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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바꿔든 두 대권주자, 문재인과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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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창과 방패 바꿔든 두 대권주자, 문재인과 김무성

[분석] 문재인의 아슬아슬한 '김무성 갖고 놀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보 공세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경제 무능론을 펴고 있다. 뒤집혔다. 야당의 '새누리 안보 무능론'과 여당의 '새정치 경제 무능론'이다. 현재 특별히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안보 분야다. 최근 두 대선주자의 설전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슬아슬하다.

공세는 문 대표가 취하고 있고, 수세에 처한 것은 김 대표다. 서로 창과 방패를 바꿔 든 모양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문재인의 '콘크리트', 박근혜보다 약하지만 김무성보다 강하다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표 지지율은 이 업체 조사에서 11주 연속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 16~20일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야 대선 주자 지지율은 24.9%였다. 1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4주차 조사 때부터 다소 하락세를 보였으나 3월 3주차에 다시 0.9%포인트 반등한 수치다. 김무성 대표는 11.8%로 2위에 머물렀다. 2월 4주차부터 반등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근소하게 눌렀지만, 3월 2주차에 하락했다가 3월 3주차에 1.0%포인트 반등했다.

문 대표가 최근 전통적 지지층을 흔들 수 있는 '천안함 발언' 등을 과감히 시도할 수 있는 이유는 이같은 지지율에 비결이 있다. 문 대표는 '친노'라 불리는 전통적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에 비하면 '양'은 뒤지지만, '질'은 견고하고 성기지 않다. 지지 기반이 약한 야당 대표가 문 대표식으로 '천안함 발언' 등을 내놓았다면, 당장 반발에 부딛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 기반에 자신이 있는 문 대표는 다르다.

문 대표의 천안함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합동조사단 조사의 허점이 너무 많다. 천안함 발생 초기에 나왔던 다수의 관련자 증언들은 북한이 한밤중 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정확히 격침시켰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문의 꼬리표로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여론조사에서조차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47.2%)가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39.2%) 보다 많았을까?(리얼미터 23~24일 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뻔히 보이는 전략'을 밀고 나갔다. 그 결과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으면서, 대여 관계에서 '안보' 이슈를 적극 제기, 우위에 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진보진영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김무성 대표 이적" 행위 발언까지 했다. "이적"이라는 발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적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 불법으로 규정하는데 이용돼 왔던 국가보안법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게 문제다. 자칫 "여당의 국보법 정치를 야당이 하느냐"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물론 문 대표의 발언 전체를 살펴보면 맥락은 분명하다. "집권 여당 대표가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주는 이적성 발언을 한 것"이라면서 "만약 야당 정치인이나 북한 시민단체 인사가 그런 발언을 했다면 종북이니 이적이니 하며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그간 행태를 비판하는 맥락으로 "이적"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의 발언은 아슬아슬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콘크리트 지지율'은 없지만, 만만치 않은 응고된 지지율이 있기에 이같은 '광폭' 행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정치 게임' 차원에서 새누리당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다. 지속될 경우 오히려 왼쪽의 지지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이후, 구 통합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 자유주의 세력의 화두는, '좌를 버리고 중도를 취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가' 하는 지점에서 시작되곤 했다.

문 대표는 일단 야권의 취약 지점인 '안보 분야'만 떼어 내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일종의 문재인식 실험이다. 계산서? 날아와 봐야 알 수 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연합뉴스

스텝이 꼬여도 너무 꼬였다김무성의 '우왕좌왕 정치'

김무성 대표는 그야말로 걸음이 엉킨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는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며 대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빼앗기는 모양새고, 사드(THAAD) 등 안보 이슈는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나온 '사드 배치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청와대에 맡기자"고 한발 물러선 적이 있다. 그러다가 지난 24일 "전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2, 3번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돼 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고 말았다.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한 발언이다.

입장을 한번 번복했기 때문에 애초 입장을 뛰어넘는 '강한' 발언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본다. 다만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야권에 공격 빌미를 준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과 보수세력마저 당황케 했다. 김 대표는 27일 4.29재보선 지역인 성남에서 당원 대상 특별 강연을 마친 후 '북한 핵보유국'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성남 지역 재보선 전망이나, 민생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발언은 자연히 묻히게 됐다.

그러다보니 김 대표의 '장기'인 대야 공세도 스텝이 엉켰다. 그간 김 대표는 천안함 5주기를 앞두고 "천안함 폭침을 야당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공세를 강화해왔다. 문 대표가 천안함 폭침을 언급하자 이번에는 "과거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에 야당 의원 6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공세를 폈다. 당 대표가 입장을 정리했는데, 5년 전 일에 대해 사과하라는 꼴이다. 그러다가 "북한 핵보유국" 발언이 나왔고, 야당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우왕좌왕이다.

더 큰 문제는 물론 따로 있다. 새누리당이 '사드' 문제 등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 대표는 사드 문제를 연일 발언대에 올려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일상화 돼 있는 일종의 '미디어 기획'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 발언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발언으로 보인다"며 "조선이 왜 망했는지 알아야 한다.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다가 그랬다"고 우려했다.

두 갑자 전, 조선은 한반도 패권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청나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국내 정치에 몰두하다 식민지가 됐다. 친청, 친러, 친미, 친일 노선을 두고 정치인들은 그때그때 시류에 편승했고, 이를 국내 정치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했다. 결국 나라를 잃었다. 이 교훈은 아슬아슬한 게임을 벌이는 문재인 대표도 마찬가지로 새겨야 할 일이다. 지금 문 대표의 발언은, 오는 2017년 대선을 넘어, 그 이후가 되더라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위험한 안보 경쟁'이 여야 사이에서 불붙고 있다. 1, 2당 대표가 섶을 쥐고 불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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