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단행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은 위기에 몰린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집권 3년차의 실질적인 첫 발을 내딛기 위한 돌파구로 풀이된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과 연말정산 대란이 이어지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30%까지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개편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를 "임기 3년차를 맞아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각 개편 방향을 '소폭 개편'이라고 예고해 유임이 점쳐졌던 정홍원 국무총리를 깜짝 교체한 대목이 가장 눈에 띈다.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만으로는 내각 개편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정 총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안대희, 문창극 등 잇따른 총리 후보자 낙마로 원위치한 바 있으며 이후 여러 차례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리 교체가 쇄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최근 연이어 불거진 당청 갈등을 봉합하고 내각과 새누리당 사이의 소통을 매개할 적임자로 이 내정자를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를 역임하며 지난해 쟁점법안들을 야당과 큰 충돌 없이 처리한 대야 관계도 고려했다.
하지만 '이완구 총리설'이 이미 파다했던 데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그를 발탁함으로써 내각의 친위 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이 내정자는 청와대에서 가진 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박 대통령을 3차례 "각하"라고 칭하며 "대통령 각하께 박수"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총리 내정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일성을 던진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또한 박 대통령이 지난해 연말 차기 새누리당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는 '친박계'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당으로 돌려보냄으로써 내각과 새누리당에 새로운 '친박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후임 해양수산부장관 인사는 이날도 발표되지 않아 '이완구-이주영 임무 교대'라는 시나리오를 우선시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완구 총리 카드는 쇄신 효과보다는 내각과 새누리당에 친박 체제를 강화해 집권 3년차 국정 동력을 얻으려는 복선이 깔린 인사라는 평가다.
문고리 3인방 건재 확인한 청와대 개편
청와대 개편은 예상대로 인적 쇄신보다 조직 개편 쪽에 무게를 실어 쇄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가 아직 유동적이지만, 이번 인사에서 일단 유임된 데다 이른바 '문고리 비서관 3인방'도 담당 업무만 일부 조정했을 뿐 자리를 유지했다.
3인방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업무영역에서 청와대 인사위원회 배석을 배제했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이 인사를 중심으로 불거진 만큼 막후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제2부속비서관실이 사라져 자리가 없어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조만간 있을 청와대 비서관 인사 때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폐지된 제2 부속실 기능까지 흡수해 오히려 업무영역이 넓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에게 쏠린 과감한 인적 쇄신 요구를 우회, 17년간 보좌해 온 이들을 그대로 감싼 결과여서 야당과 여론의 '불통'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청와대 인적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좀 더 하실 일이 남았다"고 했다.
신설된 특보단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렸다. 당초 서청원 의원 등이 특보단장 물망에 오르는 등 중량급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은 빗나간 셈이다. 정무, 홍보 분야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였던 특보단 구성을 민정, 안보, 사회문화 분야로 확대한 조치도 예상과 달라진 부분이다.
이 가운데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며 검찰에 출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승진 발탁된 대목이 눈에 띈다. 한편 이날 정무특보 인선은 없었지만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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