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저우는 "테러와의 전쟁"이 자신과 상관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볼드한 디자인의 귀걸이와 시크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비종교적 패셔니스타라고 여겼다. 베라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근의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미국 일류대학에 입학해 도시계획가가 되는 길을 가고 있었다(…)비록 신분증은 베라가 무슬림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아버지와 남자친구가 한족이었기 때문에 자신도 보호받으리라 추측했다(…)이제 경찰차 뒷자리에 앉은 베라는 요동치는 두려움과 함께 자신이 통제력을 잃고 있음을 느꼈다. 눈물을 흘리면서 "왜 이러는 거예요? 우리 나라는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 건가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지휘관은 입을 열었다. "입 다물고 있는 게 당신한테 좋을 거야."(…) 이후 몇달동안 베라는 쿠이툰시 교외의 옛 경찰서 건물 2층 감방에 다른 열한 명의 무슬림 소수민족 여성과 함게 구속되었다. 그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베라처럼 사이버 상에서 "예비 범죄"를 저질렀다. (29쪽)
대런 바일러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교수가 쓴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원제 : In the Camps)>(대런 바일러 지음, 홍명교 옮김, 생각의 힘 펴냄)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인종 탄압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하는 책이다.
신장·위구르 지역의 소수인종 탄압 문제는 2018년 언론과 인권단체 등을 통해 외부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2022년 발표된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관들은 "반인도적 범죄"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뢰할 만한 고문 증거"를 발견했으며, 중국이 모호한 국가보안법을 빌미로 소수민족의 권리를 억압하고 "강제 구금 시설"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수감자에게 "성폭력 및 젠더 기반 폭력"을 비롯한 "학대"가 가해졌고, 강제 치료행위와 "차별적 가족계획 및 산아 제한 정책"이 적용된 경우도 있다. 정확한 구금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권단체들은 100만 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했다.
바일러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25개월 이상에 걸친 현장 연구, 수천건이 넘는 정부와 경찰서 등의 문건과 보고서 등을 검토했다. 또 무엇보다 수십 차례에 걸친 수용소 수감자, 노동자, 시스템 기술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의 실제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들은 수용소의 불빛과 카메라 아래에서 인간성을 말살 당했다. 플라스틱 의자와 전기봉, 자동화된 학대로 변형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고, 적절할 때 몸을 웅크리고, 잠자코 구타를 받아들이고, 크게 애국 가요를 부르고, 언제나 미소 짓고, 모든 명령에 "네!"라고 말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들은 화장실로 쓰이는 열린 양동이의 배설물 냄새, 비좁은 공간에서 씻지 않은 몸들이 밀집해 있을 때의 땀, 간수들에 대한 공포를 표명할 수 없도록 길들여졌다. 그들은 한밤중에 번쩍이는 밝은 불빛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끊임없는 굶주림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먼 미래나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26쪽)
구금, 폭행, 고문, 강제노동 등을 통해 공포로 수감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소위 "재교육"시키는 매커니즘은 과거 독일, 소련 등에 존재했던 수용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베라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안네 프랑크에게 일어났던 일과 똑같다"고 속삭였다.(33쪽)
그러나 과거 수용소들과 가장 큰 차이는 촘촘한 감시망의 구성에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는 사실이다. 2017년 초 신장 전역에 극단주의적 "예비 범죄자"들을 식별해내기 위한 새로운 인터넷 보안법이 시행됐다. 신장의 모든 거주민은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라 불리는 생체인식 데이터 수집 절차를 거쳤다. 경찰은 그들의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고, 목소리 특징을 녹음하고, 혈액과 지문과 DNA를 채취했다(40쪽). 이들의 삶을 모니터 속 사각형 안-제자리-에 가두는 디지털 인클로저 시스템은 동시에 그들의 스마트폰을 추적 장치로 바꾸었다. GPS를 활용해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이터는 신장 곳곳에 세워진 검문소에서의 얼굴 스캔과 신분증 검사로 이어졌다.
바일러 교수는 이처럼 중국 서부의 무슬림 인구를 통제하기 위한 '스마트' 감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배후에 미국의 빅테크 산업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 이들 기업과 기술 발전을 이끄는 메그비 등 중국 테크 기업들도 신장 위구르 지역 수용소의 생체 감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리고 2019년 이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일부 국가에서 대응 시스템으로 유용하게 활용됐다. 시애틀과 캔자스시티, 서울이 팬데믹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일정 부분 중국 서북부의 억압 시스템이 생체 감시 알고리즘을 훈련하기 위한 공간을 개척해온 방식에 달려 있다.(170쪽)
"시애틀 뒤에는 신장이 있고, 신장의 뒤에 시애틀이 있다"는 바일러 교수의 주장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신장 위구르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들이 이 지역의 넘어 우리 모두의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레시안>은 200쪽이 채 되지 않은 가벼운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의 저자 바일러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수용소가 공장으로…그러나 여전히 '실종' 상태인 사람들
프레시안 : 신장과 위구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바일러 : 나는 20여년 전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할때 중국 북서부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위구르인들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더 잘 알게 되면서, 나는 대학으로 돌아와 이 지역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과 한족의 도시로의 이주에 초점을 맞춘 인류학적 연구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중국어와 위구르어를 공부한 뒤, 나는 이 지역에서 25개월 이상 현장 조사를 하며 위구르인, 한족 이주민, 정부 관리 등을 인터뷰했다. 나는 무슬림에 대한 광범위한 차별이 어떻게 시위와 폭력을 초래하고 경찰국가의 출현을 초래하는지 관찰했다. 이를 통해 나는 이 책을 포함해 두 권의 책을 쓰게 됐다.
프레시안 : 당신의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미국과 영국 이외에 또 어느 나라에서 번역됐나?
바일러 : 한국에서, 특히 이 문제를 잘 아는 번역자와 출판사가 맡아 책이 출판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인권 남용에 대한 비판 그 이상이며, 세계 경제 및 정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다. 이 책은 슬로바키아어, 우크라이나어, 태국어로 번역됐다. 또 대만에서 번역됐고, 중국 본토의 노동 운동가들에 의해 무료 온라인 판으로 번역되는 과정에 있다.
프레시안 : 2018년부터 신장과 위구르 지역 구금시설의 인권침해 문제가 언론이나 인권단체의 조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제 여론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있나?
바일러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지방 정부는 공식적으로 수용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졸업했다고 말했지만, 저는 제 연구를 통해 체포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식적인 감옥이나 수용소와 관련된 보안 공장으로 보내졌다. 그들은 수용소가 지어지기 전처럼 자신들이 일하는 곳을 선택하고 학교에 갈 자유가 없다. 국제적인 관심 때문에, 당국은 새로운 사람들을 구금하는 것을 중단했는데, 이것은 큰 변화다. 수용소를 공장이나 구금 센터라고 부르는 표면적인 수준의 변화가 있었고, 정책의 변화에 따른 더 큰 변화도 있었다.
프레시안 : 우루무치는 지난 11월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정책에 저항하는 시위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의 한 칼럼니스트는 당신의 책이 예언서처럼 여겨졌다고 평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바일러 : 위구르 지역이 중국 인구 관리 도구의 시험 사례인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코로나19 규제가 시행되기 몇년 전부터 이곳 사람들의 이동을 상당히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진핑 정부의 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정책이 이 지역에서 가장 가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루무치에서 시위를 벌인 사람들은 대부분 한족으로, 위구르인들을 수용소 체제로 탄압하는 데 관여한 중국 시민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위구르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정부 요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코로나 규제에 더 대담하게 항의할 수 있었을 수 있다.
미국의 IT 기술이 중국 경찰·군에 직접 이전…신장 위구르만의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프레시안 : "신장 뒤에 시애틀이 있고, 시애틀 뒤에 신장이 있다"는 지적은 매우 인상적이다. 미국의 IT 기술이 중국의 소수민족 억압 정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바일러 : 내가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2010년대 중반 미국에서 개발된 컴퓨터 시각화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중국 북서부에서 훈련, 투자, 기술의 형태로 중국 경찰 및 군 계약자에게 직접 이전된 방식이다. 2018년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워싱턴 대학과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 아시아에서 훈련받은 기술자들이 시애틀에서 개발한 기술들로 부분적으로 이 지역의 이슬람교도들을 겨냥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관찰했다. 다른 기술들은 셀레브라이트와 같은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부터 채택되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중국 북서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비판할 때 비판의 대상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이익을 본 산업들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또한 신장에서 처음 사용된 기술이 코로나 추적과 같은 다른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런 기술을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사용한다면, 우리는 위구르인들의 고통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의 인권 문제는 한국의 보수 정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중국 신장과 위구르의 인권 문제가 미국과 서방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바일러 : 내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신장에서 활용된 반무슬림 인종차별과 유해 감시 기술이 미국, 이스라엘 등과 같은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비판 대상을 북한과 중국 등 반민주적 행위자를 넘어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편리함과 두려움은 이 영역에서 이미 끔찍한 해악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인종차별과 탈식민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이런 기술에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제품의 구매와 사용을 통해 유해한 감시 기술을 만든 기업에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한다.
프레시안 :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권위주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떠나 러시아의 미래가 푸틴이 시작한 전쟁에 저당 잡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소위 자유주의 국가들과 반자유주의 국가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바일러 :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파괴적으로 대만을 침공한다면 유사한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자발적이고 전국적인 시위는 이미 일반 시민들이 시진핑 정부의 통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나는 중국인들이 그런 침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진핑 정부의 신장·위구르, 또 홍콩 정책은 중국의 국가적 명성에 큰 손상을 입혔다. 중국 밖의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고 값싼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한 인권 침해를 외면하겠지만, 중국 정부의 이런 식의 학대가 너무 심각해지고 소비자들의 공모가 명확해지면 대안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이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직면하지 않았을 지정학적 힘과 경제적 힘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 추종이 중국 인권문제 해결의 길이 아니다
프레시안 :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입장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는 논의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로 여겨진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일러 : 많은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재료를 공급 받는 한국 기업들은 신장 수용소 시스템과 관련된 노동에 연루될 수 있다. 중국 면화의 85% 이상이 위구르와 카자흐스탄 땅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산 직물은 이런 노동과 관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노동권과 탈식민지화에 관심이 있는 한국 시민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상품들이 이런 사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단체들과 양심적 기업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는 다국적 풀뿌리 운동들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 국회의원들도 무역 정책 등과 관련해 이런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위구르족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손해를 보더라도 공유된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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