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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리병원은 전국적 의료민영화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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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주영리병원은 전국적 의료민영화의 서막"

[기고] 영리병원 허용이 가져올 디스토피아 5題

제주특별자치도에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이 7월내로 예고되고, 올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로 인한 논란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관계부처 협의 초기에는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에 대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 예외 기관 신설이 허용되면 바로 당연지정제 완화 논란이 이어질 것을 우려한 중앙정부와 제주도는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적용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를 통해 의료민영화 논란을 우회해서라도 영리법인병원을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리법인병원은 한마디로 주식회사
  
  영리법인병원은 자본시장(주식, 채권)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여, 시설·장비·인력에 투자하여 병원을 운영하고, 투자자에게 수익배당을 해줄 책무를 지니는 주식회사 병원이다. 대규모의 고급 병원일수록 환자유치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의한 병원 신설이 기대되고 이로 인한 병원 간 경쟁이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혹자는 병원 간 경쟁이 촉발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데 한마디로 무식한 소리다. 긴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의료비는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모든 저명한 보건경제학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다는 점만 언급하면서 넘어가겠다. 어쨌든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고급화된 병원, 보다 친절한 병원, 값이 비싼 병원이 출현할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관련한 주요 쟁점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의 전국화 여부이다. 의료계, 보험업계, 증권계, 경제부처,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 영리법인병원의 물꼬를 트길 원하는 측에서는 제주를 시발로 경제자유구역 전체로 영리병원을 확대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데,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둘째, 의료비 상승 여부이다. 건강보험진료비의 경우 다양한 비급여 항목에 의해서 동급 의료기관이라도 의료비 차이가 발생한다. 영리병원의 경우 당연히 비급여 항목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의 이러한 행태는 기존 병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의료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비영리병원 소재지역보다 영리병원 소재지역의 의료비가 더 높고,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당연지정제가 위험하다
  
  셋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지속 여부이다. 건강보험체계의 지속이냐 와해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 현실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예외기관을 인정하는 순간 다수의 의료기관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스스로 당연지정제 폐지를 추진하기를 기대하였던 의협은 정부 스스로 이를 부인하자 당연지정제 폐지 논의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한 첫 토론회 자리의 핵심은 당연지정제가 헌법이 보장한 기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제주도는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을 허용하면서 당연지정제를 적용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문제는 행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의 당연지정제 위헌소송에서 비록 합헌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았다.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되고, 건강보험을 대체할 민간의료보험시장이 성숙되어 건강보험의 대체재가 가능해지는 시점에서 주식회사병원의 주인인 다수의 주주들이 당연지정제가 주주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항목을 추가하여 위헌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이 역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넷째, 영리병원 허용으로 제주에 좋은 대형병원이 들어설 것인가의 문제이다. 관련분야 전문가인 필자의 판단이지만 인구 55만 명의 제주에 육지에서 대규모 종합병원 설립을 위한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투자에 관심을 갖는 곳은 척추, 관절,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같은 소규모 전문병원들이다. 이들은 왜 제주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일까?
  
  이들은 지금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망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규모 자본조달을 통해 전국에 동일 브랜드 병원을 건립하여 직영체제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을 갈망하고 있는 소규모 전문병의원들로 구성된 클리닉센터 몇 개동을 신설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되어야 제주의료가 발전한다는 주장은 사실을 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주장에 문제가 있으면 당국이 적극적으로 해명해주길 바란다.
  
  제주의 경우에도 영리법인병원이 도 전역으로 확대된다면 기존 병원들의 영리병원 전환에 이은 투자 확대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제주를 제외하고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기존 병원의 영리병원 전환이나 영리법인병원의 신설, 기존 병원의 인수 합병을 통해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 허용하면 의료관광이 활성화된다고?
  
  다섯째,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의료관광 활성화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관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 좋은 병원 들어오면 외국환자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기초로 제주도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논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수준에서 영리병원 허용하면 의료관광은 망할 수밖에 없다. 동남아 국가의 의료관광이 성공한 것은 '영리병원을 통한 고급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매우 저렴한 탓이다.
  
  ILO 자료를 기준으로 2003년 한국제조업 노동자 월평균 인건비를 100으로 보면, 태국은 9.6%, 인도는 1.4%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도국의 우수인력에게 영리병원 설립의 기회를 부여하여 고급화된 시설과 첨단장비를 구비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의 의료 소외계층이 태국을 찾고 있다. 미국에 좋은 병원이 없어서 미국사람들이 태국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존 의료관광 활성화 담론은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 의료관광 시장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 탓이거나 아니면 '영리병원 허용'론을 적극적으로 유포하기 위해 악용한 탓일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독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 문제는 단순히 병원 자본조달 기전을 확대하는 것에 국한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건강보험제도의 기본 골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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