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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도시 강릉, 독립영화의 집 인디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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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도시 강릉, 독립영화의 집 인디하우스

[ACT!] 이마리오 미디어협동조합 이와 대표 인터뷰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유난히 시원했다. 제19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열리는 강릉의 하늘과 바다가 바로 그러했다. 필자가 활동하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은 영화제 기간 동안 정동진에 머무르며 여름을 만끽했다. 스무 번째 생일을 앞둔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열기는 뜨거웠고, 매일 저녁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은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캉스를 온 연인들부터 근처에 사는 가족 단위의 주민들까지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독립영화'를 보았다. 상영 중간 이따금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가 하면, 상영을 마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열정적으로 질의응답이 오가기도 했다.

▲ 제19회 정동진독립영화제 현장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서울에는 '강릉 소식'이 꾸준하게 들려왔다. 작년 이맘때쯤 '미디어협동조합 이와'가 창립 소식을 전했고, 지난 2월에는 강릉시와 강릉씨네마떼끄의 공동주최로 '독립영화도시 강릉' 조성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3월에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17에서 공개된 옴니버스 영화 <광장>을 통해 현재 강릉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스크린으로 만나보았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중단 이후 재정난에 부딪혀 약 1년 동안 휴관했던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많은 이들의 응원을 얻으며 근사한 재개관식을 열었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강릉에서 독립영화 전문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가 창립했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한 달이 아쉬울 정도로 강릉에서는 크고 작은 움직임이 연이어 일어났고, 이 모든 소식은 한두 문장으로 정리될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일들이었다. 보다 자세하면서도 현 상황을 두루 엮어 설명해줄 수 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강릉에 있는 이마리오 감독이 떠올랐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미친 시간> 등을 연출한 독립영화 제작자이자 이와 미디어협동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 창립한 인디하우스의 발기인 중 한 명, 그리고 매년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점심식사를 배식해주는 사람.

더웠다가 시원했다가 비가 내렸다가 결국에는 별이 쏟아지며 막을 내린 제19회 정동진독립영화제 폐막 다음날인 8월 7일(월) 저녁, 강릉 순긋 해변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마리오 감독을 만났다.

강릉 사람, 이마리오

한비: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이 매년 늘어나는 느낌이다. 영화제 끝나고 나서 숨도 못 돌리셨을 것 같은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마리오: 영화제 때 내가 뭐 하는 게 있나. 밥만 겨우 한다(웃음). 그것도 사실 윤영호 감독이 셰프라면 나와 박배일 감독은 그 옆에서 보조를 하는 정도다.

한비: 그래도 안에서 지켜보며 남다른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 내년이면 꼬박 20주년이다.

▲ 이마리오 감독
이마리오: 관객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기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제 덩치가 커지면서 운영상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강릉씨네마떼크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거다. 올해 영화제 기간 중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한비: 이제 강릉에 내려온 지 십 년 가까이 된다고 들었다. 고향은 다른 곳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강릉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마리오: 예전에 서울영상집단 활동을 할 때 강릉씨네마떼크에서 미디어 교육을 제안 받았다. 여름 방학 기간에 강릉에 와서 교육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부터 관계들이 만들어졌다. 2009년 무렵 강릉영상미디어센터(이하 '미디어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 모델로 선정이 되면서 예산 확보와 함께 설립이 시작되었다. 미디어센터를 만드는데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강릉으로 내려왔다. 이럴 때 아니면 평생 서울을 못 떠나겠구나 싶어서(웃음). 그렇게 미디어센터 설립 과정에 참여했고 3년 정도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비: 미디어센터를 그만두고 나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이마리오: 강릉의 상황을 보니 창작이든 뭐든 이렇게 파편화된 개인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겠더라. 지역이라고 하는 곳에는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 여기서 살며 울타리를 키워온 '토호세력'이 있다. 본토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건데, 이들은 사실 기존에 유지해온 기득권의 배분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모여도 결국 우리끼리 팔 다리 잘라가며 할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

활동을 하다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그런 시간이었다. 이 상태로는 어렵겠다는 문제의식이 확고해졌고, 이왕 할 거면 몇몇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협동조합의 취지 자체가 구성원들의 동등한 권리와 동등한 의무 아닌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로 뭔가를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2016년 6월에 이와 미디어협동조합(이하 '이와')이 만들어졌다. 이와에는 영화, 음악, 그림 등 창작활동을 하는 조합원만도 그 분야가 다양하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다. 현재 27명 정도 된다.

독립영화의 집, 인디하우스

한비: 본격적으로 인디하우스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이름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고 싶다. 왜 '인디하우스' 인가. 개인적으로는 독립예술극장 신영(이하 '신영')이 떠올랐다. 신영은 2016년 겨울, 휴관을 알리는 '1383을 기억하며'라는 편지에 '조금은 더 튼튼한 토대 위에서 시작할 새로운 영화의 집을 약속'했었다.

이마리오: 맞다. 그런 의미가 있다. 인디하우스를 풀어쓰면 말 그대로 독립영화의 집이다. 사람들이 와서 작업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편히 쉴 수도 있는 영화의 집.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웬 게스트 하우스들만 잔뜩 나오긴 하더라(웃음). 누가 지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름을 지으려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그래, 이거야!" 라기 보다는 "그나마 이게 제일 낫다…" 며 붙여졌다(웃음).

한비: 인디하우스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강릉에 기반을 둔 여러 독립영화 조직과 단체를 포괄하는 위치에 인디하우스를 놓았을 때 상상해볼 수 있는 여러 형태가 있었을 텐데 하필 협동조합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마리오: 우선 법인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이나 절차를 따져보았을 때 가장 편한 방법이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도 기본적으로는 법인인데 회원 수가 5인 이상이면 된다. 인디하우스는 비영리 성격의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또한 이와의 배경에서도 말했듯이 구성원 중 몇몇의 유명한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표를 중심으로 소수의 인원이 조직을 주도해나가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빠지는 순간 조직 자체가 와해되어버릴 위험이 있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희망하는 조직의 상이 협동조합의 취지에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비: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디하우스 창단 과정과 구성원들의 성격이 궁금하다.

이마리오: 현재 인디하우스의 구성원은 크게 상영활동가와 독립영화 창작자, 그리고 정책 관련 연구자로 구성된 셈이고 후원자 성격의 분들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 7명 정도가 발기인으로 모였다. 창립 준비과정에는 극장 신영과 내가 속한 이와 미디어협동조합, 강릉의 독립영화 제작자들, 그리고 김만재 교수가 함께 했다. 김만재 교수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강릉시 용역으로 '독립영화 도시 강릉' 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분이다.

현 시점에서 '독립영화 도시'라는 모델의 실현은 미지수인 상황이지만, 중요한 건 사업이 실제로 추진되었을 때 그 내용과 방식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외부 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업이 파행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릉시 행정조직과 일종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거다. 그런 공감 하에 비영리 협동조합 형태로 인디하우스가 만들어졌다.

한비: 말씀하신 연구용역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했었다. 여러 가지 지점에서 인상적이었는데 일단은 독립영화계에 전문 연구자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토론회 패널의 구성과 발언도 훌륭했지만, 실제 독립영화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연구한 학자의 보고서로 독립영화인들의 욕구와 논리가 정리되고 공적인 형태로 전달될 수 있는 점도 중요하게 느껴졌다. 당시 토론회 때 '(가칭)강릉독립영화협회'와 같은 허브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인디하우스 창립 소식을 듣고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마리오: 앞서 강릉시 진행사업에 대한 견제를 강조했지만 그것이 인디하우스의 실질적인 창립 목적은 아니다. 사실상 인디하우스의 설립은 이전부터 꾸준하게 논의되어 왔다. 개인적으로는 3년 간 강릉미디어센터에서 일했고, 그 후에도 제작이나 여러 가지 활동들을 했다. 그런데 지역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니 막상 해볼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 사람도 많지 않고 재정도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독립영화 제작이나 상영활동에 관심이 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더라도 이 문턱에서 포기하게 되는 거다.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전망도 불투명하고 배우고 싶어도 배울 데가 마땅치 않으니 결국 서울로 떠나는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미디어센터를 다시 위탁(*현재는 강릉문화재단에서 위탁하여 운영 중이다)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년들이 이 지역에서 뭔가를 하려면 근거지가 필요한데, 현재의 미디어센터는 본래의 역할과 의미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으니까. 미디어센터 위탁운영에 대한 고민을 해오던 차에 '독립영화 도시' 보고서가 나오고 강릉시청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심화해가는 과정에서 강릉의 독립영화 제반 단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뜻이 모아졌다.

김만재 교수는 독립영화 정책 전공자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고 미디어센터 수업도 많이 수강했다. 이번에 강릉시 연구용역을 맡게 되면서 관련 자료를 찾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덕분에 우리도 강릉시와 자리를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 강릉이라는 지역사회가 좁다는 것이 이런 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서울은 굉장히 풍부해 보이지만 막상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사람이 모이지 않거나 결을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지역은 사람이 적긴 하지만 뭔가 일을 벌이고 진행할 때 같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게다가 다들 근처에 사니까 만나기도 쉽고.

이곳에 있는 것들, 우리가 가진 것들

한비: 일을 도모하기에 좋은 환경이다(웃음). 사실 외부인인 내 입장에서는 인디하우스의 창립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강릉은 이미 극장, 영화제, 씨네마떼끄, 미디어협동조합, 미디어센터 등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다른 단체인 인디하우스가 등장한 '결정적인 이유'랄까, 인디하우스는 왜 필요하고 인디하우스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자꾸 질문하게 되더라. 어쩌면 나로서는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사실상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드는 의문일 수도 있겠다.

이마리오: 비단 영화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굉장히 어렵다. 지원도 없고 같이 할 수 있는 동료 또한 많지 않고 지역민들의 인식 수준도 낮다. 결정적으로 이 일을 하면서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 개개인의 힘과 역량만으로 돌파하기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뭐라도 해볼 기회가 존재해야 하는데 지역은 그 기회마저 드물다. 인디하우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판을 일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강릉에서 '독립영화 도시'라는 말이 나오고 인디하우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비 씨가 말한 것처럼 강릉에 다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강릉씨네마떼끄가 있고 독립예술극장 신영이 있다. 독립영화라는 이름으로 20년간 영화제를 진행해왔다. 그 경험과 시간이 강릉이라는 도시와 여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다면 독립영화 도시라는 말을 시작조차 하기 어려웠겠지.

▲ '인디하우스' 다큐제작워크숍 현장

한비: 영화를 예로 들면, 지역 내 지원제도가 있다 한들 사실상 지역에서 영화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하기가 어렵다고 전해들은 적이 있다. "서울 가면 더 빨라, 서울 가면 더 싸게 해" 라는 말에 가로막히고 마는 어떤 상황들. 지역 문제라는 것이 단순히 서울의 제도적 기준치에 도달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내의 시급한 욕구와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기준, 대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마리오: 맞다. 그래서 인디하우스를 통해 상영만이 아니라 제작까지 포괄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영화를 만들면 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서울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지속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보고서가 나오면서 우리도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되었다. 실은 그리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엮어내자는 말이다. 교육, 제작, 상영. 이것들을 '독립영화 도시'라는 이름으로 잘 엮어서 숨통을 트이게 해주면 그 힘이 훨씬 배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한비: 순환과 지속이라는 말에 동감한다. 지난 ACT!에 강릉 세 손가락 유민아 대표가 쓴 글이 실려 흥미롭게 읽었다. 미디어 교육에 관한 글이었는데 교육을 받은 경험과 교육을 진행한 경험 모두 갖고 있는 필자의 글이어선지 굉장히 예리하다고 느꼈다.

이마리오: 유민아 씨가 고등학생일 때 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지역에서 미디어 활동과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소중하고, 성장과정을 함께 지켜봐온 후배들이 떠나가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활동 근거가 없는데 남아 있을 이유가 뭔가. 그러니까 좀 더 오래 활동한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면 결국 이곳에 튼튼한 구조를 만드는 일 아닐까. 젊은 세대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 역시 이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절실하게 생각한다.

▲ 지난 7월, '이와'와 '인디하우스'가 공동주최한 <2017 사회적경제 공동체상영회> 포스터

한비: 그럼 인디하우스는 지금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너무 이른 질문인지도 모르겠지만(웃음) 벌써 이런저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마리오: 음, 일단 창립총회를 했다(웃음). 상영회도 열었고 7월부터는 다큐멘터리제작워크숍을 시작했다. 올해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실시한 관객 설문자료가 정리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토론을 깊게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제의 운영주체가 동시에 신영의 운영주체이기도 하다 보니 영화제에 대한 고민을 적절한 시기에 나누기가 어려웠는데, 내부 인력으로 진행이 버겁다면 인디하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강릉미디어센터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일단 큰 틀에서 정치적 담론을 생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고, 그 외 워크숍이나 순회 상영회 등을 계획 중이다.

독립영화 도시 강릉

한비: 현재 강릉시와 논의를 진행 중인가.

이마리오: 논의는 안 되고 있다(웃음). 시에서 큰 관심이 있는 상태는 아니다.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않는 사업이기도 하고, 당장은 내년도 올림픽 이벤트 행사가 워낙 많은 상황이다.

한비: 안 그래도 시내 나가보니 올림픽 관련 현수막들이 눈이 부시더라. 어찌 되었건 올림픽 이후를 생각하면서 독립영화 도시라는 발전모델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럼 실제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어떤 상의나 협의 없이 급박하게 처리될 수도 있겠다.

이마리오: 걱정하고 준비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다. 사업이 진행되었을 때 강릉시가 논의할 상대가 필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인자들로 구성된 조직이 있어야, 시와 동등하게 파트너십을 가져가면서 내용을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다.

한비: 지금 다른 지역에서 강릉을 굉장히 주시하고 있다고 들었다(웃음). 타 지역에 분명 자극을 주는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올해 신영과 정동진영화제가 강릉시의 지원을 받았다. 단기적이지만 시 차원에서는 가시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이마리오: 그렇다. 무시할 수 없다. 강릉만이 아니라 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거니까. 영화진흥위원회가 아니라 강릉시의 직접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강릉이 다른 지역의 선례가 되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비: 현 시점에서 인디하우스의 꿈이랄까, 구체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이마리오: 독립영화 도시 강릉(웃음)? 솔직히 진짜 됐으면 좋겠다.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동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고, 작업만이 아니라 쉴 곳을 찾는 사람들도 여기서 편안하게 쉴 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이 안에 있는 소수 인원의 힘에만 기댈 수는 없고, 강릉시 정책으로 채택되고 실제 예산이 투여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금방은 안 되겠지만 꾸준히 밀고 나갈 작정이다.

한비: 강릉에는 다 있다. 바다, 커피, 그리고 영화. 박자가 착착 들어맞는다(웃음).

이마리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선포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독립영화 도시 할래, 이렇게(웃음). 뭔가 실험을 해보기에는 이 정도 규모의 도시가 딱 좋은 것 같다. 서울은 너무 크고 광역시도 덩치가 크다. 강릉은 동네가 좁으니까 뭔가를 시작하면 파급력은 오히려 훨씬 높고, 작은 규모에 맞춰서 새로운 사업을 구현해볼 수도 있다. 거기에 말한 것처럼 최적의 자연 조건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걸 좀 잘 살리면 좋겠는데, 공무원이나 시장 등 행정조직에서는 이런 고민을 잘 못한다. 그들이 마인드를 바꾸면 좋겠지만, 당장 마인드를 변화시키기가 어렵다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내년 지자체장 선거에 따라서 또 흐름이 달라질 것 같다.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아예 가로막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비: 기껏 만들고 쌓아올린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거나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결국 우리 내부의 실망과 상처가 늘어나겠다는 걱정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하우스에는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마리오: 강릉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지역에 살다보면 모든 눈높이가 서울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강릉시 토론회 때 서울에 있는 독립영화인들을 굳이 불렀던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독립영화와 독립영화 활동이 비단 강릉에 사는 우리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역시 굉장히 긍정적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관심을 표하고 있음을 보여줘야만 설득이 되는 상황이다. 이 또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지만, 우선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좋겠다.

한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그럼, 감독님의 꿈은 무엇인가. 대체 <메멘토 모리>는 언제 나오나(웃음).

이마리오: 영화 제목은 <더 블랙>으로 바꿨다. <메멘토 모리>로 하니까 만들수록 제목이랑 내용이 안 맞아서(웃음).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거의 강릉에서 이루어졌고, 프로듀서를 제외하고는 스태프를 전부 강릉 사람들로 꾸렸다. 영화는 올해 안에 완성할 예정이다. 국정원 관련 사안들이 계속 터지고 있으니까 시기상 빠르게 개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도 완성하고 인디하우스 활동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짧게 끝나는 일이 아니라 몇 년은 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들을 만들고 성장시키고 나도 내 동료들을 늘리고, 그러고 나면 이제 젊은 세대한테 넘겨줘야지.

한비: 넘겨주고 난 다음에는?

이마리오: 넘겨주면 쉬어야지. 뭘 자꾸 하나(웃음).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는 비가 꽤 굵게 내리고 있었는데, 한 시간 가까이 나누었던 대화를 마치자 어느새 비는 그치고 바람은 선선했다. 이렇게 여름은 가고 있구나, 싶었다. 쉬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한참을 쉬지 않던 옆 사람이 몹시 앓거나 불쑥 곁을 떠나가기도 한다. 그런 날들이 이어질까봐 두렵고 불안한 여름이다. 그렇기에 '할 일을 하고 난 다음에는 쉬어야지, 또 무얼 하느냐'며 웃는 얼굴이 고마웠다. 앞으로 다가올 계절들은 나와 우리 옆에 있는 누군가를 데려가지 않기를 기도하며 강릉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강릉이 '독립영화 도시'라는 멋진 이름을 많은 이들과 누려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신나서 일을 하고, 쉬어야 할 사람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날. 독립영화의 학교와 극장과 축제와 집이 있고, 그 교실과 크고 작은 방들과 바다를 향해 뻗은 길마다 자랑스럽게 웃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강릉 사람들은 그런 꿈을 오래 꾸었고 드디어 이 여름, 인디하우스라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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