세력의 후속 조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궁금하다. 한동훈 장관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긴 지만, 사실 이것이 사실 용산을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지역구로 꼽은 이유다.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 1주기 추모식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이 참사에 책임을 진 고위 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퇴를 거부하고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적 책임을 묻는 일은 어려울 수 있으나, 최소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기회는 있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 출범의 '상징', 소통의 공간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용산, 대한민국 정치 1번지까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용산 정부 1번지'의 민심이 어떨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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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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