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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수문 앞 바다 득량만에 수장당한 민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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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수문 앞 바다 득량만에 수장당한 민간인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남 장흥군 국민보도연맹 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은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장흥 수문 앞 바다 득량만에 수장당한 민간인

한쪽 손톱을 깎고 나서 다른 쪽 손톱은 잊어버렸나요

자라지 않은 손톱과 자라서 날이 서 있는 손톱이 한 몸이었을까요

이승만 정부의 국가보안법이나 국민보도연맹은 한 몸에서 자란 손톱이었지요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색깔이 바뀌면 그때부터는 서로에게 날카로워지는 것이지요

1950년 7월 21일 밤 11시에도 그런 일이 생겼어요

장흥 경찰에 감금되었던 보도연맹원이라는 민간인 45명은 여럿이 묶여서

한 트럭에 실렸지요, 안양면 수문리 앞 바다는 그때 이미 출렁거리고 있었어요

장흥읍과 안양면 경계인 비포장도로 미륵댕이 근처에서 탈출한 사람이 증언한 것인데요

트럭은 무심하게 수문리로 향하고 안양 해창저수지 앞 탕수배기에서

독립운동가 유재성을 포함한 아홉 명이 탈출하다 경찰의 총구에 쓰러졌다지요

며칠이 지나 큰비에 시신이 노출되고 가족들은 울음으로 수습을 했다지요

캄캄한 공중을 날아간 총구의 빛들이 그날을 알고 있을까요

겁에 질린 수십 명의 사람은 수문리 선창으로 아무 신음도 못 내고 끌려갔지요

그 순간은 속울음으로 흐느껴야 하는, 생각도 하기 싫은 공포였을 것이네요

돛이 달린 선박에 여러 명씩 굴비 엮듯 결박되어 강제로 태워진 민간인들

천천히 수문리 득량만 오른쪽 물살 센 곳으로 선박은 움직였지요

누가 누구를 수몰시키고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바다는 알지 못했어요

조금씩 물에 가라앉는 배 안에서 여름 바닷물은 어찌 그리 차가웠는지

수문리 마을 사람들은 그날의 개구리울음을 계절이 지나서도 들었다지요

농지개혁과 통일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빨갱이인가요

인민군에게 반동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요

이제는 그 밤의 속울음을 다 받아 안아주기를 바라요

2021년 12월 22일 수요일 오후 2시에 민간인 희생자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제가

장흥군 안양면 수문리 키조개 선창가에서 열렸지요

좌우익을 떠나 무고하게 죽은 울음을 달래줄 수 있는 씻김굿이 되기를 빌어요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이생의 목숨을 어찌 수문리 바다에 물을까요

같은 몸에서 자란 손톱이 이제 서로 가지런해지기를 바라요

* 전남 장흥군 국민보도연맹 사건. 1950년 7월 21일 밤에 총에 맞아 죽었거나 바다에 수몰되어 학살되었다.

▲ 장흥군 안양면 수문포.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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