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경제지표이다. 실업은 직업의 상실로 인한 생활 수준의 하락과 심리적인 갈등을 일으켜 개인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에 실질적인 비용을 상승시킨다.
1958년 경제학자인 필립스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거시경제변수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른바 '필립스커브'라 불리는 이 관계는 정책담당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즉 실업률이 낮으면서 인플레이션도 낮은 선택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책담당자들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절히 사용하여 필립스커브 상의 한 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쿤은 경제적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합하여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를 만들었다. 경제고통지수는 필립스커브의 한 점의 상태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하나의 수치로 보여 준 것이다. 경제고통지수는 경제적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간단한 지표로, 경제적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면서 경제성과분석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필립스 커브에서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반비례하는데, 경제고통지수가 높다는 것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에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고통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하락하였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점점 상승하여 1994년 26.9 라는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이 수치는 급락하며 2000년 3.5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 다시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1978년 경제고통지수는 6이었으며 2013년 경제고통지수는 6.7이다. 경제고통지수로 본다면 중국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개혁개방 실시 초기나 현재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고통지수 추이에서 나타나는 다른 특징 하나는 이 지수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은 1978년 5.3이었고 2013년에는 4.05로 소폭 하락하였으며 그 변동 폭도 매우 작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1978년 0.7이었고, 2013년에는 2.6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1999년에는 –1.4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1994년에는 24.1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그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실업률 통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은 전국 실업률이 아니다. 농촌을 배제한 도시 등록실업률이다. 즉 노동 및 사회보장 부문에 등록된 실업자가 도시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러한 실업률 통계는 실제 실업률 보다 저평가 돼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고통지수는 현재 측정되고 있는 것보다 더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국의 경제가 도시는 공업을 중심으로, 농촌은 농업을 중심으로 이원화되어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의 통계 집계방식이 중국 경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고통지수는 단순하게 계산된다는 한계점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수정됐다. 로버트 베로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장기금리를 합한 후 실질 GDP증가율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베로(Barro)고통지수를 만들었다. 로버트 베로는 이 지수를 이용하여 미국의 각 정권별 경제성과를 평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LG경제연구원(1999)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외에 어음부도율과 산업생산증가율 등 총 4가지 지표를 이용하여 경제고통지수를 산출했다. 이 지표에서는 물가상승률, 실업률, 어음부도율이 높을수록 경제고통의 정도가 커지지만, 산업생산증가율의 경우 낮을수록 경제고통의 정도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로버트 베로의 방법으로 중국의 경제고통지수를 구하면 전체적으로 경제고통지수가 오쿤의 경제고통지수보다 낮게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경제성장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고통보다 풍요로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즉 경제성장으로 인해 실업률의 증가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만, 경제성장의 결과 발생하는 소득의 증가가 이러한 경제적인 고통을 감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특히 2000년도 들어서는 대부분의 경제고통지수가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합계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경제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중국 국민들은 개혁개방 직후와 비교하면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삶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중국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의 경제고통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은 이전보다 중국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여주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준 것은 확실하다.
1990년 중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중국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그래프에서 나타나듯이 인플레이션은 낮으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형태가 나타났지만, 실업률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외교부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잠재실업률은 2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졸자의 증가와 이에 따른 청년실업 문제, 농촌노동력의 도시 유입 등으로 나타나는 농민공문제, 농촌지역의 잉여노동력 문제 등 중국의 실업문제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성장률 7.0% 달성보다 1000만 개 일자리 창출이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신창타이(新常態)에 접어든 중국경제의 핵심 목표는 실업률 관리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선언으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 중국 정부가 실업률관리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섣부른 정부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근로자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직업 훈련과 고용 보조금 등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정책들이 실행되어야 중국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의 경제생활 체감도를 측정하는 중요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고통은 비교적 다른 국가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 때문이며, 다른 하나의 이유로는 중국의 실업률 통계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경제고통지수는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와 예측에도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비교적 낮은 경제고통지수를 보면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비교적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향후 중시되는 경제 정책으로는 실업률 관리가 중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준환 교수는 강릉원주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차이나 프리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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