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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교 정문' 맨 아래층에는...

[노동자 휴게실에 찾아간 학생들] ⑥ 홍익대 미술대 학생회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앞장서는 학생들이 있다.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청년학생 공대위)다. 청년학생 공대위는 8월 18일 휴게실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자마자 '대학이 노동자들의 휴게실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릴레이 성명서를 통해 담았다.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려는 학생들은 계속 움직인다. 서울대학교를 시작으로 매주 청년학생 공대위 학생들이 각 학교 노동자들의 휴게실에 방문한다. 학생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써내려간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들의 휴식 환경과 단순히 면적이나 온도 수치를 통해 지정한 휴게공간이 아닌, 학생들의 눈을 통해 보는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글로 담는다. (필자)

보이지 않는 필수 노동, 보이지 않는 휴게실

홍익대학교 홍문관. 지상 16층에서 지하 6층까지 총 22층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교 정문이다. 홍익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친숙한 이 건물에는 14명의 청소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지하 6층, 맨 아래층에 있다. 지하 6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차가 오가는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문을 여닫을 때마다 매캐한 매연이 들어왔다.

"원래 여기 근무가 8시간이에요. 근데 8시간 가지고는 안 돼. 원래 아침 8시에 출근, 17시에 퇴근이잖아요. 근데 학생들 오기 전에 강의실 청소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하는데, 8시에 오면 그게 불가능해요. 그래서 6시 반이면 다 와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일찍 오는 거예요."

▲ 홍문관 지하 6층에 위치한 미화노동자 휴게실. 환풍기로 주차장 매연이 들어와 주위에 검은 매연 가루가 묻어있다. ⓒ홍익대 미술대 학생회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오지 않는 이른 시간부터 학교 공간을 청소한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이들은 하루 10시간을 고스란히 노동 환경에서 보낸다. 이 중 휴게시간은 겨우 1시간 정도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휴게공간을 쾌적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홍문관의 휴게공간은 쾌적한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홍문관 지하 5층에는 휴게실이 하나 더 있다. 이곳도 주차장 옆에 있어 항상 매연에 노출되어 있다.

휴게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처하게 된 이유는 건물 설계도면에 미화 휴게실 공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을 지은 이후에야 계단이나 창고 구석 등 남는 공간을 휴게실로 배정했다. 인터뷰를 통해 교내 다른 건물의 노동자 휴게 시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는 그나마 이거(공기청정기, 환풍구)라도 틀어놓으니까 우리가 숨을 쉬지 이거 딱 막아버리면 진짜 숨을 못 쉴 정도로 답답해. 공기 청정기도 계속 빨간불이야. 효과가 거의 없을 정도로."

▲ 홍문관 지하 6층에 위치한 휴게실. 공기청정기에는 위험을 표시하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 ⓒ홍익대 미술대 학생회

학교 본부는 홍문관의 다른 공간은 노동자에게 내어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지하의 휴게실을 홍문관 옆 건물인 K동의 1층 공간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강의실과 화장실, 복도를 청소하는 일은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노동자가 쾌적한 휴게공간에서 실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과 휴식은 마치 보이면 안 되는 것처럼 꼭꼭 숨겨져 있었다.

법적 의무화가 바꿀 수 없는 현실

지난 8월 산업보건안전법이 개정되어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고용노동부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2022년 8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특별 지도 기간을 운영하여 휴게시설 설치 준비 및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홍익대학교에도 조사단이 방문했다. 홍문관과 T, A, B동 세 곳이 휴게시설 설치 관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단은 사전에 약속한 시간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에 방문했다. 텅 빈 휴게시설을 조사하는 등 실제 휴게시설을 사용하는 노동자가 겪는 불편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법안에서 제시한 휴게시설의 기준에 따르면, 공기의 순환과 통풍을 위해서는 천장의 높이가 2.1m 이상이어야 하고, 창문 또는 환풍기 등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A, B동과 C동 2층 계단 밑 휴게공간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낮아지는 구조다. 허리를 다 펴기 어려울 정도로 낮고, 환기 또한 잘되지 않는다. 휴게실 안에는 작은 창이 하나 있으나, 오히려 창문을 통해 외부 먼지가 들어오는 등 환풍로의 역할을 하지 못해 벽지를 발라 막아뒀다.

▲ A동 2층 계단 옆 공간의 미화노동자 휴게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낮아져 허리를 다 펼 수 없다. ⓒ홍익대 미술대 학생회
▲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낮아지는 구조다. 허리를 다 펴기 어려울 정도로 낮고, 환기 또한 잘되지 않는다. ⓒ홍익대 미술대 학생회

"화장실에서 그릇을 닦죠. 사람들이 손 닦고 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우리가 밥 먹고 설거지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좀 이상하지 근데 지금은 익숙해졌어."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 및 증진시키는 한편,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홍익대학교에는 노동자 전용 샤워실이 없다. 근무 특성상 땀이 많이 나고 세제 등이 몸에 튀지만 일터에서 샤워를 할 수 없다. 세탁도 어렵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작업복을 갈아입지만 매번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으로 작업복을 빨아야 한다. 점심을 먹고 나온 설거지도 화장실 세면대에서 하고 있다.

"회사에서 냉난방시설 정도는 하게끔 교섭에 나와 있죠. 원래 홍대에서는 없었는데 노동조합이 건의해서 회사가 해준 거예요. 오랜 시간 투쟁해서 에어컨을 설치한 지도 이제 3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전까지는 선풍기 하나로 살았죠."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은 학문의 공간이자 동시에 노동의 공간이다. 노동자는 몸과 작업복을 깨끗이 씻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 시간에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한다.

홍익대 건학 이념은 '홍익인간'이다.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들은 노동자의 열악한 휴게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연대할 것이며, 학교본부와 용업업체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할 것이다.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청소노동자의 쉴 권리가 법으로 제정되는 것을 넘어 실제로 보장될 때까지 학교의 노동자들과 함께한다.

▲ 홍문관 지하 6층 화장실과 계단 사이 공간. 화장실에서 걸레와 작업복을 세탁한 후 건조 중이다. ⓒ홍익대 미술대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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