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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언론통제-여론조작' 문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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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언론통제-여론조작' 문건 파문

靑 "당연한 거 아닌가?"…총리실 "전혀 사실 무근"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가 벌이고 있는 무차별적 여론홍보전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정부부처와 언론 등을 동원해 '세종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정황이 문건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종시 홍보' 여론전 올인

13일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문건은 모두 두 종류다. 하나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해 관계부처에 내려보낸 '세종시 수정안 홍보 계획'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무총리실이 한 홍보기획사에 의뢰해 작성한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이었다.

청와대는 문건에서 "모든 부처의 고위 공직자들은 언론을 접촉할 때 '지역차별이 없다'고 수정안을 집중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청와대는 지역언론 대응을 위해 10개 부처 장관이 각 지역을 나눠 '언론 오찬'을 열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는 대전·충남, 교육과학기술부는 충북, 지식경제부는 대구·경북을 맡는 식이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성이 적은 통일부(제주), 문화체육관광부(강원), 환경부(광주·전남), 노동부(경기), 농림수산식품부(전북)도 동원됐다.

특히 청와대는 문건에서 방송매체를 통한 구체적인 홍보계획을 명시하기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건에는 "<한국방송>(KBS) '뉴스라인' 20분 특집 편성(세종시 및 과비벨트 정책 설명-총리실장, 민동필 이사장, 강병주 교수 등)"이라고 적혀 있다. 당장 '낙하산 사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KBS를 국정홍보에 동원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주재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홍보일정과 함께 "13일 혹은 15일 대통령 기자회견 개최를 검토하되, 이슈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이번 주 기자회견 개최여부를 검토하던 청와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경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다음 주로 연기했다.

▲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의 조감도. ⓒ프레시안

우호적 靑 출입기자 활용한 '여론조작' 시도까지

국무총리실의 의뢰로 작성된 별도의 문건(세종시 현안 홍보전략)'에서는 주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대응전략이 담겨 있다.

이 문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영문 이니셜을 딴 '피 팩터(P Factor)'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하드 랜딩), 침묵할 경우(소프트 랜딩), 여론을 관망하다 입장을 표명할 경우(뉴트럴-중립)로 나눈 뒤 각각의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문건은 이 가운데 '하드 랜딩'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문건은 "정부 안 발표 직후 '피 팩터'가 반대를 표명하여 여론조사 결과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은 현재 여론 추이로 볼 때 '정부안 지지율'의 대폭 하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피 팩터'가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예우를 갖추고 비공개 사전 브리핑을 하는 정무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을 권유했고, "친박계 총력 비판과 홍보광고 대량 투입 등의 정면돌파형 고강도 전략보다는 대통령의 충청 방문과 친박 포용, 대국민 호소 등 저강도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있다.

언론을 통한 여론조작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건에는 "우호적 논조의 청와대 출입기자 등을 활용해 '특정 정치지도자의 발표 직후 여론개입'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기자칼럼을 게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가 만들었다"는 靑…"명예를 걸고 아니다"는 총리실

두 종류의 문건이 보도된 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반응은 상반됐다. 청와대는 문건의 실체를 시인한 반면, 국무총리실은 부인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 파문'과 관련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연한 거 아니냐"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시인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홍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국무총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면서 "세종시 홍보를 위해 책자와 동영상 등 홍보물을 만들 예산은 있지만, 이처럼 홍보 전략을 짜기 위한 예산은 없다"고 했다.

정치권의 논란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기자와 방송을 정권홍보의 도구로 쓰겠다는 기획을 이 정권의 위정자들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이것은 거의 여론조작과 여론공작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대변인은 또한 "언론에 종사하는 언론인도 반성해야 한다"며 "오죽하면 위정자들이 기자와 방송을 자신들의 홍보수단으로 생각해서 이런 기획안을 쓸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말인가"라고 주류 언론에도 화살을 날렸다.

"보도지침 같은 언론 공작정치 되살아나"

이날 벌어진 홍보문건 파문은 청와대와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후부터 '대국민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부터 벌어진 '예고된 사건'이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국무총리실. 총리실은 앞서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충남 연기군의 일부 주민들에게 '독일 연수'를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무성한 뒷말을 샀다. 독일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수도 분할'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총리실은 또 지난 11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참석한 대전·충남지역 방송사의 '세종시 발전방안 대토론회' 녹화에 앞서 사회자의 모두 발언과 클로징 멘트, 논의의 주제와 질문의 방향 등이 명시된 '사전 대본'을 방송사에 전달했다가 비난을 자초했다.

또한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밤 방송될 <MBC 100분토론>은 "당초 정부-정당(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의 구도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총리실의 반대로 토론이 무산됐다"고 한다.

유 부대변인은 "정부는 총리실뿐 아니라 모든 부처 장관들과 방송매체, 심지어 언론인까지 총동원한 세종시 수정안 홍보지침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면서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과 같은 언론 공작정치가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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