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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를 흔드는 조직된 힘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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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를 흔드는 조직된 힘의 실체

[최창렬 칼럼] '안보 이데올로기'와 '종북', 역사의 데자뷔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 성장 지상주의와 안보 이데올로기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의 태생적 불의를 정당화화는 양대 축으로 기능했다. 군부·관료·재벌의 삼각동맹(triple alliance)은 기득권의 강고한 연대의 토대였고, 반공주의와 냉전사고는 그들의 거대한 방패막이였다.

정치는 배제됐고, 억압은 일상화됐다. 권위주의 독재에 저항하는 세력은 좌파 빨갱이로 내몰렸다. 경제성장은 절대선이었고, 최소한의 분배를 요구하는 노동자에게는 반체제 정부전복 세력이라는 족쇄가 채워졌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앞에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박근혜-최순실의 전대미문의 국기문란과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국정농단의 탄핵 심판 선고가 목전에 왔다.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회 전반의 대혁신을 주문하는 촛불이 주말마다 열릴 때 누구도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인용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탄핵 인용에 반대하는 세력의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다. '태극기 집회' 무리들은 탄핵 반대뿐만이 아니라 유신 독재의 비장의 무기, '안보 논리'를 꺼내들었다. 어두웠던 음모의 시대, 이성과 정의를 고사시켰던 폭력의 그림자는 탄핵 심판이 길어지면서 스멀스멀 드리워졌다. 민심은 압도적으로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지만 어느덧 진영 대립이라는 낯익은 프레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제가 식민지 백성을 전쟁의 도구로 동원하고 굴복을 강요했던 명분이 '국민총화'였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일제의 기법을 대한민국에 적용하여 '국민총화'를 불의한 정권에 저항하는 국민을 탄압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국론분열'은 국민총화의 동어반복이다. '국론'은 '분열'되지 않았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박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국론분열'은 친박 단체의 폭력적 발언과 선동이 보수언론과 어우러져 만들어낸 프레임이요, 왜곡이다.

▲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결과적으로 한 줌도 안 되는 반민주적 수구 친박을 비롯한 극우단체들의 시도는 탄핵 찬성과 반대를 동등한 무게와 비중의 대척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촛불' 대 '태극기'를 대비시키고 이를 국론분열로 몰아갔다. 민주주의를 폄훼하고 의도적으로 법치를 조롱하는 반역사적 퇴행 등은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의 극우 인사들의 발언과 친박 단체의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들로 구체화됐다.

지난 5일 특검 등에 따르면 지난 해 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청와대 행정관이 친박 단체와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하여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와의 교감 하에 친박 보수단체들이 행동대로 나서면서 이는 '태극기 집회'라는 주장으로 포장되었던 것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의도적 발언과 탄핵 반대 집회에서의 폭력적 언사 등은 이러한 프레임의 작동을 위해 잘 조직화된 일련의 플랜이 가동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procedural democracy)의 확립은 실질적 민주주의(substantial democracy)로 이어지지 않았다.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격차의 심화는 최소정의적 관점에서의 민주주의조차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과 그들의 무리들에 의한 전인미답의 국정농단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부조리 구조에서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해도 좋다는 인식에 기초하는 후진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위임민주주의가 잉태한 모순이다. 이러한 불의와 부정의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개헌 등의 제도적 개선은 긴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낡은 시대의 역사를 반추하려는 일부 집단의 반시대적 인식의 척결이다.
유신과 5공화국이 군부정권의 연명을 위해 동원했던 '안보 이데올로기'는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성립되고 30년이 지난 오늘 '종북 이데올로기'라는 정체불명의 망령으로 부활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기문란을 비호하고 선동과 폭력으로 역사를 되돌리려는 퇴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종북' 타령은, 특검 해체와 국회 해산이라는 친박의 구호에서 보듯이, 이 땅에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요원함을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다.

국민을 농락한 무리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자들이 꺼내 든 '종북'과 '안보'는 역사의 데자뷔인가, 어두운 역사의 연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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