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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봉만 챙기며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 총리로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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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봉만 챙기며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 총리로 적합한가?

[차이나 프리즘] 일국의 재상인 총리, 이렇게 함부로 뽑지 않았다

중국 한(漢)나라 유학자 유향(劉向)이 쓴 <설원·신술>(說苑·臣術)에서는, 한 나라의 중책을 맡은 신하가 가져야 할 도리와 처세술에 따라 신하의 종류를 '육정'(六正, 바른 신하)과 '육사'(六邪, 사특한 신하)로 나누었다. "남의 신하된 자의 행동에는 육정과 육사가 있으니, 육정을 바르게 실천하면 영화를 볼 것이요, 육사를 범하면 욕을 입게 될 것이다. 무릇 영욕이란 화목의 문이다"라고 했다.

'육정'의 구체적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일이 태동하기 전에 형태나 조짐을 미리 알고 대처하여 임금이 초연하게 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신하가 '성신'(聖臣)이다. 둘째, 마음을 비우고 뜻을 깨끗하여 선으로 나아가서 임금을 깨우쳐주고 장구한 계책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신하가 '양신'(良臣)이다. 셋째, 몸을 낮추고 겸손히 하며 자신의 능력과 마음을 남김없이 발휘하여 사직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하가 '충신'(忠臣)이다. 넷째, 성패를 빨리 파악하여 화의 근원을 근절시켜서 임금의 근심을 없애주는 신하가 '지신'(智臣)이다. 다섯째, 법을 잘 지키고 자기의 직분을 충실히 하며 뇌물을 받지 않는 신하가 '정신'(貞臣)이다. 여섯째, 국가가 혼란하고 임금의 정치가 도에 어긋났을 때 죽음을 불사하면서 임금의 과실을 지적하는 신하가 '직신'(直臣)이다.

이와 반대로 '육사'란 관직에는 안일하고 녹만 탐하며 머릿수나 차지하고 있는 '구신'(具臣), 임금의 말에 무조건 옳다 하면서 비위를 맞추고 뜻에 영합하는 '유신'(諛臣), 겉으로는 근엄한 척하면서 속과 겉이 다르며 남의 단점을 들추어내고 장점을 감추는 '간신'(姦臣), 지혜와 언변이 뛰어나 이간질을 잘하여 혼란을 초래하는 '참신'(讒臣), 권세를 전횡하며 국가의 대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중히 여기는 '적신'(賊臣), 사악한 도리로 아첨하고 작당하여 임금의 명철함을 가로막아서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망국지신'(亡國之臣) 등 이다. 결론적으로 유향은 나라의 녹을 먹는 신하된 자는 육정의 도를 지켜 국가를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덕목을 강조했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사마천이 쓴 <사기·위세가>(史記·魏世家)에는 좀 더 구체적인 신하의 모습이 제시돼있다. 훌륭한 재상(현재의 국무총리급)의 덕목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사마천은 "평소에 그가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가난할 때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처지가 궁할 때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현달(賢達, 사물의 이치에 통하여 있는 상태)했을 때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지 살펴보며, 부유할 때에 그가 얼마나 남에게 베푸는지 살펴보는 것이 실로 사람을 감별하는 대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정한 것을 취하지 않고 나쁜 유혹에도 빠지지 않으며 처지가 어려워도 불의를 저지르지 않을 때 일국의 재상으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덕목으로 선별하는 것도 부족해 하늘에게까지 물어 점을 친 후 재상을 뽑았다하여 '복상'(卜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현대의 국무총리 격에 해당하는 재상을 뽑는 일을 두고 과거에는 이처럼 중요하고도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벌써 총리 후보자만 6번째다. 위정자의 용인(用人, 사람 씀)이 거듭 실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로 쓰이지만, 본래는 '어떤 일을 실패한 뒤라도 재빨리 수습하면 그래도 늦지는 않다'는 뜻의 성어이다. 이미 여러 차례 실책을 범하였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똑같은 같은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혜다.

율곡 이이(李珥) 선생은 선조(宣祖)에게 올린 상소에서 "상지(上智)는 난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스리고, 중지(中智)는 일어난 뒤에 깨달은 후 안정을 도모하며, 하지(下智)는 난이 닥쳤는데도 방도를 강구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현 정부 안에 일어나지 않은 조짐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상지(上智)의 '성신'(聖臣) 정도는 아닐지라도, 위기가 발생한 뒤에도 수습하지 못하는 '하지'(下智)나 녹봉만을 유지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신'(具臣)들로 채워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현 상태로는 적어도 뒷수습이라도 잘하여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망양보뢰'의 정신을 가진 중지(中智)의 신하라도 감지덕지할 일이겠다.

어떻게 하면 그 덕목을 갖출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청렴과 도덕성을 길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으니,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간다"(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중용>(中庸))는 말처럼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신독'(愼獨)의 정신이 요구된다. 작금 우리 사회 곳곳에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일 것이다.

사람을 쓰는 일은 과거 중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일이었고 그 덕목도 유사했다. 정녕 앞으로 중국의 '육정'에서 말한 '그 기미를 알아차려 미리 우리를 고치는' 성신(聖臣)과 우리나라 이이 선생이 강조한 '상지'(上智)를 기대해 볼 수는 없는 걸까.

(박영순 교수는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차이나 프리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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