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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로 밀려난 청소노동자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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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로 밀려난 청소노동자 휴게실

[노동자 휴게실에 찾아간 학생들] ③ 단국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학생모임 '새벽'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앞장서는 학생들이 있다.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청년학생 공대위)다. 청년학생 공대위는 8월 18일 휴게실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자마자 '대학이 노동자들의 휴게실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릴레이 성명서를 통해 담았다.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려는 학생들은 계속 움직인다. 서울대학교를 시작으로 매주 청년학생 공대위 학생들이 각 학교 노동자들의 휴게실에 방문한다. 학생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써내려간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들의 휴식 환경과 단순히 면적이나 온도 수치를 통해 지정한 휴게공간이 아닌, 학생들의 눈을 통해 보는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글로 담는다. (필자)

학교의 건물 안내 표지판에 적히지 않은 공간이 있다. 혹은 적히지 못한 공간일 수도 있겠다. 학교 건물 맨 구석에, 층과 층 사이의 실제로는 없는 공간에, 옥상 한 가운데에, 화장실 바로 옆에 존재하는 곳.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다.

학생들이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가는 일은 드물 뿐만 아니라 거의 없는 일이다. 있어 봤자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문으로 들어와 강의실의 위치를 물어보는 경우이다. 부끄럽게도 필자 또한 노학 연대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어도 학교 내 모든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가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서너 군데뿐이다.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자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스쳐 지나가는 곳에 불과했다.

▲ 체육관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여자 화장실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청소노동자들의 쉼터의 현실

직접 방문하여 살펴본 휴게실의 실상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남자 휴게실과 여자 휴게실의 분리를 얇은 칸막이로 되어있다. 옆방의 소리가 다 들린다는 말은 가벼운 유머로 취급될 만큼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휴게실의 위치도 문제였지만 건강을 위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시설들은 전혀 없거나 노후화되었고, 공간은 협소했다.

휴게실은 한 몸 편히 뉠 수조차 없었다. 판넬을 교체하러 수시로 사람들이 휴게실 문을 열고 지나다녔다. 서버실 옆의 휴게실에는 소음이 가득했다. 휴게실 바닥의 물 때문에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환풍기가 없어 공기 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노후화된 에어컨에서는 찬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시설과 관련된 문제는 일차적인 문제였다. 시설의 열악함 때문에 청소 노동자가 자진해서 휴게실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었지만, 청소노동자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들도 존재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도서관 휴게실을 제외한 다른 모든 휴게실들까지 다루지는 못했다. 다른 휴게실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해서 그곳들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글을 통해 소개한 도서관 휴게실보다 더 열악한 곳이 존재하는 것이 실상이다. 그 점을 잊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 혜당관에 위치한 남자 휴게실은 편하게 눕지 못할 정도로 비좁았다. ⓒ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감옥과 같은 휴게 공간에는 휴식이 존재할 수 없다

"새로 오신 분은 (이곳에는) 도저히 못 있겠다고 하시면서 (밖으로) 나가시더라고요."

도서관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문을 열기도 전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창문이나 환풍구조차 없는 공간이다. 마치 창고 같아 보이는, 그리고 원래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휴게실로 지급한 것이 명백해 보였다. 문은 구멍 없이 완전히 막혀 있어 공기의 순환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다. 휴게실의 갑갑함은 굳이 내부로 들어가 느낄 필요조차 없이 공간 밖에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열쇠를 받아 문을 열었다. 환기가 되지 않아 갑갑한 먼지 냄새와 함께 곰팡이 냄새가 뒤따라왔다. 한눈에 보아도 비좁아 보이는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2명이 쓰도록 둘로 나누어진 공간은 사실 한 명이 쓰기에 적합하다 생각될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었다.

휴게실의 크기는 여러 문제 중 하나의 문제일 뿐이었다. 휴게실에 방문한 것이 가을이라 망정이지, 한여름에 방문했더라면 땀을 뻘뻘 흘리며 취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실에 에어컨도 없었기 때문이다. 환풍구조차 없어 환기도 불가능했다. 더운 공기가 전혀 배출될 수 없었다. 계단의 바로 아래, 도서관 2층 출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탓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환기를 위해 문을 열고 있기도 어려울 노릇이었다.

에어컨 설치에 대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 측에서도 나름대로 에어컨을 설치해주고자 하였으나 공간의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실패했다고 한다.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다른 공간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렇게 휴게실은 방치되었다.

환기도 안 되고, 에어컨 설치도 안 되는, 애초에 휴게실로는 부적합한 공간을 노동자들은 휴게실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마련된 휴게공간이 이런 공간이라면 당연하게도 문제시될 만한 곳이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라는 이유로 그 공간은 제대로 알려지지도, 문제가 제기되지도 않았다.

휴게실에서 나오자마자 후끈한 공기와 텁텁한 공기에서 해방되는 것이 느껴졌다. 휴게실을 다녀보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 공간은 '휴게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휴게 공간이라 부르기보다는 감옥이라 부르는 것이 적합한 공간이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닌 내가 느낀 사실이었다.

▲도서관 남자 휴게실은 환기조차 되지 않고 에어컨 설치도 되어있지 않았다. ⓒ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낡은 에어컨, 그리고 휴게실 설치기준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 옆에는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다. 이곳 또한 환풍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실외에 위치하여 다행히 문을 살짝이나마 열어놓는다고 하셨다. 배달 기사분들이나 학생들이 열린 문 사이로 들어와 열람실 위치 등등을 자주 묻고 가는 위치에 있었다. 이곳 또한 휴식이 어려운 것은 다를 바 없었다.

"에어컨 연료(냉매 가스)가 없어서 찬 바람이 안 나와요. 틀어 놓으면 그냥 바람만 불더라고요."

도서관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겉보기에는 공간이 넉넉해보였다. 하지만 도서관 근무자 7명이 이 공간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시설의 경우, 보기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환풍기가 없었고, 설치된 에어컨은 찬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7명이 사용하는 휴게공간에서 여름에는 에어컨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공간에서 휴식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

최근 시행된 휴게실 설치 의무화 법안에는 휴게실 설치 기준이 정해져 있다. 면적은 1인당 1.6평, 천장 높이는 2.1미터이고 환기의 유무와 함께 온도, 습도 등의 기준이 정해져 있다. 또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기류와 생수 등을 음용할 수 있는 설비들 또한 요구된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들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선풍기, 에어컨, 캐비닛 등등의 시설물들이 필요하다. 이 모든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 1.6평이라는 공간은 부족했다. 1.6평은 전체 면적이 아닌 사용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학생들과 돌아본 휴게실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미비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충분하지 못한 휴게공간과 기준에 맞지 않는 온도와 습도, 환기조차 불가능한 좁은 방 안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휴식은 '휴게실' 밖으로 떠밀려졌다. 미화원 휴게실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된 채로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모두가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다.

▲ 도서관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설치된 에어컨. 노후화돼 냉매가 없어 찬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 단국대 학생모임 '새벽'

우리 사회에서 미화원실은 어디에 있는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공간적으로도, 글자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치부된다. 그곳은 비가시적인 공간이다. 우리가 평소에는 인식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인식할 수 '없는' 곳이 아닌 인식하지 '않은' 곳이다.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곳이다. 노동자에게는 스스로의 노동을 온전히 인정받고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 청소노동자는 학생들과 동등한 학교의 구성원들이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학교의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원래 창고였던 공간을 개조해서 만든 계단 아래의 좁디좁은 쉼터에서, 지독한 악취와 함께 에어컨도 없고 환기도 되지 않는 감옥 같은 공간에서, 고인은 죽음을 맞이했다. 서울대학교의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휴게실에 대한 묘사는 단국대 도서관 남자 미화원 휴게실을 떠오르게 하였다.

어쩌면 괜한 상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단국대학교는 학교 시설 개선에 대한 명확한 책임이 있다. 침묵이 아닌 말을 원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을 원한다. 단국대학교는 한시라도 빨리 도서관을 포함한 다른 모든 청소노동자 휴게실의 시설 개선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을 학교의 가장자리로 밀어내지 말고 같은 학교 구성원이자 노동자로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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